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동명이인(同名異人)

동명이인은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란 뜻이다. 인구가 번창한 오늘날에는 이 3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글자로 작명을 하다 보면 이름이 겹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한국 이름만 동명이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십여 년 전 미국 이민 신청 시 한국의 이민대행 사무실에서 한국이름을 된소리로 음역하여 가지고 온 서류로 이 나라의 사회보장국에 갔더니 윤봉춘을 "퐁천 연"으로 호명을 하여 내 차례를 놓친 적이 있다. 동인이명(同人異名)의 씁쓸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영어에서도 동명이인의 혼란은 있게 마련인가 인터넷에 James Yoon이란 영문이름으로 검색하였더니 똑같은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좋은 어원의 뜻이지만 인구가 불어나다 보니 '홍길동.개똥이' 정도로 영문판 흔한 이름인 것 같다.

동명이인을 구분하여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하여 병원진료를 하거나 약국에서 약을 찾을 때나 은행에서 본인 확인을 위해서는 으레 생년월일이나 소셜 넘버를 대조하여 혼동을 피한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이씨조선 왕조 역대 임금의 시호를 '태종태세 문단세 예성연중 인명선….' 뜻도 모르고 줄줄이 암기하던 일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고 술술 무의식으로 나온다. 그러나 막상 한 인간의 탄생을 등록하는 이름에 있어서 이씨 조선 왕들의 이름은 전부 외자 이름으로 뜻도 의미도 없는 괴팍한 한자로 작명을 하여서 타인이 부르기 힘들도록 표시 하였다. 하긴 상감마마 세자저하 하면 통하는 시대였으니 굳이 이름이 필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누가 선점(先占)한 이름을 쓰지 않는 이유에는 존경할 선배, 위인, 부모나 조상, 왕 이름을 쓰는 것을 피하여야 하는 전통이 있어서 일 것이다. 요즘은 순수한 한글로 지은 예쁜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으나 이 또한 시간이 가면 동명이인이 많이 생길 가능성이 다분하다. 살다 보면 동명이인 중에 흉악범이 생기면 개명이 까다로운 법원에서도 이를 쉽게 허용한다고 한다. 이름 자체야 좋은 뜻이지만 흉악한 범죄로 사회적 지탄과 형벌을 받으면 그 이름은 오물을 뒤집어 쓴 채 죄도 없이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한다.

'만감(萬感)이 교체(交替)할 적에' 우리의 두뇌 회전은 빛의 속도로 진행된다고 한다. 검증된 정확한 학설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인사 청문회에서 또는 잘못된 정치인, 정부요직에서 비판과 비난을 받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낯선 이름을 언론매체에서 듣고 나면 분단과 이념과 사상의 갈등을 그린 지난날의 소설들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병주의 '지리산', 이태의 '남부군', 정지아의 '빨지산의 딸' '빨지산의 기록 정순덕' 같은 소설에서 나온 이름들과 오버랩 된다.

한국의 답답하고 우려스러운 사회현상이, 디아스포라의 삶을 사는 해외 동포들에겐 먼 산의 산불처럼 비친다. 부엌 아궁이의 모닥불은 무쇠 밥솥에 따뜻한 밥을 짓지만 공포의 산불은 화마(火魔)라고 부른다.

인간의 탄생은 자의로 되지 않았고 신의 섭리로 태어났다고 하지만 작명(作名)만은 대개 부모님이 지어 주신 훌륭한 무형의 유산이다. 후에 아호(雅號)나 자는 풍류를 즐기는 호사가들이 스스로 지어 만족해한다. 이름이 욕되면 꼴값 한다고 하며 좋은 업적을 쌓으면 이름값을 한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인 한국에 살면서 최소한 빨갱이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부모님의 역작(力作)을 욕되지 않게 세상을 살아가기도 힘들다.


윤봉춘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