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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계산이 앞서는 세월

중세기 때만 해도 사람들은 남녀의 사랑에 큰 비중을 두었고, 또한 상대를 위한 헌신과 희생도 많았다. 그런 시대가 가고 문화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마음도 많이 변화된 것 같다. 이제는 남녀의 순수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희생정신의 모습은 도서관 깊은 곳에 꽂혀있는 고서적에서나 읽어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요즘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들이 계산법을 익히고 있다. 그 계산법이 과학자의 꿈을 위한 덧셈 뺄셈의 수치를 익히는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학문과는 동떨어진 이상한 계산법이다. 자신이 어떻게 하면 형이나 누나, 동생들보다 부모님의 관심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까. 또는 용돈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받아낼 수 있을까하는 그런 계산법을 익히고 있다. 그런 습관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사회 나와서도 봉사를 하기보다 이 일을 하면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먼저하고 있다. 그런 사람을 이기주의자라고 한다.
어쩌다 이 시대는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지 못하고 성급한 생활인이 되었을까. 사람은 이 세상에 올 때 각자 삶의 길이 정해졌다. 평등한 가치, 공평한 경쟁, 공정한 분배, 공개적인 곳에서 사회적 직위가 정해진다. 그런데 오늘날 그런 질서는 보이지 않고 권세 자에게 아부하고 아첨하면서 출세를 하고 있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 먼저 앞서가기를 원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마라톤 경기에서 앞사람을 추월할 수는 있지만 먼저 태어난 형의 나이를 추월할 수 있을까. 이 사회는 질서와 순리가 공존한다. 계절이 찾아오고 가는 것도 순서가 있고, 한 송이 꽃이 피고 지는 것도 다 순서가 있다. 남녀의 사랑과 권세를 가지는 것도 순서가 따르는 법인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권력과 돈, 명예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다고들 하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중 하나만이라도 있어야 주위 사람들로부터 대접받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린 어려서부터 큰 꿈을 품고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학교를 다녔다. 밤늦게까지 학원가 공부하느라 입술이 허옇게 부르트고, 일류대학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할 목적을 가지고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에는 출세하는 계산법만 가득히 쌓였다. 인간이 가져야할 인성이나 진실이란 단어는 머릿속으로 들어가 앉을 자리가 없어진 것 같다. 꼭 절간의 중이 염불에 관심은 안두고 잿밥에 마음이 간다는 말처럼. 학문에 열중하여 그 학문을 사회와 인류를 위해 헌신할 생각은 없고 졸업해 어느 기업에 들어가야 권력과 돈, 명예를 빨리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그들의 머릿속에 꽉 차있는 것 같다. 자신을 부풀리고, 진실을 무시하고, 타인을 적대시하고, 허풍만 치는 시대인 것 같다. 사람은 인간 본성의 진실을 저 푸른 바닷물에 던지고 자기의 영혼을 팔아서라도 권력을 소유하려고 한다. 그렇게 얻은 권력은 하루살이 미생물에 지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갈망하고 있다. 진실은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석고상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배우지 못한 것 같다. 권력을 소유했다고, 다른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문이 좋고 학력이 있고 재산가라고 사랑의 싹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사랑은 사람의 냄새와 생명력을 잃은 플라스틱 조화품일뿐이다. 긴 고통 속에서 보낸 조개일수록 그 진주알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이런 권력, 명예 돈보다 먼저 선택해 가져야 할 것은 진실이 아닐까. 진실이 없는 것은 공(空)이다. 우리들은 서로 공존하며 희로애락을 가지며 견문과 경험을 서로 나누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진실 된 열기가 흘러야 한다. 그 진실의 열기가 없는 사람은 사막 길을 걷는 것처럼 메마르고 건조해 동행하기가 참 힘든 길이 될 수 있다.

보통 기다리는 사람을 두고 소극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기다림은 하나의 공간인 동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시대가 변해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이 빨라지고 있다.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전자제품이 나오고 또 사용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그런 변화 속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한번쯤 긴 호흡을 하고나면 조급한 마음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고, 급히 움직이던 동작도 원만해질 것이다.



사랑의 원천과 매력은 바로 가족이 아닐까. 남녀가 있고 남편과 아내가 존재한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딸. 어머니와 아들, 딸이 서로 의탁하며 서로 사랑하면서 한 가정이 생존하고 있다. 진실 되고 참된 가정이 존재하지 않고 이 사회가 안전해 질 수 있을까. 우리가 배고프다고 아무것이나 먹어 치우지 말고, 권세에 아부하지 말고, 나의 가장 귀하고 소중한 영혼을 팔지 않은 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은 기다림 속에서 성장해 왔다. 그 기다림 시간 속에서 계산하는 삶은 어떨까? 지금 생활이 부유한 삶이 아닐지라도 진실의 길을 걷고, 선하고 착한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라. 그리고 모든 일에 먼저 계산하기보다 이성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할 때 나의 삶에 행복이 찾아 올 것이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살더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니, 외롭지 않은 부귀는 나에게 있어 뜬구름과 같으니라.”논어에 있는 말을 다시 되새김해 본다.





이 웅 (독자-샌호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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