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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Are you President?

[LA중앙일보] 발행 2016/11/14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11/13 16:54

김석하 / 사회부장

# 미국과 한국에서 대통령 때문에 난리다. 이곳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적·개인적 성향을 문제삼아 '반트럼프' 시위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토요일 LA에서만 8000명 이상이 거리로 나왔다. 한국에서는 그날 100만 명이 '반박근혜' 시위를 벌였다. 머나먼 두 나라에서 거의 동시에 '반대통령' 물결이 거세게 출렁이고 있다. 두 곳의 시위 구호를 합해보니 "Not my President…물러나라!"

#사소한 단어의 뜻도 '○○는 ○○다'라고 딱 부러지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잡다한 설명을 나열해야 한다. '김치는?' '건물은?' 추상명사로 가면 더하다. '우정은?' '정치는?'. 답하기 쉽지 않다. 한미 양국을 달구고 있는 '대통령'은 무슨 뜻인가. 사전을 뒤져 금방 찾아낸다 하더라고 사실 그 속뜻은 매우 복잡하다. 또 만국의 공통개념 단어도 아니다.

#President와 대통령. 'President'를 찾으면 그 뜻이 여러 개 나온다. 대통령, (기업·클럽)회장, 사장 등등. 조직의 제일 높은 사람, 대표책임자,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대통령'을 찾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하나의 뜻만 나온다. 그렇다면 같은 한자문화권인 동북아의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大統領'은 같은 뜻인가. 일단 대통령은 우리밖에 없다. 정치체제가 다른 두 나라에서는 주석(중)과 수상(일)을 쓴다. 게다가 우리가 인식하는 뜻과는 미묘하게 다른 뜻이다.

#대통령의 원조인 미국의 President는 'preside(회의를 주재하다, 의장으로 행하다)'로부터 유래된 단어다. 건국 초기 13개주 회의를 주재했던 직책을 말한다. 이 단어를 쓴 이유는 황제나 왕의 명령(군림)이 아닌, 민주적 토론이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즉 '회의를 거쳤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일본과 중국은 전혀 다르다. 지금은 없어진 단어지만 '統領'은 '사무라이를 통솔하는 우두머리' 또는 '무관의 계급명'이었다. 그 세계는 상명하복, 명령에 절대복종해야 하는 체계다. 회의는 당연히 없다. 이 통령에 '大'를 붙인 일본식 조어가 대통령이다. 따라서 President와 대통령은 탄생 배경이 판이하다. 반대말에 가깝다. 회의를 주재하는 자와 크게 거느리고 다스리는 자…다른 사람 아닌가.

#아미타이 에치오니(Amitai Etzioni)는 1972년 'The Grand Shaman(대주술사)'라는 글에서 미국 대통령을 주술사에 비유해 풍자했다. "미국인들은 사회문제에 직면했을 때 대통령과 의회, 주지사 등 정치인들이 엄청난 제스처를 보이면서 일련의 약속과 위협으로 이루어진 환상적인 소음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무엇 하나 달라지는 건 없다. 미국인들의 우두머리들은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 비를 내리게 해달라고 비는 주술사와 같다."

# 지금 미국의 시위는 결말이 예상되는 '주술사'의 희극적 비극성에 불안해하고 있다. 마침 무대의 주인공인 트럼프는 '남이 나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는 돌발성 신념까지 지녔다. 불확실, 예측불허의 시대. 그래도 미국은 낫다. 당장 덥친 것이 아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에 반해 작금의 대한민국은 이미 확인된 '주술적' 희비극에 몸서리치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해온 President였나? 이 질문에 그가 장관들을 보며 대답했던 적이 있다. "굳이 얼굴을 보고 회의를 해야 하나요?"

그렇다면, 크게(大) 거느리고(統) 다스려온(領) 사람이었나? 연일 쏟아지는 수많은 증거는 '(본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답이 나오면 그 다음은 모든 게 쉽다. "Are you President?" "당신은 대통령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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