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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

박유선 / 수필가
박유선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1/14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20/01/13 19:56

우연히 그림 선생님을 만났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샐 줄 모른다던가?’ 내가 그 짝이 났다. 기회가 없어 그림을 시작도 못하고 있었는데 귀한 선생님을 만나 요즘 살맛이 난다. 사과 하나도 못 그리는 난 어쩐 일인지 그림이 배우고 싶었다. 성장 과정과 환경 탓인가. 어린 시절 용산 성당에 올라가 아버지가 이젤을 펼쳐 놓고 한강 너머 풍경을 그리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그이 역시 동양 화가인데다가 내가 갤러리를 오래 하다 보니 그림 보는 눈은 트인 것 같다.

그림은 초보라 무엇이라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 그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열정적으로 끌어가고 있다. 선생님과 그이는 ‘화가들 밥줄 끊어지겠네’하고 그런대로 희망적인 평가를 해준다. 설령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라도 행복의 조건을 하나 더 찾았지 싶다.

자는 시간도 아까워 ‘하나님, 저에게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해 주시면 안 되나요?’ 철부지 같이 생떼를 쓰고 싶다. 모자라는 시간을 어쩌나 하면서도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그림에 매달려 이러다간 원래 내 목표에서 벗어나지 싶어, 눈을 꾹 감고 문학 쪽으로 돌아서서 ‘미안해’ 하곤 한다.

나의 일과는 책을 읽다 정원에 나가 꽃들의 피고지는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곤 밤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컴퓨터와 씨름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제 그림을 만났으니 어쩔 수 없이 시간 분배를 잘해 상생의 길로 가야 하리라.

그림 그리기 전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글의 소재로만 보였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부터는 보이는 모든 사물이 오직 그림의 소재로 보인다.

그림 수업을 받고 오면 이튿날까지 열심히 그림 그리기에 매달린다. 그림에 빠져 있으면 어떻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다른 것은 전혀 생각 할 겨를이 없다.

도서관 그림책을 빌려 혼자서 공부하고, 그림책과 화구를 사는 것도 내게는 즐거운 일이다. 평생 배우고 싶었던 것을 하고 있다. 잘 그리면 더없이 좋겠지만 반드시 잘 그리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싶다.

꿈이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꿈을 가진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림 역시 문학처럼 내 평생에 하고 싶었던 꿈이었다. 큰 병이 난 그 1년 후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이제 와서 또 우연찮게 그림을 시작하게 됐으니 무늬만으로라도 나의 꿈을 이루어 간다.

문학이나 미술 또는 예술은 삶의 풍요로움을 더하는 것일 뿐더러 인격 수양의 과정이다. 죽는 날까지 배우는 것을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다. 배우는 일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이제라도 시작해 보시라. 특히 노년의 여가 시간을 그림에 쏟으면 시간이 번개같이 흐른다. 머리를 쓰면 치매도 예방되고 재미있고 보람도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꿈은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자신의 무한한 노력을 담은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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