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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문학공간] 뉴욕 맨하탄의 ‘위안부 모집’ 광고 - 박경자

얼마전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 “위안부를 모집합니다”라는 대형 광고 포스터가 걸렸다. 이 광고는 일본의 위안부 만행을 폭로하는 한인 이창진 설치예술가의 작품이다. 광고에 나오는 두 여성은 모두 실존하는 정신대 피해 여성들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군에 성노예로 착취당한 20만여명의 아시안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신문 광고로 이같은 속임수를 통해 시작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이창진 설치작가는 2009년 ‘인천 비엔날레’에서도 정신대에 희생된 우리 조국의 어머니들의 한을 담는 작품을 소개했다. ‘우이동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생존한 정신대 할머니들을 찾아가 그들의 살아있는 증언을 수없이 듣기도 했다.

몇년전 애틀란타를 방문한 위안부 황금주 할머니의 증언이 에모리대에서 열렸다. 당시 17세된 그녀는 어느날 밤잠을 이루지못한 부모님들의 고민을 듣는다. 딸만 둘인 그집에 “처녀를 공출하라”는 징집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잔인무도한 일본은 식민지인 우리민족에게 남자는 강제 징용, 여성은 처녀 공출, 쌀 공출, 물건 공출 등 피를 빨아먹는 잔인무도한 착취를 일삼았다. 약한 언니를 생각한 그녀는 처녀 공출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언니 대신 저를 보내주세요”하고 나섰다.

그녀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군을 돕는다는 간호사 일을 하는줄 알았다. 만주에서 일본으로 이송되어 낮에는 부상병을 돕고, 밤에는 성접대를 하라는 청천 병력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낮선 땅 어디로 도망갈 곳도 없었다. 밤마다 수십명의 일본군에 성접대를 해야하는 위안부로 살았다. 그녀는 병이 들어 죽음의 사경을 헤메면서도 밤마다 밀려오는 일본군에 짓밟혔다. 시체처럼 버려진 육신을 끌고, 어느날 탈출을 결심하고 밀항선을 탈 궁리를 했다.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 죽기전 부모님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싶었다.



그녀가 밀항선을 타고 고국을 찿았을때, 조국이 해방을 맞았다. 같이 위안부로 있던 친구들은 대부분 거리에서 죽었거나 정신이상자가 되었다고 한다.전쟁으로 페허가 된 조국, 그리운 고향을 찾았지만 이미 옛 고향이 아니었다. 부모님은 한을 품고 돌아가시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처녀 공출에 끌려가서 일본군들과 놀아나다 돌아온 위안부래”하며 싸늘한 눈초리로 수군거렸다.

그날 밤, 봇짐을 들고 다시 서울로 왔다. 갈 곳이 없었다. 몇일을 굶고 찿아간 곳이 남루한 식당이었다. 따스한 밥 한 그릇을 먹고, 그녀는 살아있는 날까지 이 은혜에 보답하리라 20년을 숨어서 부엌일을 하며 살았다. 어느날 죽지않고 살아온 자신이 누구인가?하는 정신이 번쩍들었다.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 나같이 버림받은 여자들을 세상에 공개하자.” 그녀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국회 앞, 청와대 앞에서 외쳤다. “일본은 사과하라. 철없는 소녀들을 강제로 성접대를 시킨 일본은 망하리라.”

그날 에모리 대에서 눈물의 증언을 듣고 내 조국의 어머니들이 일본군에 짖밟힌 한의 눈물을 꼭 씻어드리고 싶었다. 며칠간 황금주 할머니를 모시고 스톤 마운틴 등을 구경시켜 드렸는데,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시며 “마치 그 옛날 어린시절 내 고향같다”고 웃으셨다.

“자네의 따뜻한 잠자리, 그 깊은 사랑, 나는 잊을 수 없네. 나는 이제 죽어도 한이없어. 다만 일본이 사과한다는 말을 듣고 죽어야해.”

‘’어머니 이제는 다 잊으세요, 당신의 그 설움, 그 한은 남아있는 조국의 딸들인 우리가 갚아드릴께요.“

나는 황금주 할머니가 떠나시던 날 평생 아끼던 목걸이를 약속으로 걸어드렸다.

그러나 뻔뻔한 일본은 아직도 정신대를 사과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여성 대통령, 여성 지도자들은 왜 정신대 문제에 ‘유구무언’하는지 모른다. 역사는 살아서 증언한다. 이번 살아있는 대한의 딸, 이창진 설치 작가가 뉴욕 한복판에 일본의 만행을 폭로한 “위안부를 찿습니다” 광고는 일본이 내 조국의 어머니들에 저지른 만행을 온 세상에 폭로한 역사속의 사실이다. 이창진 작가는 애틀란타 여성지도자요, 나의 30년 지기인 이순희 전 패밀리센터 소장의 둘째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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