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독자 마당] 어머니의 홍시

집뜰의 과실수가 충실하게 자라고 있다. 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달린 대추, 하얀 꽃의 달콤한 향내로 집안 공기를 흔드는 오렌지, 깜찍한 귀요미로 눈길을 끄는 감귤, 돌돌 말린 노란 꽃에서 나는 작은 감 등등. 아기 손톱만한 크기의 감이 주먹만큼 둥그렇게 차오른다. 초록 알갱이가 누렇게 영글어 간다. 감이 익어간다. 주황빛이 온 집안에 꽉 차면 풍성히 나눌 수 있으리라.

사람을 가난하게도 하고 부유하게도 하며, 낮추기도 하고 높이기도 하는 조물주는 흙먼지에서 일으키고 잿더미에서 건져 올리신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나의 내면과 가족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낸다. 뜰에서 자라는 과실수로부터 얻는 기쁨이 더 크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양로병원의 폐쇄로 인사도 못 하고 떠나가신 어머니와 이별한 지 100일이 되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넘어져 골반 골절 수술을 받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워커와 지팡이를 마스터하고 운전대를 잡으니 능동적인 자유를 얻는다. 걸음마부터 배우던 시간이 깨우침을 준다. 한 살배기 내가 걸음마를 떼는 모습을 보며 흐뭇했을 어머니가 떠오른다.

그동안 그 웃음을 잊고 살았다.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 어린 양육으로 자라나서 독립했던 내 성장 과정을 되돌아본다. 나이 드신 어머니의 우울증과 치매로 인해 겪었던 ‘엄마 앓이’가 가슴에 맺힌다. 그땐 그렇게 힘들게만 느껴졌는데. 이해하는 머리와 행동하는 가슴이 일치하지 못했던 것이 죄송스럽다. 못다한 보살핌이 후회스럽고 한으로 남는다.



어머니는 홍시를 좋아하셨다. 추운 겨울에 말랑말랑하게 익혀 두고 하나씩 꺼내 드셨다. 익어가는 감을 보며 주황빛보다 더 밝게 웃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본다. 수확한 감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나눌 날이 곧 올 것이라 기대한다.


이희숙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