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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제야의 종

오늘이 그날이다. 묵은해와 새해, 끝과 시작의 어름인 날. 자정이 되면 이 해도 장엄한 제야의 종소리에, 환호 속 폭죽소리에 실려 역사가 된다.

제야(除夜)는 섣달 그믐날 밤, 한해의 어둠을 걷어낸다는 뜻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마지막 날 밤이다.(양력으로 정착)

‘제야의 종’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원래 백팔번뇌에 오염된 중생을 정화한다는 뜻으로, 사찰에서 조석으로 108번 치던 타종의식에서 유래했다.

중생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서 파생된 백팔번뇌에 시달리고 있기에, 그 숫자만큼 범종을 울려 번뇌를 사라지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범종의 범(梵brahman)은 인도 정통 사상에서 ‘우주의 최고 원리’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불교우주관에 따르면, 중생의 마음과 생존상태를 욕계, 색계, 무색계로 나눈다. 그 삼계에는 모두 28개의 천계(天界)가 있다고 한다.

또한 불교의 수호신인 제석천왕이 이끄는 천계에 33천신이 있다. 참고로 불교의 신(神)은 선업과 수행을 많이 쌓아 그에 합당한 천계에 사는 중생을 일컫는다.

따라서 사찰에서는 하루를 여는 아침에 28번, 닫는 저녁에 33번, 그 천신들께 불법수호와 중생제도, 안녕을 발원하는 종을 치게 되었다.(조선시대엔 통금과 해제 때 같은 횟수로 타종했다)

아무튼 불교타종은 이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지옥중생까지도 깨어나 구제되길 기원하는 보편적 의식이 되었다.

“이 종소리 들으면서/ 번뇌는 끊어지고 지혜는 증장해서 깨달음 증득하여/ 지옥을 여의고 삼계를 뛰어넘어/ 모든 중생 성불로 제도되어 지이다.”(종성게)

한국에서는 매년 서울 종로의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행사를 치른다. 33번 대종을 울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행복을 소망한다.

살다보면, “괴로울 때가 있고 즐거울 때가 있다. 고락이 서로 접하고 교대하는 가운데 마음은 연마되어 간다. 행복과 평화의 경지는 고락이 끊임없이 서로 접하는 경험에서 생명력을 가진다. 고락이 교대하며 흘러가는 동안 숭고한 정신을 얻는다.”(채근담)

불행한 사람은 언짢은 일들을 곱씹으면서 더 깊은 늪 속으로 빠져든다. 행복한 사람은 궂은 일은 속히 잊고 용서하여 스스로 편안하려 애쓴다.

제야에는 해(年)를 닫고 열면서, 켜켜로 때 묵은 판을 새판으로 갈고 마음을 다잡는 때이다.

살아가야 한다. 더없는 가치다. 새해에는 ‘할 수 없이’ 살아가기보다, 이왕이면 활활발발 살아볼 일이다.

“내일은,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새날이라고 생각하면 기쁘지 않아요?”(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 중)

Adieu 2019! & Happy New Year!

musagusa@naver.com


박재욱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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