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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지혜로운 복

안성남 / 수필가
안성남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1/14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20/01/13 19:57

새해가 열리면서 여러 사람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한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복 많이 받기를 아주 간절히 소원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생각해보면 복이 어떻게 생겼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저 살아가는데 좋은 쪽으로 이끌어 주는 어떤 기운 같은 것이려니 하며 그것이 나하고 친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떤 움직임이나 징조나 주변의 사물에 따라 ‘복 달아난다’로 규정되는 것을 극구 피하고 멀리한다. ‘복 들어 오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열심히 주변에 늘어놓고 싶어한다. 그리고 내 생애를 책임지라고 기대고 의지한다.

복을 이야기하자면 먼저 오복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다섯 가지를 가지면 인생이 살만한 것이 될 것이라는 바람을 나타낸다. 오래 사는 것, 부자로 사는 것, 건강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 도덕적으로 온전하게 사는 것, 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예전부터 이 다섯 가지를 철칙처럼 여겨 왔는데 이제는 약간 바뀌었다고 한다. 건강하게 사는 것,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 재산이 많은 것, 일자리를 놓지 않는 것, 좋은 친구를 갖는 것이 현대의 오복이라 말한다. 그만큼 우리 사는 모양이 옛날과 달라졌고 무엇에 더 값을 주는가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복에 대하여 생각하는 마음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어 좀 더 실제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복에 관한 옛이야기 하나, 선비 셋이 죽어 옥황상제 앞에 서게 되었다. 환생의 기회가 주어지어 어떤 삶을 원하는가 물었다. 한 선비는 좋은 관운으로 이름을 남기는 삶을 말하여 허락을 얻었다. 또 한 선비는 가난했던 전생이 싫어 부자로 살고 싶다고 하여 허락을 받았다. 세 번째 선비가 소원을 말하였다. 부귀공명 모두 바라는 바 아니고 다만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초가삼간 짓고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으면 더 바랄 것 없고 자식들 제대로 자라주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로 지내다가 건강하고 편안하게 천수를 누리고 병 없이 세상을 떠나기 바랍니다.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옥황상제가 한숨 쉬며 말하기를 “네가 말하는 그것이 청복이라는 것으로 세상과 하늘이 모두 원하는 것이지만 쉬운 것이 아니니 그럴 수만 있다면 내가 먼저 옥황상제 자리 내놓고 그렇게 살고 싶다.”

말로 알맞은 복을 누리고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야기다.

살아가는 여정에 험한 꼴 보지 않고 뜻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이루어져 가는 얼굴을 복스러운 얼굴이라 하고 누군가 한 식구가 된 이후 그곳에 좋은 일만 생기면 그 식구를 복덩이라고 한다. 재물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정월에 구하여 매달아 놓는 복조리에 일 년의 복을 기원한다. 일확천금이 복이라고 생각하며 번호 맞추어 사 드는 것의 이름은 복권이다. 새로운 소식 반가운 소식을 복음이라 부른다.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역설적인 가르침도 있고 움켜쥐지만 말고 놓아버리면 복 될 것이라고 명망 있는 명상가는 전해주고 있다. 복이 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심히 복을 쫓아 올해도 뛰어다녀야 하겠지만 올해를 마무리할 때 제대로 괜찮은 복을 이루었다는 만족을 얻으려면 어떤 복을 바라보아야 할지 묻게 된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다섯 가지 복은 무엇이어야 할까 지혜를 짜내어 궁리하며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인사를 맞이한다. 새해가 벌써 며칠 흘러갔다. 그사이에 어떤 복이 문을 열고 있는가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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