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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반도는 계속 '꽁냥꽁냥' 할 수 있을까

2018년 한반도 상황을 사랑이야기로 보면 비약일까. 올해 남과 북은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꽁냥꽁냥(연인끼리 서로 부드럽게 귓속말한다는 신조어)'이 한창이다. 9월 남과 북 대표가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를 찾은 모습은 극의 절정이었다. 남북한 양측 비관론자·회의론자도 '분단 이전의 한반도'를 떠올리기 충분했다.

남과 북 사랑이야기에도 장애물이 있다. 백두산 사진 이후 극의 전개가 느릿하다. 올 겨울 한라산에서 재상봉을 기대한 사람들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북한 '핵'이라는 원죄를 들먹이는 목소리도 다시 커졌다. 남과 북 꽁냥꽁냥을 보던 미국은 북한이 원죄를 없애려면 행동을 보이라고 요구한다. 죄 사함을 받고 싶거든 먼저 발가벗은 채 무릎 꿇고 나오라는 주문이다. 당사자들 자존심과 현실 앞에서 낭만은 사라지는 모습이다.

미국이 북한 핵 제거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워싱턴D.C(정계·행정부)쪽 말을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필립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선임보좌관에 따르면 미국은 아시아에서 영향력 행사를 원한다.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순간 동북아에서 미국의 지위는 흔들린다. 한반도(남한)와 일본이 미국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는다.

국가이익센터(CNI) 안보전략 담당 해리 카지아니스 디렉터는 더 솔직했다. 그는 "북한은 로드아일랜드주 3분의1 경제력밖에 안 된다"면서 "워싱턴DC는 대량살상무기(WMD-대륙간탄도미사일, 핵무기)가 아니라면 북한 문제에 관심 안 둔다. 북한이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미국이 부숴버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이들은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얻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봤다. 핵과 미사일은 북한 체제안정을 위한 안전핀이자 미국이 대화에 나오도록 이끄는 수단인 셈이다. 북한 핵이 UN제재를 유발했지만, 동시에 북한 정권의 체제유지를 보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윤 전 보좌관과 카지아니스 디렉터는 "북한은 미국의 침략을 두려워한다. (미국은) 북한이 항복하길 바라지만 북한은 핵무기가 자신들을 지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은 중국·러시아의 핵(군비경쟁)과는 다르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북한 핵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인가. 지금처럼 경제제재를 앞세워 '항복'만 요구할 것인가.

윤 전 보좌관은 "핵무기를 한 번 만들면 쉽게 버릴 수 없다"며 냉정한 힘의 논리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북한 제재가 현실적인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 북한에 거액을 제시하고 야구공만한 핵무기를 팔라고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국·남한·일본이 북한 핵폐기를 주장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 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지 되물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힘의 논리'에 솔직했다. 강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국제정세다. 막연한 기대감 또는 부정의 바람으로 한반도 평화를 얻을 수 없다. 북한 핵무기 선 폐기, 후 보상 구호보다 '상호 신뢰구축과 단계적 비핵화'가 힘을 얻는 이유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남과 북이 사랑을 갈망하는 이때 미국이 '한반도 통일'이라는 역사적 책임도 각성하면 좋겠다.


김형재 /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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