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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자" 비난, "마음 바꾸길" 회유…트럼프의 비밀병기는 친필 편지

조선 정조 '서한 정치' 연상시키는 트럼프

디지털 시대다. e메일은 보편화됐다. 육필 편지의 위력은 역설적으로 더 강력해졌다. 보내는 이의 호흡, 관심과 정성이 받는 사람을 사로잡는다.

과거에도 그랬다. 200년 전 정조대왕은 정적이었던 노론 벽파 리더 심환지에게 299통의 편지를 썼다. 왕은 고독한 심경을 밝히고 정국의 협조를 구했다. '서한 정치'였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1960~70년대 친필 서신으로 해외 과학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국내로 유치했다.

2016년 또 한 명의 친필 편지 달인이 공개됐다. 막말 선동으로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가 된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트위터와 방송 카메라를 활용해 적들을 공격하고 지지자들을 고취시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정작 그의 비밀 병기는 꾹꾹 눌러쓴 친필 편지일지 모른다.

뉴욕타임스(NYT)는 80년대 이후 최근까지 트럼프가 쓴 편지 10여 통을 입수해 그의 '편지 정치술'을 분석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반대자들에겐 신랄한 비난을 적어 보냈고 권력자에게 보낸 편지에선 폭풍 아첨을 떨기도 했다. 때로는 편지지에 정색을 하고 썼고, 때로는 신문이나 잡지 기사를 뜯어낸 뒤 낙서처럼 휘갈겨 쓰기도 했다.



미국 풋볼리그의 붕괴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감독인 마이크 톨린은 비난 편지를 받은 경우다. 트럼프가 영화에 묘사된 자신의 역할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초청장에 '3류' '극도로 부정직하다'고 퍼부은 뒤 추신(P.S.)을 달아 '당신은 패배자(loser)'라고 쏘아붙였다.

유명 농구선수 카림 압둘 자바는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모욕적인 답장을 받았다. 트럼프는 이 기사의 복사본 위에 사인펜으로 "왜 언론이 당신을 그렇게 나쁘게 대하는지 알겠다. 당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사진(1)).

회유형 편지도 있다.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한 보수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에게 "당신이 마음을 바꾸기를 바란다. 나는 이길 것이니까"라고 NYT 신문 1면 위에 써서 보냈다. 그 지면엔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에게 호감을 가지려 한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90년대 루돌프 줄리아니 당시 뉴욕시장에겐 낯 뜨거운 칭찬을 했다. 그는 한 잡지 인터뷰에서 줄리아니를 '최고의 뉴욕시장'이라고 극찬하고 그 페이지를 뜯어 보냈다. (사진(2)). 83년 폴란드를 현장 취재한 NYT 편집인에겐 "(당신의 기사는) 감동적이고, 슬프고, 굉장했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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