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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눈물은 왜 짠가

[LA중앙일보] 발행 2018/02/26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8/02/25 17:22

과학과 감정이라는 이질적 두 세계. 멀리 떨어진 둘 사이는 묘하게도 '눈물'에서 만난다. 미량의 분비물로 눈을 적시고 이물질을 씻어내는 눈물은 사실 과학이다. 그런데 이 물기는 슬픔ㆍ기쁨ㆍ두려움 등과 만나면, 양이 많아지면서 눈 밖으로 흐르게 된다. 과학적 '습기'가 뜨거운 감정을 만나 울컥대는 게 눈물이다.

막을 내린 평창 올림픽은 과학이다. 애초 운동이라는 것이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유독 겨울 스포츠 종목은 과학-각도ㆍ속도ㆍ높이 등에서 아주 작은 차이가 환희와 좌절을 가른다. 과학이 앞선 겨울올림픽에서, 감정이 남는 몇 장면을 돌아본다.

#1 대한민국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이 이 경기에 쏠려있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지난 14일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과 맞붙었다. 남과 북, 미국, 일본이 뒤섞여 있는 매우 정치적인 이 경기는 전세계의 주목거리였다. 북한 선수가 합류하면서 마치 우리 선수들이 '밀려나는 것 같은' 차별을 두드러지게 강조한 한국 내 일부 집단과 언론,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기 위해 국적을 바꾸고 참가한 한국계 미국 선수들, 한일전이라면 목숨 걸고 보는 일부 국민, 단일팀 철회를 요청한 국회의원, 단일팀을 평창의 흥행카드로 만들었던 IOC 위원들. 저마다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이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단일팀의 첫 골이 나왔다. 주인공이 '재미있다'. 남북단일팀인데 한국도 북한 선수도 아니었다. 한국 엄마와 미국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재미한인 랜디 희수 그리핀. 최종 어시스트한 선수조차 한국계 입양아 미국인 박윤정(마리사 브랜트). 그리핀은 골을 넣은 후 헬멧 속에서 울었다. 알았으리라. 남북단일팀의 무게와 그 첫 골의 의미, 자신의 역할. 지켜본 국민도 울었다. 기쁨만은 아니었다. 모두의 눈물 속에는 뭔가의 '+@ 감정'이 있었다.

#2 지난 13일 여자 쇼트트랙 캐나다 선수 킴 부탱은 시상대에 올라 울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 여자아이가 큰 공포심을 느껴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울먹거리는 모습이었다.

500미터 결승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던 최민정 선수가 반칙으로 실격패했다. 그런데 한국의 네티즌들은 킴 부탱이 반칙을 했는데, 최민정이 한 것으로 판정이 났다며 열을 올렸다. 부탱의 소셜미디어에는 한글과 영어로 된 욕설댓글이 난무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국뽕'은 2018년 평창에서도 여전했다. 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인 국뽕은 자국선수 최고, 못해도 이상한 칭찬, 잘하면 너무 오버, 질 때는 상대방 비난 일색이다. 부탱의 눈물에는 공포심 이외에 대한민국의 삐뚤어진 애국심이 들어있었다.

#3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은 팀추월 경기 후 '대한민국의 적'이 됐다. 그녀는 지난 19일 준준결승전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뒤 마지막에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맨 뒤에는 뚝 떨어져 노선영 선수가 있었다. 경기 장면을 보면, 마치 앞의 두 선수가 맨 뒤 선수를 왕따한 것처럼 보인다. 전국민이 난리가 났다. 청와대에 김보름을 국가선수에서 빼버리라는 청원이 무려 50만 건이 올라왔다고 한다. 24살 난 여성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보름이는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 어떤 질문을 해도 같은 말이 나왔다. 기자회견에서도 반복되는 사과에 한 외신 기자가 "무엇에 대해 그렇게 계속 사과하는 것이냐"고 질문할 정도였다. '천천히 꼴찌로 같이 들어왔어야 했나'. 스피드스케이터에겐 질주하는 게 본능일 텐데.

김보름은 24일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0.03초 차이로 은메달을 따낸 뒤 차가운 빙판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그 사이로 '큰 눈물'이 보였다. 보름이의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감정의 끝은 눈물이다. 눈물은 짜다. 그 속성은 썩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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