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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한국 목회자들의 '미국 나들이'

한국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합동) 소속 목회자들이 단체로 미국을 방문했다.

최근 LA인근 한 고급 리조트에서 교단 주최 '하기 수양회(5월22일~5월24일)'가 열렸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무려 200여 명(교단 측 추산)이 참석했다. 교단 관계자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행사의 당위성에는 의문이 든다. 한국에 있는 교단이 굳이 미국까지 올 이유가 있었나.

일정은 단지 '수양회'로 끝나지 않았다. 서부지역 관광(5월25일~5월29일)이 계속됐다. 왕복 항공권과 각종 체류비를 합쳐 최소 2000달러(1인당)로 계산해도, 200명이면 40만 달러(약 4억 원)가 지출된 대규모 행사였다. 과연 그만한 비용을 쓰면서까지 미국에서의 행사가 꼭 필요했을까.

이번 목회자들의 '미국 나들이'는 최소한 시대적 기류마저 외면한 오늘날 종교인들의 미성숙함을 단편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지금 한국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나라 분위기가 좋지 않다. 교회의 신뢰도와 이미지도 엉망이다. 이때 목회자들이 거액이 소요되는 해외 행사를 고집할 필요가 있 었는가.

이전부터 계획된 행사라 치자. 위약금을 내서라도 취소하고 한국 주류 교단의 종교 지도자들로서 국가적 슬픔을 몸소 나누려 했다면 오히려 본이 됐을 것이다.

사회 분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를 보니 요즘 한국 유명 목회자들(예장합동 소속 목사 포함)의 반복되는 세월호 관련 막말도 단순한 실언이라기보다 잠재돼 있던 실제적 가치관의 표출인 듯하다.

참 아이러니하다. 수양회에 초빙된 강사들은 주로 칼빈주의에 기반한 개혁신학을 주창하는 미국 내 저명한 목사 및 신학자들이었다. 그들을 불러다가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개혁(reformed)의 의미를 어떤 식으로 한국교회 미래에 접목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 교단은 상습 성추행, 초호화 성전 건축 및 논문 표절, 교회 세습, 총회 가스총 사건 등 한국 사회에서 굵직한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이들이 다수 소속돼 있다.

게다가 이번 행사에는 이민교계내 게릴라 청빙, 세월호 성금모금 논란 등의 장본인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오늘날 목회자들에겐 신학적 이론이 부족한 게 아니다. 특히 예장합동처럼 보수신학 토양이라면 칼빈의 교리와 개혁주의 사상에 담긴 의미를 모르는 건 더더욱 아닐 테다.

현재 교계 지도자들의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그들의 행보는 신학이 머릿속 지식으로만 습득돼 있음을 반증한다. 이러한 사실은 심각한 현실을 생성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건 그들의 삶 가운데 이론과 지식의 실제적 구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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