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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호박꽃 추억

짙푸른 뜰에서 여름의 가운데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해가 맑다. 장미꽃이 지고난 뜰은 푸른 야채들 뿐이다. 요즈음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이라 시장에 자주 가지 않는다. 20여평 작은 땅에 예년보다 여러 종류의 야채를 심었다. 매해 심던 이탈리아 호박 모종을 못 구했다. 이탈리아 호박은 나무처럼 위로 자라 땅을 차지하지 않아 해마다 심었다. 한 두 모종만 심어도 잘 되어 이웃과도 나눌 수 있었다.

올해는 땅을 많이 차지하는 덩굴 뻗는 조선호박 모종을 담 밑에 심었다. 햇볕이 안 들면 채소는 잘 자라지 못한다. 장소가 마땅치 않았지만 심어 놓은 호박 모종에 환한 진노란 색깔의 호박꽃이 폈다. 이제 호박이 열릴 것이라는 신호다.

나는 어려서는 호박 음식을 싫어했다. 못 생긴 여자를 호박꽃 같다 했는데 오늘 아침 핀 호박꽃은 늘 피던 장미꽃 못지않게 환하고 화려하다. 요즈음 밥상에 사계절 오르는 파란 애호박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려서 싫어했던 호박이 싫지가 않다.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고 호박꽃과 관계된 옛 기억도 떠오른다.



요즈음 아침 찬거리로 호박, 가지, 고추, 깻잎, 파를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는다. 매일 작은 밭을 보며 가꾸니 귀농이라도 한 느낌이다. 내가 철없던 때 여름 아침 찬거리를 뒷밭에서 대바구니에 담아 오던, 흰 앞치마 하셨던 엄마는 농사를 늘 ‘화수분’이라 하셨다. 농사는 농작물이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나오는 화수분 같은 것이라는 뜻이었다.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영택의 단편소설 ‘화수분’도 읽었던 것 같다.

서너 시간 후에는 시들어 버리는 꽃 뒤에 달린 작은 호박이 예쁘다. 꽃은 시들지만 작은 열매에서 자라는 생명의 이어짐을 본다.


박영혜 / 리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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