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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그래, 오늘은 짜장!

금메달 무게= A4 용지 1장…빈 종이컵 2개…계란 1개의 껍질…방울토마토 1/4쪽. 무게를 느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미미하다. 모두 6g. 이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의 6g짜리도 있다. 올림픽 금메달 금의 무게. 순금이 아닌 도금 메달로 금박으로 덧칠한 금의 양이 6g이다. 이걸 목에 걸면 명예와 큰 부속 가치가 줄줄이 따라온다. 주말 시작되는 브라질 리우올림픽에는 306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총 순금 양은 1836g. 선수 1만500여 명은 6g의 금빛 환희를 놓고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생과 사' 무게= 둘 사이를 가르는 것은 21g의 차이다. 닥터 맥두걸은 영혼의 무게를 측정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초정밀 저울에 올려놓고 그가 세상을 뜬 직후 무게의 차이를 잰 것이다. 7명의 환자를 측정한 결과, 죽은 자는 모두 21g이 가벼웠다.

A4 용지 3장 반, 종이컵 7개, 5센트 동전 다섯 개의 무게. 인생은 21g을 놓고 벌이는 올림픽이다.

동메달 행복= 시상대에 올라선 선수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높은 자리 금메달은 역시 환한 미소다.(때론 감격의 눈물도 있다) 그런데 은메달리스트는 동메달에 비해 시무룩한 경우가 많다. 1995년 매들리·길보비치 교수 논문에 따르면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만족감을 나타냈다. 동메달은 메달권에 들어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다.



반면 은메달은 '조금만 더, 이렇게 할걸…'의 후회다. 수영종목에서 0.02초 차이로 은메달을 건 선수는 '손톱 2cm만 더 길렀어도…'라는 아쉬움이 평생 마음을 괴롭힌다.

'짬짜면' 역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일상에서 가장 갈등을 겪는 순간이다. 얼큰한 짬뽕이 생각나지만, 달콤한 짜장면도 지워지지 않는다. 큰 결심 끝에 둘 중 하나를 골라 먹지만, 남는 건 미련이다. 혁명적인 제품이 나왔다. '짬짜면'.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몇 년 만에 시들시들 거의 종적을 감췄다. 왜! '후회'라는 조미료가 빠졌기 때문이었다.

'짜장면(짬뽕)을 시키면, 짬뽕(짜장면)을 시킬 걸' 하는 후회가 있어야 다시 중국집을 찾게 된다. 그런데 두 개를 동시에 다 먹다보니 중국집을 찾는 빈도가 줄어든다. 중국집 주인은 처음엔 쾌재를 불렀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출 감소를 겪는다. 양손에 떡을 쥐면 '앉아있게' 마련이다. 후회와 미련이야말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반사실적 사고= 객관적 사실을 떠난 사고(상상력)이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이었다면'이라고 상향적(up) 상상력을 하게 된다. 동메달리스트는 '빈 손으로 갈뻔했네, 끔찍해'하고 하향적(down) 상상력을 한다. 인간의 행·불행은, 반사실적 사고를 내게 어떻게 적용하느냐다. 상향적 반사실적 상상력은 개인이나 조직에 힘을 불어 넣는다. '이것을 조금 더 하고, 저것을 조금 덜했다면…'. 반사실적 사고를 한 뒤에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정보를 더 쉽게 수용해 방어적이거나 경직된 행동을 줄일 수 있다.

후회가 미래= 후회의 전제는 목표다. 목표는 여러 가지 중에 하나를 정하는 선택이다. 선택은 반드시 후회를 강요한다. 다시 말해 목표는 선택해야 하기에 반드시 후회를 가져온다. '목표를 정했으니 후회없이 해보겠다'라는 말은 틀린 것이다. 21g의 가벼운 인생은 깨지기 쉽다. '은메달의 후회'와 '동메달의 안도', 그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조각의 금메달리스트 로댕은 대리석 덩어리를 보면 그 안에서 '꺼내달라'고 외치는 희뿌연 인물이 보인다고 했다. 로댕의 일은 그 인물 외곽의 돌을 쪼아내고, 들어내고, 갈아내는 것이다. 그 작업이 후회다. 후회는 목표를 선명하게 하고, 미래를 끄집어낸다.


김석하 사회부장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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