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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암 투병을 이렇게 해도 되나

2019년 1월 13일 오전 10시, 하와이주에서 제일 높은 마우나키아(Mauna Kea)의 정상에 올랐다. 이 산은 1만3796피트 높이로 미 50개주 중에서 5번 째로 높은 산이다. 암 투병한다는 사람이 왜 갑자기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이 높은 산에 까지 올랐을까.

필자는 2017년 3월 14일 위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던 중 도저히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없어 세 번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마지막 방법인 위 절제 수술을 받게되었다. 위와 아래를 완전히 잘라서 덜어내는 대수술이었다. 수술 후 체중이 30파운드나 빠졌다. 100% 위를 잘라내면 다시 위가 생겨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체중도 더 늘지 않는단다. 지금도 식사하는데 약간의 지장은 있다. 잘게 씹어서 하루에 5번 정도 조금씩 소식을 하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습관과 급한 성격 탓에 의사가 권하는대로는 못 하고 있다.

필자는 원래가 산 사나이다. 옛 풍류 삿갓 시인 김병연처럼 발길 닿는대로 천하주유를 즐기며 살았다. 이번 여행도 목적지는 하와이가 아니라 그보다 한결 작은 마우이 섬이었다. 지난 달 마우이 섬의 한 등산코스(Maui Xterra Trail)에서 국제산행 경기가 벌어졌었다. TV 화면을 보면서 우거진 숲과 만경창파의 바다와 삼림이 만들어 내는 산수의 비경에 아니 가고는 못 배기는 역마직성이 또 발동하게 된 것이다.

1월 9일 마우이섬에 들어가 이틀을 자면서 등산도 하고 1만 23피트 높이의 할레아칼라국립공원에 오르니 서쪽 방면에 떠 있는 카하나 반도와 해상이 모두 다 내려다 보인다. 고개를 돌리니 하와이 군도에서는 제일 크다는 하와이 섬 전체와 지금 올라 서 있는 마우나키아 정상까지 육안으로 다 들어온다.



하와이란 원주민의 말로 '고향'이라는 뜻이란다. 1978년도 처음 하와이로 이민을 왔기 때문에 이곳은 나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번에 힐로공항에서 빌린 차가 마침 현대차다. 마우나키아 정상을 오르려면 산 중턱에 있는 방문객 안내소부터 전체 9마일 중 비포장 도로를 5마일이나 가야 한다. 한국 차라서 처음엔 반갑고 애정이 갔는데 4륜구동 차만 갈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올라왔더니 비포장 도로에서는 헛바퀴까지 돌며 굉장히 힘들어 한다. 경사가 무척 심하며 잔 자갈까지 깔려 있으니 안타깝고 애가 탄다. 그렇게 올라갔더니 먼저 올라와 있던 백인 남성이 놀라며 "너 죽고 싶어 그러느냐"며 힐문을 한다.

여러 감회가 스쳐간다. 내가 여기를 또 올 수는 없겠지. 지금까지 번듯하게 뭐 하나 제대로 해 놓은것 없이 죽자 사자 산만 밝히고 다니며 나이만 먹었으니 후회되는 수많은 상념들이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 이 좋은 데까지 와서 왜 부질없이 그런 생각을 하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야지 별 수 있나?.

암 투병이라고는 하지만 남들같이 약을 먹나, 음식을 가리나, 고작 한다는 게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가고, 매일 걸르지 않고 30~40분씩 꾸준히 운동하는 것 뿐이다. 거기에 술까지 매일 한 잔씩 한다. 암투병을 이렇게 해도 되나 싶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하니 나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약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평식 /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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