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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트럼프의 'vs 세상'

vs(versus)를 가운데 두고, 앞과 뒤는 대결이다. A vs B하면, A와 B가 맞붙는다는 뜻이다. 'vs의 세상'은 물리적 충돌이든, 지적·정서적 경쟁이든 한쪽은 다른 쪽을 눌러버려야만 한다.

vs의 주체와 객체가 둘 이상이 되면 어떤가. 상대방도 다르고, 싸우는 목적(이유)도 다르다면 말이다.

취임 20일이 채 안 된 트럼프 정부가 딱 그 모양새다. 어떤 날은 멕시코(장벽)와 붙다가 다른 날은 이슬람 국가와 붙고, 또 다른 날은 연방법원 판사들과 대결하고 있다.

트럼프 세상을 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러다 무슨 일 나겠다'와 '거침없는 추진력이 대단하다'이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무슨 일 나겠다'로 쏠리는 거 같지만, 샤이(shy) 지지자들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현재까지 나온 이런저런 여론조사를 보면 양 진영은 거의 절반씩으로 나뉘었다.



이슬람 7개 국가 입국 금지를 골자로 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이 발동됐을 때, 미국도 놀랐고 전 세계는 분노했다. 친 트럼프 진영마저 '이렇게 빨리'라는 말이 나돌았다.

엄청난 내용의 이런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s)이 연일 발표되자, 행정명령이 생소했던 일반 국민은 '저렇게 쉽게 막 발표하고 시행된다면, 그걸 폐지하는 것도 뭐 어렵지는 않겠지'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의회가 대통령 행정명령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입법을 통해 행정명령의 무력화를 시도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 양원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재의결할 수 있지만 현재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에선 쉽지 않다.

결국 행정명령 폐지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연방대법원의 무효 판결뿐이다. 그런데 이게 현실화될 조짐이다. 지난 4일 시애틀 연방법원은 트럼프의 반이민 명령 행정명령을 잠정 중단(TRO)시켰다. 주말 트럼프 행정부는 항고했고, 결국 대법원으로 갈 모양이다.

업신여길 모(侮)에 욕될 욕(辱). 'vs의 세상'에서는 모욕이 필수다.

2015년 파리 주간지 '샤를르 에브도' 총기 난사 12명 사망. 서방의 시각은 '이슬람=테러=나쁘다'였고, 반대 진영 이슬람의 시각은 '신을 모욕=응당한 대가'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 연장전.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갑자기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팍을 정통으로 박치기하고 퇴장당했다. 누이를 모욕했다고. 이탈리아 우승. 단순한 등식이 충돌한다. '지단=미친 x' vs '나라도 그랬을 걸'.

모욕은 강렬하고 단순한 결론만 남게 한다. 때론 상대를 죽이고 내가 죽어도 될 정도다. 트럼프는 반이민 행정명령이 막히자, 막말을 쏟았다. "미국의 법 집행력을 빼앗아 간 소위(so-called) 판사라는 자의 의견은 터무니가 없고 뒤집힐 것이다. 판사가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나라를 열어줬다. 나쁜 사람들이 매우 기쁠 것이다."

행간을 읽으면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테러리스트에게 문을 열었다. 기뻐할 것이다." 그 다음은 무엇을 상상하겠는가.

트럼프는 '치킨게임'에 달인임이 분명하다.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 보고 달리다 먼저 핸들을 틀어 피하는 쪽이 지는 게임. 이기려면 상대에게 심리적 공포심을 안겨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난 제정신 아니다"를 소문내는 것이다. 강한 압박에 따른 상대방의 양보, 그는 이걸 협상의 기술로 본다.

조만간 북한(핵) 문제가 트럼프 앞에 놓일 것이다. 걱정되고 두렵다. 트럼프가 적어도 '모욕적 막말'은 안 했으면 한다.

2016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I, Daniel Blake'에서 주인공은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 거지"라고 한다. 북한이 어른거린다.


김석하 사회부장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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