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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감] 벌거벗은 목소리의 화음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참 어색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녹음된 목소리는 자연스러운데 나의 목소리만 이상한 이유는 무얼까.

굳이 과학적 이유를 찾자면 타인의 목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전달되는 소리만 듣지만 자신의 목소리는 뼈와 근육의 진동으로 전달되는 소리까지 듣기 때문이다. 녹음된 내 목소리를 다시 들으면 뼈와 근육의 진동으로 전해지는 부분이 빠진 소리만 듣게 되기 때문에 어색한 것이다.

녹음된 것이 평범한 음성이 아니라 노래인 경우에 어색함은 부끄러움이 된다. 뼈와 근육이 입혀주는 필터를 통해 아름답게 포장되어 나의 귀에 전달되던 내 노래는 녹음기 앞에서 벌거벗은 것과 같이 드러나고 만다. 아무도 듣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작은 실수도 누가 일부러 크게 한 것처럼 들린다.

전염병의 창궐로 지역 교회의 예배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의 찬양팀도 더 이상 만날 수가 없게 되었다. 대신 매주 한 곡씩 음악을 정해 각자의 노래를 집에서 녹음해 온라인 예배 시간에 방송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걸어다니는 방송국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스마트폰의 기능이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첫 주,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찬양팀에서 노래를 맡은 분들이 자신의 녹음된 노랫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악기 반주도 들리지 않는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만이 담긴 녹음을 말이다. 프로 음악가가 아닌 이상에야 버텨내기 어려운 충격이었으리라.

PD 역할을 맡고 있는 필자의 설득과 협박으로 겨우 받아낸 녹음 파일들로 결국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고 나서야 그들의 의심이 풀렸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가 다른 이들과 악기의 소리와 어우러져 듣기 좋은 화음을 이루었다는 성취감도 엿볼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땅의 교회를 다시 돌아본다. 도통 어울릴 것 같지않은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만나 불협화음인 듯 들리는 많은 소리를 낸다.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며, 분쟁과 다툼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PD자리에 앉은 그리스도를 신뢰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벌거벗은 목소리를 비웃지 않으시고 완벽한 화음으로 어울릴 새 노래를 만들어주실 것을 믿기 때문에 오늘도 우리 삶의 녹음본을 그분께 드린다.

www.fb.com/theegital


김사무엘 / 박사ㆍ데이터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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