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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헐렁한 양복 친근감, 힐러리 원색 정장은 자신감

대선 후보들의 패션 코드

명품 슈트에 빨간 타이 매는 트럼프
WP “원단 좋으나 싸구려 같다” 혹평
FT “거침없는 이미지 북돋아 줘”
강렬한 색깔 바지 정장 차림 힐러리
리더십 있는 여성 지도자 이미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입어”
점퍼 입고 염색 안 해 백발인 샌더스
진지하고 학구적인 인상 배가시켜


“무신경한 패션 나빠 보이지 않아”


어깨선이 흘러내리는 양복 상의, 헐렁한 바지, 벨트 아래까지 내려오는 넥타이….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패션이다. 패션도 하나의 선거 전략이라고 볼 때 썩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대선 주자로서 유권자에게 단정하지 못한 인상을 풍기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지난해 말부터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급부상하자 미국 언론도 그의 패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의 ‘재앙에 가까운 패션 감각’이란 혹평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는(WP)는 “트럼프의 양복은 무신경한 유니폼 같다”며 “소매가 한 치수는 길어 보이고 전체적으로 벙벙하다. 양복 원단이 좋아 보이긴 하나 그가 입고 있으니 꼭 싸구려 같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수년째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리오니(Brioni)’ 슈트를 입고 있다.

넥타이도 도마에 올랐다. WP는 “주로 대충 맨 듯한 모습”이라며 “유독 빨간 넥타이에 집착하는데 색깔이 고급스러운 루비색도 아니고, 고상한 버건디도 아니다. 마치 중·고교 학생들 교복 넥타이 같은 촌스러운 빨간색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11일 ‘트럼프와 사라지는 넥타이’라는 기사에서 트럼프의 넥타이 차림에 딴죽을 걸었다. “세계적으로 넥타이를 매지 않는 정치인이 늘고 있는 추세와 달리 트럼프는 항상 반들반들한 넥타이를 매고 대중 앞에 선다”고 지적했다.

세계 정치권은 요새 ‘노타이(no tie)’ 차림이 대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영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윌리엄 왕세손, 해리 왕자와 사진을 찍었는데, 세 사람 모두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보수당 소속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노타이를 선호한다. 2013년 영국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당시 캐머런 총리의 제안으로 모든 정상이 넥타이를 매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햇빛 쨍쨍한 야외 유세 현장에서도 좀처럼 넥타이를 푸는 법이 없다. NYT는 “이런 흐름을 볼 때 확실히 트럼프의 패션은 역주행”이라며 “구식 패션 대선 후보(old-look candidate)”라고 평했다.

이 같은 평가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양복 패션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그런데 트럼프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그러자 최근엔 트럼프의 촌스러운 패션이 고도의 전략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트럼프와 큰 양복’이라는 기사에서 “크고 헐렁한 옷차림이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의 거침없는 이미지를 돋보이게 한다”고 분석했다. 거친 이미지가 증폭될수록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먹힌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들은 미국 사회에 불만이 가득 찬 저소득 백인 중년 남성들이다.

또 중년 남성에게 헐렁한 양복은 비정상적인 게 아니다. 그들도 양복을 입는다면 트럼프처럼 입을 게 뻔하다. 큰 양복은 지지자들에게 오히려 일체감을 준다는 분석이다. NYT는 “트럼프의 양복과 넥타이는 1980년대 월스트리트를 연상케 한다”며 “유권자들이 무의식적으로 경제 호황기를 떠올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 이미지 전문가인 펫시 시스네로스는 “부동산 재벌이지만 한결같이 유니폼 같은 양복을 입은 모습이 유권자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다”며 “옷보다 그의 말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정장 차림에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자’는 구호가 적힌 야구 모자를 가끔 쓴다. FT는 “트럼프가 기성 정치인의 복장 공식을 깨뜨렸지만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패션 공식을 알고 있다는 점에선 여느 정치인만큼 옷을 입을 줄 아는 셈”이라고 했다.

트럼프에 비하면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의 패션에 대한 시비는 거의 없는 편이다. 특히 클린턴은 오랜 경험을 통해 옷차림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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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강렬한 원색의 바지 정장을 즐겨 입는다. 빨강·노랑·초록 등 원색 패션은 밝은 인상을 주는 동시에 자신감을 드러낸다. 대신 디자인은 단순한 걸 선호한다. FT는 “퍼스트레이디·국무장관·상원의원 등으로 숱하게 카메라 앞에 서면서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입는 법을 터득한 듯하다”며 “트레이드 마크인 바지 정장은 리더십 있는 여성 정치 지도자의 이미지를 배가시킨다”고 평가했다. 또 진주 귀걸이 등 눈에 띄는 액세서리로 패션의 완성도를 높인다.

FT는 트럼프가 좋은 옷을 형편없이 입는다면 샌더스는 별로 좋지 않은 옷을 형편없이 입는다고 평가했다. 샌더스도 옷을 대충 입는 인상을 준다. 정장은 대체로 낡았고 헐렁하게 입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이 진지하고 학구적인 샌더스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WP는 “샌더스의 옷차림을 보면 정책 보고서에 파묻혀 있느라 며칠간 옷 갈아입는 걸 깜박한 게 아닌가 싶다”며 “무신경한 패션이 나빠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샌더스의 진지한 이미지는 그의 헝클어진 머리에서 배가된다. 샌더스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로 연설할 때가 많다. 반듯하게 빗어올린 정치인들과 딴판이다. 젊어 보이려고 염색도 하지 않는다.

시스네로스는 “샌더스는 옷차림보다 헝클어진 머리로 자신의 에너지를 표현한다”며 “머리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연설에 집중하는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준다”고 말했다.

정치인에게 패션도 메시지라면 미국 국민들은 이들 대선 주자 3인방 중에서 어떤 메시지를 선택할까. ‘위대한 미국의 재건’일까, ‘당당하고 노련한 여성 지도자’일까, ‘진지하고 열정적인 정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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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OX]

캐주얼 정장 입는 빌 클린턴, 단정한 드레스 차림 멜라니아 ‘패션 내조’

미국 대선주자 못지않게 배우자의 패션도 주목을 끌 때가 많다. 배우자가 유명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아내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바로 그런 경우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멜라니아의 ‘패션 내조’는 어떨까.

우선 클린턴(사진①) 전 대통령은 노타이에 캐주얼 정장 차림이 많다. 아내인 힐러리에게 유권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자신은 수수하게 입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해석했다. 힐러리가 화려한 바지 정장으로 여성 지도자의 이미지를 한껏 뽐낸다면 클린턴은 짙은 색 재킷과 체크무늬 셔츠로 옆집 이웃 같은 친근함을 주는 식이다. WP는 “과거의 달변 대신 차분한 어조로 힐러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다”고도 전했다.

전직 모델인 멜라니아도 트럼프 패션의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의 큰 양복이 정돈되지 않은 인상을 주는 데 반해 멜라니아(사진②)는 몸에 꼭 맞는 심플한 드레스로 단정한 느낌을 준다. 멜라니아는 화려한 패턴과 노출이 있는 옷은 거의 입지 않는다. 지난 3월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공화당 후보는 자신의 선거 광고에 2000년 GQ잡지에서 찍은 멜라니아의 세미 누드 사진을 넣고 ‘이런 퍼스트 레이디를 원하는가’라고 적어 논란이 일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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