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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명당과 운명

안평대군은 세종의 셋째 아들로 인품이 어질고 시문에 뛰어나 그의 문하에는 많은 시인묵객들이 모였다. 형님 문종이 단명해 왕위에 오른 지 3년만에 죽자 11세 어린 나이에 단종이 왕위를 계승한다.

수양대군은 한명회 등과 모의해 단종을 영월로 유배시킨 후 왕위를 찬탈해 세조가 된다. 안평은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 복귀를 힘쓰다가 유배돼 사약을 받고 36세의 아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여기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당시 수양대군의 집은 세검정(洗劍亭)에 있었고 안평대군의 집은 자하문(紫霞門)에 있었다. 안평의 식객 중에 목효지라는 풍사(지관)가 수양대군의 집은 글자 그대로 칼을 가는 명당이고 안평의 집은 자색 노을에 물든 집이라 앞으로 닥칠 악운을 막으려면 집을 옮기라고 간언했다. 하지만 이현로의 반대로 무산됐다. 만일 지관의 말을 듣고 집을 옮겼다면 계유정란도 수양대군이 왕이 되는 일도 없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운명을 믿는지도 모른다. 수양대군 사저는 수풀에서 맹호가 나오는 형상이라고 목효지는 말했다.

대원군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말엽 안동김씨 가문은 딸들을 왕비로 들여 외척세도로 정권을 좌지우지했다. 당시 대원군 이하응은 이씨 왕조부활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지관 정만인을 만난다. 그리고 대원군은 정만인이 지정한 곳에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이장한다. 이곳은 왕이 나오는 명당이었다. 강화도령 철종이 후사 없이 31살에 요절하자 대원군의 둘째 아들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니 이 사람이 고종이다. 60년의 안동김씨 세도정치는 막을 내리고 대원군의 시대가 온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며 기막힌 우연을 만나기도 한다. 풍수로 운명이 바뀌는 상황도 많다. 명당이 과연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이산하 / 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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