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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북서단…바다절경이 펼쳐지는 곳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니아 베이(Neah Bay)

오리건 코스트를 따라 북상하다 보면 아담한 어항들을 만난다. 어획량이 많은지 어부들의 손은 바쁘고 부두는 사람들로 붐빈다. 태평양 바다를 끼고 있는 유명한 오리건 101 하이웨이를 따라 절경이 펼쳐진다. 바다옆 절벽을 따라 가노라면 어느새 바닷가 마을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면 숲이 나와 지루할 틈이 없다.

오리건 중부 해안을 지나다 보면 1936년 미국 대공황 시기에 만들어진 1마일 길이의 높은 다리를 지나게 된다. 다리를 건너면 1860년대 개척된 1만여 명 사는 제법 큰 뉴포트 시가 나온다. 굴 양식과 게잡이로 유명한 곳이다. 남쪽으로 몇 마일 떨어진 사우스 비치 주립공원에서 캠핑을 하며 둘러봤다.

태평양에서 내륙으로 움푹 들어온 야퀴나 만을 따라 형성된 어항에는 늘어선 고기잡이배와 어시장과 어류가공공장, 식당, 선물가게가 즐비하고 관광객들이 꽤 많다. 식당들은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데 굴튀김이 일품이다.



특이하게 이 곳에는 모비딕에 관한 벽화들이 많았다. 허먼 멜빌 소설 모비딕의 무대이자 19세기 포경업 중심지였던 보스턴 남쪽 도시 뉴베드포드와 무슨 상관이 있나 잠시 고민을 했다. 항구를 돌아 다니다 그 답을 찾았다. 이곳 앞바다를 통해 8000여 마리 고래가 철 따라 이동한다. 북쪽으로 올라간 고래들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약 110마일 북서쪽의 후안 데 푸카 해협 한가운데를 지나 알래스카로 간다.

특히 오리건 주 뉴포트시는 알래스카 주와 멕시코 사이를 2년 주기로 이동하는 귀신고래를 관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해안을 따라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신비한 고래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유람선이 떠나고 있었다.

지난해 서둘러 알래스카로 향하느라 가보지 못했던 고래잡이로 유명한 니아 베이로 향했다. 마카 원주민이 사는 후안 데 푸카 해협의 끝자락 니아 베이는 미본토의 최북서단으로 800여 명이 사는 오지 마을이다.

101 하이웨이를 타고 오리건을 넘어 워싱턴주로 넘어갔다. 원시림과 만년설의 올림픽 국립공원을 지나가야하는 먼길이었다.

포크스라는 산중 작은 마을에서 하루를 묵고 올림픽 국립공원의 전진기지 같은 포트 에인젤스 시까지 이동했다. 포트 에인절스에서 미 본토의 최북서단 니아 베이까지는 80마일이다. 굽이굽이 도는 112번 국도는 왼쪽으로는 올림픽 마운틴의 원시림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후안 데 푸카 해협을 끼고 있다.

니아 베이는 1840년대 백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1920년대 상업항이 만들어진 곳이지만 3500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고래사냥과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온 마카 원주민의 고향이다. 워낙 오지라 그런지 마카 원주민은 백인들에 쫓겨나지 않고 자치권을 가지고 살고 있다.

1984년부터 국제적으로 고래잡이가 금지됐지만 1999년 이 해역의 고래 수가 늘어나자 국제 포경위원회에서 마카 원주민에게는 상업목적이 아닌 전통적 차원에서 소량의 고래사냥이 허용됐다. 그때 70년 만에 이뤄진 마카 원주민들의 고래사냥은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원주민들은 고래의 몸뚱이 위에 올라가 노를 쳐들고 승리의 함성을 올렸다. 고래잡이를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은 이들에게 그건 마카족의 고래가 아니라 하느님의 고래라고 외쳤고 마카족은 당신들은 소고기 햄버거나 먹으라고 응수했다. 환경운동가들은 마카족의 전통 고래잡이가 노르웨이, 일본 등 고래를 포획하는 국가들에 빌미를 줄까 우려하고 있다.

어렵게 며칠 만에 도착한 니아베이는 정말 작고 한가한 곳이었다. 이들의 고래잡이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 내부는 아쉽게도 촬영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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