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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투렛 씨 장애(Tourette's Disorder)

“내 목이 오른쪽으로 기울더니 왼쪽 얼굴과 목의 근육이 수축되었다. 왼쪽 눈이 찌푸려지면서 머리는 잠시 앞으로 숙여졌다. 왼손이 저절로 올라가 얼굴 앞에서 머무르면서 나는 잠시 고착되었다. 동시에 거의 들리지 않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몸이 풀어져 약 삼십 초가량 글을 썼는데 곧 같은 동작이 반복되었다. 당시 대학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이런 불수의 근육경련을 남들에게 숨기려고 팔을 피기도 하고 방을 둘러보았으며 목소리를 킁킁거리며 가다듬었다.(한 화자의 병상일지에서)

이것은 한 투렛 씨 장애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적은 것이다. 이 질환은 얼굴이나 상체에 다양한 운동 경련과 음성 경련이 있으며 18세 이상에 발생하고 일 년 이상 지속된 경우를 말한다. 1884년 프랑스의 투렛(Gilles de la Tourette)이란 젊은 의사가 일단의 환자에서 다양한 운동 경련과 함께 들은 말을 반복하는 반향 언어증(Echolalia)과 강박적 외설증(Coprolalia)을 공유함을 발표했다. 그의 스승이며 당시 유렵 신경학계의 거두인 샤코(Charcot) 박사는 이를 인정하고 제자의 이름을 따라 투렛 증후군으로 부르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병을 구분하고 거기에 맞는 이름을 짓던 시절이었는데 처음 구분자의 이름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알츠하이머(Alzheimer, 치매), 파킨슨(Parkinson, 진전마비), 코르사코프(Korsakoff, 알코올성 기억장애), 쿠싱(Cushing, 부신피질 기능항진), 애디슨(Addison, 부신피질 기능부진), 그레이브(Grave, 갑상선 기능항진) 또는 한센 (Hansen, 나병)등이 그 예에 속한다.

투렛 씨 장애는 소아 정신과에서 다루는 운동장애의 일종인 ‘틱’ 장애에서 가장 심하게 발전된 형태다. ‘틱’(tic)이란 통증을 동반하지 않고 의도적이 아닌 간혈적이며 반복적인 안면 근육경련을 말한다. 초기에 가장 흔한 증상은 눈을 깜박이거나 입술 근처 근육이 실룩이는 것이다. 더 진행되면 머리가 흔들리고 목이 돌아가며 이를 가는 증상으로부터 몸자세가 돌아가며 얼굴이 찌그러지고 남의 행동을 따라 반복하는 형태가 된다.



음성경련에는 반복해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려고 소리내기, 으르렁거리기, 입으로 빨아들이거나 내뱉는 소리, 콧소리로 노래하기, 남이 하는 말을 따라 반복하기 등이 있다.

단음절의 심한 쌍 욕을 내뱉는 증상도 있는데 이를 강박성 외설증(Coprolalia)이라고 한다. 투렛 씨가 이 병을 처음 발표했을 때 강박성 외설증은 투렛 씨 장애에서 공통적으로 보는 현상이라고 했지만 시간을 지나면서 많은 환자들을 진찰한 결과에 의하면 이 증상은 투렛 씨 장애환자들의 20%에서만 발생한다고 밝혀졌다. 흔히 환자들은 자신들의 ‘틱’ 증상이 발생하면 ‘진정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반복한다. 또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는 ‘틱’ 증상을 정상적인 행위를 하는 척 감추려고 한다.

유전적 요소가 커서 가족에서 ‘틱’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25%, 일란성 쌍둥이를 통한 연구에 의하면 ‘투렛 씨 장애’의 일치 율을 90%에 달한다. ‘틱’ 장애가 심해서 소아정신과에 의뢰되는 환자들은 흔히 ‘집중력 결핍 과운동성 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e Disorder)나 '강박 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투렛 씨 장애’ 환자의 10-15%가 강박 장애자들이다. (일반인에서는 2-3%) 실제로 복잡한 ‘틱’ 증상은 강박적 의식과 구별하기 힘들다. 그들은 신경반사라기 보다 의도적으로 보이기 쉽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불안해지는 점도 마친 가지다. 의지력으로 일시적으로 증상을 억압한다거나 의도적으로 무슨 의미 있는 행동으로 가장할 수 있는 점에서도 같다. ‘투렛 씨 장애’에서는 판단 센터인 전전두엽과 신체 운동을 조절하는 내뇌 기저핵 사이의 회로에 장애가 있는데 강박 장애에서도 비슷한 부위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두 질병의 증상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유전적 요소나 두뇌 일정부위에 이상으로 인한 질환이라면 지금까지 정신과에서 다뤄왔지만 앞으로는 신경과에서 맡는 것이 더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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