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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아라비안 나이트의 본향 사마르칸트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7>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 가운데 여행자들에게 가장 '팜므파탈'의 유혹적인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사마르칸트'다. 이 도시의 지배자는 수없이 바뀌었다. 이 도시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세상을 제패하려는 야심 찬 왕들에게도 매혹적인 도시였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이 도시는 흥미로운 곳이었다. 이야기는 단지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이다.

이야기는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고, 연극이 되며, 오페라가 되고, 음악이 된다. 일찍이 영국은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날 잘 만든 만화 캐릭터 하나가 공장 수백 수천 개에서 생산된 물건의 값어치보다도 높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온 세상 어린이에게 꿈과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아라비안 나이트'는 아랍과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국에서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집대성해서 만든 이야기이지만, 시작은 이렇게 한다. "옛날 페르시아에 사산이라는 이름의 왕조가 있었다. 이 왕조의 술탄인 형 샤흐라야드는 군주로서는 드물게 형제간에 우애가 넘쳐 동생에게 왕국을 하사했다." 바로 그 왕국의 도성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사마르칸트다.

천일의 밤하고도 하룻밤 더 계속되는 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가 있어서 내게 사마르칸트는 특별한 도시다. 이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온갖 전설과 우화, 모험담, 사랑이야기들이 다 들어 있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맘껏 날아다니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이야기', 동방으로의 항해를 떠나는 '신드바드의 모험',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에 사로잡히게 했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어부와 악마의 이야기', '짐꾼과 바그다드의 세 처녀 이야기' 등은 어린 나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곤 했다.



그 시절 내 마음에도 그런 모험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락방은 내게 온 세상이었고, 좁은 마당이 사막이었고 수돗가가 오아시스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국의 신비한 기운을 사막의 신기루처럼 아련히 쫓았다. 나는 담요 위에 올라가 무던히도 하늘을 나르려고 퍼덕거렸고, 세숫대야에 올라타고도 망망대해를 항해해서 원숭이 섬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언제나 세 가지 소원은 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다녔다. 나는 지금도 자동문 앞에 서면 습관처럼 '열려라 참깨'를 중얼거린다. 내게 언젠가 한번은 참배를 해야 하는 이야기의 메카가 바로 사마르칸트였다.

사마르칸트에 다가가면서 이 사막 한가운데 아무다리아 강과 시르다리아 강 두 개의 강을 품은 오아시스의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이 도시에 들어와 이 무한한 문화적, 관광 상품적 가치가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흔적이 없는 것에 곧 실망하고 말았다. 내가 찾아 낸 곳이라곤 기껏해야 '알리바바'란 간판을 내건 식당이 전부였다. '아라비안 나이트'가 바그다드의 전유물이 되도록 사마르칸트 시당국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해진 남이섬에도 그렇게 관광객이 몰리는 것을 생각하면, 사마르칸트 시당국에 조언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야기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엄청남 힘을 가지기도 했다. 땅 위의 모든 여자를 미워하고 저주하던 강퍅한 술탄 샤흐라야드도 세헤라자드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의 백성 모두를 사랑하여 나라 전체에 평화가 깃들어 태평성대를 누렸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좌절한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힘을 주기도 하고 평화를 소원하는 곳에 평화를 부르는 세레나데가 되기도 한다. 나의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가 그런 역할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싶다.

나는 유라시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또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어느덧 7개월 넘게 달리고 있다. 어릴 때 나는 늘 세 가지 소원을 말할 준비를 하고 다녔지만 결코 그것을 말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내게 세 가지 소원은 늘 바뀌었지만 이제야 그것을 말할 기회가 생겼다. 통일의 문 '열려라 참깨' 평화의 문 '열려라 참깨' 사드는 '가거라 참깨' 핵무기와 온갖 전쟁무기도 '가거라 참깨.'


강명구 / 수필가·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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