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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소중한 재산

5월 하늘은 푸르다. 무심하게 올려다보면서 그 푸른 하늘 안에 푹 안기고 싶다. 나의 오감을 동원해서 하늘의 대범함에 빠져 접혀있던 마음도 활짝 펴지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변하지 않은 취미 중 하나가 상점에서 카드를 고르는 것이다. 겉이 반짝거리는 그림보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글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50년 전에 한국에 계신 우리 할머니께 보내 드렸던 카드가 아직도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1990년 LA다운타운에 세워진 현대미술관의 별관인 게핀 컨템포러리(The Geffen Contemporary)에 가 보았다. 아르헨티나의 미술가 아드리안 빌라 로하스(Adrian Villar Rojas)의 작품 'The Theater of Dissapearance'을 관람하였다. 이 작품은 아티스트가 세계를 다니며 수집한 큰 바위와 자연과 인간관계가 상반되는 독보적인 전시회였다. 과거와 현재 시점에서 인류와 만물이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변하는 차이점을 보여 주는 심도 있는 작품이다. 2년 동안이나 걸쳐서 미술관의 웨어하우스에서 직접 준비한 전시여서 뜻 깊게 감상했다. 작가의 작품은 휴먼은 죽지만 가공된 사물들은 적절한 온도에 맞추면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여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을 조명을 사용해야만 탐구하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의 소유물들 중에 변치 않는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에겐 소중한 재산이 있다. 따뜻한 정을 마음의 글로 표시한 카드들이다. 그중에는 엄마, 아빠가 대신 써 준 내 어린 손자, 손녀의 카드들, 어머니 날에 아들, 딸로부터 받은 카드들도 제법 수북이 쌓여있다. 가끔 이 카드들을 읽어보면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카드의 글 내용이 점차 성숙해지는 것을 볼 수 있고 대학에 다닐 때쯤은 철자법이 틀린 한글로 감사의 표현을 한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떨어져 나가서 쓰게 된 카드였기 때문인 것 같다. 적어도 40년 동안 차곡차곡 쌓인 카드는 내 생애의 귀한 유산으로 간직하고 있다.



요즈음 학생들에게 세상의 무엇보다 귀한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일깨우고 싶은 마음에서 그동안 모았던 카드 중에서 몇 개를 골라 내가 가르치는 교사 수련생들에게 보여주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일깨워주고 표현 방식도 가르치는데 참고로 하라고 가지고 간 것이다. 칠판에 "어머니, 매일 학교에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등을 써주면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으며 어머니라는 단어는 사랑의 대명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을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수업 참관을 할 때에 고개를 푹 수그리고 시선을 카드 위에 고정시켜 꼬무락거리는 손가락으로 폈다 오므렸다 하면서 편지를 쓰는 꼬마들이 너무 귀엽다. 아마 카드를 받고 읽는 엄마는 눈을 깜박이며 읽을 것이다. 글을 읽기보다는 사랑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 책상 서랍에는 매년 어머니 날에 나의 할머니부터 시작해서 나의 손녀까지 5대를 거쳐서 주고 받은 카드들이 나란히 놓여있다. 그 당시의 카드는 색채도 종이의 질도 얼마나 좋았던지 아직도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나에겐 아직 할머니, 어머니, 나, 딸과 손녀가 한데 어우러진 사랑의 통로가 언제나 열려있다. 내 손녀에게 지금도 증조 할머니 얘기를 하면서 얘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주위를 가득 채운 5월의 향기를 맡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학교를 향한다. 오늘은 학생들이 어머니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뿍 담은 카드를 만드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에게 "기쁜 어머니 날" 이 되기를 바라면서 유난히 푸른 하늘과 눈이 마주친다.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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