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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강 커제 “AI 덕분에 세계 바둑 껑충 뛰었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2 08:06

삼성화재배 16강 무난히 진출
“외부 활동 줄이고 바둑에만 집중
한국 신진서 9단 성장세 돋보여”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은 "최근에는 바둑에 의미 없는 대외적인 활동을 최대한 하지 않고, 바둑에만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기원]

중국 랭킹 1위 커제(21) 9단은 전 세계 바둑계의 수퍼 스타다. 2008년 입단 초기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2015년부터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제2회 백령배를 시작으로 제20회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까지 단숨에 타이틀을 차지했다.

커제의 명성을 더욱 드높인 건 2016년 제21회 삼성화재배에서 2연패를 달성한 일이었다. 1988년 첫 세계 대회(후지쯔배)가 창설된 이래 30년 동안 같은 대회를 2연패 한 중국 기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커제가 중국 바둑의 역사를 새로 쓰자 중국은 커제를 ‘세계 최강’으로 부르며 열광했다.

커제의 대범한 성격과 거침없는 입담도 그를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가끔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중국뿐만 아니라 바둑계를 대표하는 스타다. 2018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커제 9단을 지난 6일 경기도 일산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만났다.


2018 삼성화재배에서 왕위안쥔 8단을 꺾고 16강에 진출한 커제 9단(오른쪽). [사진 사이버오로]


Q : 삼성화재배 32강전을 2승 1패로 통과했다. 이번 결과를 평가하자면.

A : “아직은 말하기 이르다. 삼성화재배 모든 경기가 끝난 뒤에 평가하고 싶다. 다만, 셰얼하오 9단과의 바둑에선 엄청난 착각으로 순식간에 패배하고 말았다. 이런 실수는 앞으로도 내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왕위안쥔 8단과의 대국에선 2승을 거뒀는데 두 판 모두 어려움이 없었다.”


Q : 하루에 바둑 공부는 얼마나 하는지.

A : “통계를 낸 적은 없지만, 최근 반년 동안은 확실히 공부량이 많이 늘었다. 요즘에는 바둑 두는 것 외에는 다른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성적에 의미가 없는 일이라면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Q : 과거에는 방송에도 나가고 행사에도 출연하는 등 외부 활동을 활발히 했는데.

A : “요즘에는 외부 활동 요청을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 사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세계 챔피언 타이틀이다. 내가 여러 행사에 출연하는 것이 바둑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내가 타이틀을 딸 수 있을 때 충분히 성과를 낸 다음 대외 활동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Q : 심경이 달라진 이유가 있나.

A :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실력이 약해졌다고 느낀 것이다. 내가 약해진 사이 다른 기사들은 인공지능(AI)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실력이 빠르게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고 크게 반성했다. 또 나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가식 없이 이야기하는 편인데 그러면서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많은 죄를 지었다(웃음). 그래서 내가 바둑 외에 다른 일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바둑 말고 다른 것을 잘하기도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Q : 다른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다는 것은 최근 위즈잉과의 일을 말하는 것인가(커제 9단은 지난달 위즈잉과 짝을 이뤄 ‘2018 세계 페어 바둑 최강위전’에 참가했다. 최강위 결정전에서 한국의 박정환-최정 조에게 패했는데 대국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는 등 매너 없는 행동을 하고, 대국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SNS에 위즈잉을 비난해 논란이 됐다).

A : “그렇다. 내가 바둑둘 때 위즈잉을 불편하게 하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과거 위즈잉과 페어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 위즈잉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위즈잉이 달라졌다고 느꼈고, 그 이유가 AI에 대한 연구와 훈련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마음속으로만 해야지,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반성했다. 사실 반성한 뒤에 위즈잉을 위로하기도 했는데 위즈잉이 나를 외면하더라. (웃음)”


Q : 요즘 많은 프로기사가 AI를 사용해 훈련한다. 커제 9단도 AI를 자주 이용하는가.

A : "나는 중국의 AI ‘줴이(絶藝)’를 이용해 공부한다. ‘알파고’를 제외하면 줴이가 가장 강하기 때문에 이 선택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대부분 프로기사가 AI로 훈련하기 때문에 만약 AI로 공부하지 않으면 바둑둘 때 크게 손해 볼 수 있다. AI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만 자신의 장점과 바둑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다.”


Q : 한국 선수 가운데 적수로 여기는 사람은.

A : "요즘은 모든 선수가 AI로 훈련하면서 실력이 다들 강해졌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누구를 상대해도 예전처럼 쉽게 이기기 어려워졌다. 또한 나는 나만 잘하고 싶지, 누구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싶지 않다.”


Q : 한국에서 성장세가 돋보이는 선수는.

A : "신진서 9단이다. 최근 들어 확실히 바둑이 성장했고, 좋은 성적을 거둘 때가 됐다. 신진서는 2000년생으로 이미 18세가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더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성장세가 둔화할 수도 있다.”


Q : 바둑 둘 때 자신만의 징크스 같은 게 있나.

A : "예전에는 바둑을 둘 때 어머니가 주신 은팔찌를 꼭 끼고 다녔다. 은팔찌를 끼면 운이 좋다고 해서 그런 것인데, 어찌 된 게 한동안 지기만 하더라. 또 하나는 과거에 삶은 달걀을 먹을 때 끝까지 다 먹지 않았다. 달걀은 중국에서 ‘0’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부를 계속하면서 이런 것들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징크스 같은 게 없다.”


Q : 바둑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A : "바둑은 가장 순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다른 분야인 영화나 문화계 보다 훨씬 순수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Q : 올해 성적에 만족하는가.

A :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회가 많아서 아직 올해를 정리하긴 이르다. 현재 백령배 4강, 춘란배 8강 등에 올라있고, 삼성화재배와 천부배 등도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는 성적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 고민거리도 별로 없다.”


Q :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A : "나의 목표는 매년 같다.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커제(柯?) 9단
중국 랭킹 1위. 1997년 중국 저장성 리수이 출생. 2008년 입단. 14년 아함동산배 우승, 천원전 준우승. 15년 삼성화재배·백령배·리광배 우승. 16년 삼성화재배·몽백합배·농심배 우승, 백령배 준우승. 17년 하세배·신아오배 우승. 18년 하세배 준우승.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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