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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 안 좋아, 난 너 못 믿어…하지만 잘 지내자'

트럼프 '적과의 화해' 스타일
앙숙 NYT 본사 직접 방문해
"NYT 안 읽으면 20년 더 살 것
그래도 미국의 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적과의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트럼프는 22일 뉴욕 맨해튼 뉴욕타임스(NYT) 본사를 찾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09년 1월 당선인 신분으로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을 방문해 WP 경영진·기자들과 인터뷰했다.

NYT는 이번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트럼프의 세금신고 내역서를 폭로하는 등 '트럼프 죽이기'에 앞장섰던 신문이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중 NYT 기자를 "세상에서 가장 못되고 부정직한 이들"이라 비난했다. "당선되면 바로 소송을 걸 것"이란 협박도 했다. 그런 '원수'의 집에 스스로 발을 옮긴 것이다. 먼저 발행인 겸 회장인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와 15분간 비공개 회담을 나눈 트럼프는 논설실장·편집국장·칼럼니스트·기자 23명과 점심을 함께 하며 1시간 정도 공개 간담회를 했다. 트럼프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말은 거침없이 했다. 그는 "당신들은 (선거기간 중) 나를 가장 거칠게 다뤘다. 당신들은 '워싱턴포스트도 그랬잖아'라고 할지 모르지만 WP는 그래도 가끔 좋은 기사를 썼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바로 화해의 제스처를 내보였다. 그는 "난 NYT에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있다. NYT는 위대한 미국의, 세계의 보석"이라 치켜세웠다. 나아가 "난 (NYT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 업무(대통령 직무)를 훨씬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NYT를 (평소) 읽느냐"는 기자 질문에 "불행하게도 읽는다"며 웃음을 유도한 뒤 "만약 NYT를 읽지 않는다면 아마 20년은 더 살 것"이라고 농담했다.

CNN의 한 평론가는 "트럼프는 전날(21일) 5개 방송사 사장과 앵커 등 25명은 트럼프타워에 불러들였다. 직접 NYT를 찾은 건 상당한 예우를 갖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이틀간 언론에 던진 메시지는 '난 너를 안 좋아해. 난 너를 믿지 못해. 하지만 잘 지내자'라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트럼프의 이날 행보는 이랬다. 22일 오전 6시16분 트위터에 'NYT 방문 취소' 띄움("NYT가 면담 형태를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했다"는 이유였지만 NYT는 "원래 공개였다" 반박)→NYT와 협상해 일부 비공개, 일부 공개로 조정→NYT 비난과 극찬, 관계 개선 의지 피력→양측 만족(합의) 수순을 밟았다. 상대방을 혼란케 한 다음 자신의 뜻대로 이끌어가는 트럼프의 전형적 협상 스타일이다.

이날 트럼프는 NYT에 굵직한 단독 기사도 선물했다. 당초 공약을 뒤집고 실용주의 노선을 걷겠다는 약속을 했다.

첫째, 클린턴을 사법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는 "클린턴을 기소하는 것은 미국을 매우 분열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 지지자들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검사를 임명해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 문제를 재수사,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했던 발언을 철회한 것이다.

둘째, 트럼프는 파리기후변화협약 관련 질문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기후변화협약을 폐기하겠다는 게 당초 공약이었다. 그는 이날 "난 인간의 활동과 기후변화 간에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셋째, 수사기관의 고문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고문보다는 테러 용의자들과 신뢰를 구축하고 협조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란 (유력 국방장관 후보) 제임스 매티스 전 장군의 말이 내 마음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로 그의 사업체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은 완전히 내 편이다. 대통령에게는 이해상충 같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발언은 기술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윤리적으로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언론은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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