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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없는데 심장병? 여성 흉통 드물어 골든타임 놓쳐

피로·불면증·숨가쁨·소화불량…
다른 병으로 착각, 참다 치료 늦어
여성 사망 원인 중 암 이어 2위
폐경 후 특히 조심…꼭 정기검진을

심장질환은 남성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많이 걸린다. 남성처럼 가슴에 통증이 잘 나타나지 않아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다. 심장질환에 걸리고도 이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심장질환 징후로 불면증·피로감·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질환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고혈압·당뇨 등이 발견되면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여성에게 심장질환은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다. 여성 10만 명 중 114.4명이 암으로 숨지고, 56.2명이 심장질환 때문에 숨진다. 뇌혈관질환(49.7명, 3위)보다 심장질환 사망자가 더 많다. 남성(55명)과 비교하면 여성 심장질환 사망자가 근소한 차이지만 더 많다.

이런데도 여성들은 심장질환을 '남성한테 주로 발생하는 병'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생각하는 배경엔 남녀에게서 심장질환의 증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 있다.

대표적인 심장질환인 심근경색증을 보자.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병이다. 남성은 심근경색에 걸리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 즉 흉통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이에 반해 여성 환자는 흉통 없이 발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58세 여성인 김모씨는 소화불량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소화가 잘 안 되는 때가 많았는데 그날따라 소화가 유독 더 안 되고 가슴에 돌멩이를 얹은 듯 답답했고 심하게 울렁거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화제를 먹고 증상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지만 증상이 더 심해졌다. 김씨는 "나중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해져 응급실에 갔는데 설마 심근경색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를 진료한 김명아 서울시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 환자는 심장 혈관이 막혀 소화불량같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났다. 여성 환자는 이런 증상을 단순히 소화불량으로 여기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급성 심근경색 사망률 높아

해외 연구에서도 여성 심장질환자에게선 가슴 통증이 수반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박성미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가슴 통증 없이 ▶피로감(환자의 70%) ▶불면증(48%) ▶숨가쁨(42%)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밖에 소화불량·울렁거림·우울이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등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심장질환=흉통'으로 알려지다 보니 여성은 심장질환이 나타나도 잘 알지 못하고 종종 치료 시기를 놓친다. 박성미 교수는 "여성은 흉통 이외의 증상을 심장질환으로 여기지 못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협심증·심근경색증 같은 허혈성(虛血性) 심장질환에 걸리면 남성보다 치료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관상동맥(심장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근육에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여성은 심장질환이 남성보다 평균 10년 늦게 나타난다. 이는 폐경과 관련이 있다. 김 교수는 "허혈성 심장질환의 경우 여성의 발병률은 폐경 전엔 남자보다 낮지만 폐경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남성과 같거나 남성을 추월한다"고 설명했다.

또 폐경이 일찍 올수록 심장질환 위험이 높다. 국제학술지 '폐경'에 2006년 실린 논문에 따르면 40세 이전에 폐경한 여성은 50세에 폐경한 여성보다 심장질환 위험이 4.55배 높았다.

폐경 이후 심장질환이 많아지는 것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에스트로겐은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혈중 지질에서 나쁜 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10~20% 증가한다. 반면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은 10% 줄어든다. 혈중 지질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힐 위험이 높아진다. 아울러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면 혈압이 높아진다. 에스트로겐이 혈관을 이완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폐경 여성 중에서도 당뇨가 있으면 심장질환 고위험군에 속한다. 김 교수는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생하는데 여성에게서 이럴 위험이 더욱 높다"고 말했다.

이런 만큼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이 있는 중년 여성은 흉통 이외의 심장질환 증상을 미리 잘 알고 있는 게 좋다. 우선 이유 없이 피로를 느끼고 밤에 잠을 잘 못 자거나 숨이 가쁜 증상이 있으면 심장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가슴을 쥐어짜는 정도가 아니더라도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는 증상이 이어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당뇨병 있는 폐경 여성 고위험군

50세 여성 이모씨는 가슴 두근거림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중풍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돌보는 데다 아들은 수년째 취업을 못 하고 있다. 가슴이 두근거려도 화병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2개를 삽입하고 나서야 증상이 나아졌다.

김 교수는 "여성은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이 있으면 심장질환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도 화병으로 여긴다. 피로 때문에 힘들어도 '갱년기 증상이겠거니' 여기며 참다가 병원에 늦게 오는 바람에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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