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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역대 대통령들의 수난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폐는 대부분 그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을 모델로 사용한다. 따라서 화폐의 모델을 살펴보면 그 나라가 존경하는 인물이나 문화, 생각 등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역대 대통령이 가장 많다. 10달러와 100달러를 제외하고, 모든 지폐에 대통령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다.

실제 가장 많이 사용하는 1달러 지폐 속 주인공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 독립과 건국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대통령제의 기초를 닦았다. 5달러 지폐 속 주인공은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노예제를 폐지하고 분열된 미국을 통합한,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이다.

2달러 지폐에는 건국에 기여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그려져 있고, 20달러와 50달러 지폐에는 장군 출신으로 전쟁의 영웅인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과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S 그랜트의 초상화가 각각 인쇄되어 있다.



이 같은 역대 대통령들이 최근 미국 전역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최근 ‘백인 역사지우기’ 운동으로 확산하는 데 따른 불똥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이들 동상과 기념물에 대한 철거 시도나 훼손 등의 행위가 잇따랐다.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워싱턴 대통령도 피해갈 수 없었다. 최근 뉴욕 맨해튼 워싱턴 스퀘어 파크 공원에 있는 그의 조각상이 시뻘건 페인트로 훼손된 것이다. 워싱턴이 흑인 노예를 둔 농장주였다는 게 이유다. 시카고와 오리건 등에서도 일부 인종차별 반대 시위자들로부터 동상이 공격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런 가운데 위스콘신 대학 흑인 학생 단체들은 캠퍼스 본관 앞에 114년째 서 있는 링컨 동상의 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학 입학생들은 링컨의 왼쪽 신발을 손으로 문지르며 행운을 기원하고, 졸업생들은 링컨의 무릎에 올라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등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동상이다.

그럼에도 철거 지지자들은 링컨이 1862년, 미네소타 원주민 38명을 집단 사형에 처한 군사명령에 서명했다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주민 처형이었다”고 주장했다.
보스턴의 ‘보스턴 커먼’ 공원에 서 있는 링컨 동상도 철거에 직면해 있다. 노예 해방 선언으로 자유 신분이 된 흑인이 링컨 발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형상의 기념물이다. 보스턴시 예술위원회는 최근 “공공예술품이 누군가에게 수치심을 줘서는 안 된다”며 철거 결정을 내렸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를 내건 인권차별반대 운동이 급기야 반달리즘(vandalism : 문화 역사물 파괴 행위)으로 둔갑한 것이다.

올해 독립기념일 백악관 인근 BLM 광장에서 있었던 시위는 이를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시위대는 성조기를 불태우며, “노예제, 인종학살, 전쟁 등으로 미국은 위대한 적이 없었다”라고 외쳤다.

역사란 무엇인가?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역사는 현실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이에 따라 역사 속 인물을 재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역사적 인물을 평가하려면 그의 업적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또 철저히 검증한 후 기념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 역사학 교수는 이와 관련,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들이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면서 ‘복잡하고 미묘한’ 역사를 서로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마를 대표하는 유물로 콜로세움과 성베드로 성당을 꼽을 수 있다. 벤허와 멧살라의 전차 경주와 사투를 벌이던 스파르타쿠스 … 콜로세움은 로마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상징이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성베드로 성당은 라파엘로,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당대 최고 예술가들의 천재성이 녹아 있는 건축물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거대한 예술작품 안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노예제와 귀족문화의 상징인 콜로세움은 말할 것도 없고, 성 베드로 성당도 당장 헐어버려야 한다. 왜? 당시 교황이 면죄부 판매 등 민중을 착취한 돈으로 지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수를 백인으로 묘사한 그림과 스테인드글라스로 가득하다.

미국 전반의 불평등 해소가 아닌 사회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역사 지우기 광풍은 도를 지나쳐 너무 나갔다.


권영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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