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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정치와 종교와 선거

사람마다 관심이 다르다. 철학 좋아하는 사람, 과학 좋아하는 사람, 역사나 고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관심 분야를 오래 파고들다 보면 전문가가 된다. 전문가가 되면 '전문가 함정'에 빠져 자신의 전문 영역이 매우, 상당히 혹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싶어진다. 세속화된 현대 세계, 특히 정치의 세계에서 종교가 과연 중요할까. 종교 사회학자나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다루는 정치학자들은 종교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타산지석 차원에서 미국의 종교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를 핵심만 간추리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미국 건국 이래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의 신앙이나, 교회에 꼬박꼬박 출석하고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특히 1970년대 초반까지 보수 성향 개신교는 정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다. 종교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제39대(1977~1981) 지미 카터 대통령이었다. '상자'가 열린 다음에는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이 수혜자였다. 공화당 소속 제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카터 대통령을 벤치마킹해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의 3분의 2의 지지를 받은 덕에 당선됐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기독교 신앙 고백으로 '재미'를 보자 민주당 후보들에게도 신앙 고백이 대선전의 통과의례가 됐다. 하지만 공화당과 비교하면 '기독교적'이라기 보다는 '세속적'인 민주당은 항상 수세적인 위치에 놓였다. 민주당 후보들이 제아무리 자신이 진정한 크리스천이라고 말해도 기독교 우파 유권자는 그들을 불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대통령은 '기독교 윤리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책 방향은 힐러리 클린턴보다는 기독교적 가치에 더 가깝다'는 결론을 내린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 80%의 몰표를 받아 당선됐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열정적인 일반 크리스천 신앙인과 크리스천 정치인들이 있다. 종교에 대해 별다른 관심 없는 대한민국 국민·유권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개신교 신자였던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가 속한 교파는?(정답, 감리교회) 장면 총리, 전두환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중에서 가톨릭 세례를 받지 않은 정치 지도자는? (정답, 없음, 모두 가톨릭 세례를 받음)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은 각자 집권을 위해 크고 작은 종교적인 타협을 했다. '신앙이 중요한가. 권력이 중요한가'라는 문제를 두고 진정한 크리스천이건 불교도건 무슬림이건 권력보다 신앙을 선택하는 게 옳은 길일 수도 있다.



모든 문제는 정치화(政治化·politicization)할 수 있다. 대통령이건 대선 후보건, 정치 지도자의 사소한 발언이나 행동이 국가 공동체 전체를 위협하는 건강하지 않은 정치화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정치에는 '긍정적인 정치화' '부정적인 정치화'가 있다. 발전을 좀먹는 '부정적인 정치화'는 피해야 한다고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종교의 정치화는 어쩌면 막을 수 없다. 그래도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1)정경 분리는 지켜야 한다. 정경 분리는 정치·종교 모두에 유리하다. (2)종교의 정치화로 누군가 생명을 위협받거나 실제로 잃는 폭력적 상황은 없어야 한다. (3)궁극적인 통일을 비롯한 국가 이익에 도움이 돼야 한다.


김환영 / 한국중앙일보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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