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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맥주 마니아들의 성지 '브루어리'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9/11 16:02

(음성=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국산 맥주를 울린 '4개 만원 세계 맥주' 옆에 새 얼굴이 등장했다. 디자인도 이름도 다양한 국산 '수제 맥주'들이다. 일부 펍이나 음식점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수제 맥주는 주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 4월부터 마트와 편의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카스, 하이트 등 국내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맥주가 대부분 맑고 시원한 라거(lager) 계열이라면, '크래프트'(craft) 맥주라고도 부르는 소규모 브루어리(양조장)의 수제 맥주는 맛과 향이 강하고 다양한 에일(ale) 계열이다.

'에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맥주의 종류도 한둘이 아니다. 쌉쌀한 맛과 개성 있는 향을 품은 에일 맥주를 한 번 맛봤다면 그 매력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사랑에 빠지면 더 알고 싶어지는 법. 크래프트 맥주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수제 맥주는 2000년대 초반 등장해 월드컵 붐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그 집만의 고유한 레시피로 만들고, 만든 곳에서만 맛볼 수 있었기 때문에 '하우스 맥주'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외부 유통이 불가능한 데다 높은 세금 등 여러 이유로 오래지 않아 점차 쇠락했고 소수만 살아남아 그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4년 다른 펍이나 음식점 등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주세법이 완화되면서 수제 맥주는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고 현재 80여 곳 이상의 브루어리가 개성 있는 맥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병에 담은 수제 맥주 '아크'(ARK)를 선보인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는 충북 음성에 자리 잡았다. 오로지 좋은 물을 찾아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고속도로 나들목을 빠져나온 뒤에도 시골길을 한참 달렸다. 세 개의 검은색 산 모양의 지붕을 인 층고 높은 빨간색 벽돌 건물이 맞는다.

육중한 철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화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 로비 건너 커다란 유리창 안으로 맥주 탱크가 보인다. 토요일 오후, 맥주의 생산과정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투어가 열리는 중이다.

◇ 맥아에서 맥주로의 여정

이곳에서 맥주를 만드는 과정은 보리를 발아시켜 말린 맥아(malt)를 분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국내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맥아와 홉은 모두 수입산이다. 투명 컵에 담긴 맥아의 향을 맡고 씹어본다. 볶은 것과 그렇지 않은 맥아는 확연히 다르다. 캐러멜 향도, 커피 향도 난다. 많이 볶을수록 색이 짙어지고, 이게 흑맥주의 원료가 된다.

수확 직후 얼려서 압축해 놓은 홉(hop)에 코를 대자 기분 좋은 알싸함이 확 퍼진다. 맥주의 쌉쌀한 맛과 향을 더해주는 중요한 향신료다. 드라이존(dry zone)에서 분쇄된 맥아가 관을 타고 핫 존(hot zone)으로 넘어가면 따뜻한 물과 섞여 당화하면서 맥아죽이 만들어진다. 맥아죽에서 추출한 맥즙(wort)을 끓여 살균하는 과정에서 홉이 들어간다.

응고된 단백질 덩어리와 잔여물을 걸러내면 맥즙의 온도를 낮추고, 콜드 존(cold zone)에서 발효와 숙성이 이뤄진다. 맥즙에 효모(이스트)를 넣고, 어떤 방법으로 발효하느냐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맥주가 만들어진다.

숙성 기간은 맥주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3∼4주 정도가 걸린다. 종류에 따라 필요한 경우 다시 한 번 걸러진 맥주는 병이나 캔, 생맥주용 통인 케그(keg)에 담긴다.

투어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맛있다는 '갓 숙성이 끝난 신선한 생맥주' 한 잔이다. 시음 한 잔으로는 부족한 게 당연하다. 탭룸(tap room)에서 이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직접 만든 피자나 소시지를 곁들여 다른 맥주들도 맛볼 수 있다. 병이나 캔맥주, 맥주잔 등 기념품도 판매한다.

◇ 눈길 사로잡는 디자인

아직 마셔보지 못한 맥주들이 눈앞에 즐비할 때 아무래도 먼저 손을 뻗게 되는 건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이다. 아크 비어의 '광화문'이 그랬다.

서울의 상징이자 혹독하게 추웠던 지지난 겨울 어느 곳보다 뜨거웠던 광장, 직장과 거주지가 가까워 더 친숙한 이름. 게다가 알록달록한 다른 맥주들 사이에서 흰색 바탕에 검은색 선으로만 그린 광장과 한가운데의 이순신 장군상, 세종대왕상 일러스트가 눈에 확 들어왔다.

도시인을 겨냥한 이 맥주는 캐러멜 몰트에 한약재로 쓰이는 맥문동이 들어간 앰버 에일이다. 그런데 브루어리 매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 진열해 놓을 물건이 없을 정도로 편의점에서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해운대' '여수' '평창' '동빙고' '서빙고' 등 지역 이름을 딴 다른 맥주들도 각각 그 지역의 특색을 품고 있다. 푸른 해변이 그려진 해운대는 파인애플 향이 살아있는 여름 맥주, 하얀 설산과 옥수수를 품은 평창은 겨울 맥주다. 밤바다가 그려진 여수는 전라도산 보리를 사용했다.

동빙고와 서빙고는 알코올 함량이 8.5%로 도수가 높은 편이다. 국내산 생강이 들어간 밀맥주 '허그미', 캐러멜 몰트의 풍미가 진한 인디아페일에일 '비하이' 등 클래식 라인은 기존의 알록달록한 그래픽 디자인 대신 흰 바탕에 흑백 사진을 더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최근 리뉴얼했다.

자몽과 감귤 향이 상쾌한 골든 에일 '선데이 모닝', 쌉쌀한 페일에일 '라스트 나잇' 등 신제품 2종도 같은 옷을 입었다.

◇ "브루어는 청소부"

브루어(brewer)는 뭘 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김우진(30) 팀장은 '청소부'라고 말했다. 대규모 양조장은 청소를 포함해 많은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지만, 소규모 양조장에서는 맥주를 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것이 브루어의 역할이다. 그중에서도 맥주를 만드는 통과 호스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일임을 강조한 말이었다.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는 설립 당시 '부엉이 맥주'로 잘 알려진 히타치노 네스트 맥주를 생산하는 일본 키우치 주조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미국과 일본, 중동 등 세계 유수 브루어리에서 일해 온 '브루 마스터'(Brew Master) 마크 헤이먼을 영입했다.

김 팀장은 헤이먼의 수제자로 설립 당시부터 함께 일했다. 요리를 전공해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와인을 공부하고 돌아와 와인 회사에 들어갔고, 회사의 새로운 맥주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현재는 독일에서 공부하는 헤이먼을 대신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며 브루어리를 책임지고 있다.

김 팀장은 "원래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하고 관심이 많다"며 "요리를 공부했으니 와인은 떼어 놓을 수 없고, 맥주도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기보다는 먹고 마시는 것 안에서 나의 커리어를 확장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맥주가 좋은가, 와인이 좋은가는 무의미한 질문이다. 김 팀장 역시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며 "맥주를 만들며 매일 마시는 요즘은 (개인 시간에) 와인을 자주 마시지만, 와인 회사에 계속 있었으면 맥주를 많이 마셨을 것"이라고 했다.

와인이나 수제 맥주가 유독 숙취가 심해서 싫다는 사람들을 대신해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 물었다.

"음… 많이 마셔서 그런 것 아닐까요?"

김 팀장은 와인의 산화 방지를 위해 넣는 황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맥주 발효 과정이 불완전하게 이뤄졌을 수 있지만, 이건 매우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와인은 시간을 들여 음미하며 마시는 술이고, 수제 맥주는 라거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인데 와인이 싱겁다고 소주나 막걸리 마시듯 쭉쭉 들이켰다던가, 수제 맥주를 목마를 때 시원한 라거 맥주 마시듯 벌컥벌컥 많이 마신 탓이라는 이야기다.

[INFORMATION]

◇ 알고 마시면 좋은 것들

▲ ABV와 IBU

ABV(Alcohol by volume)는 퍼센티지(%)로 표시되는 알코올 함량이다. 다른 술을 마실 때도 흔히 이야기하는 도수다. IBU(International Bittering Units)는 홉이 많이 들어가는 에일 맥주의 쓴맛을 나타내는 지수다. 1에서 100까지의 숫자로 표시되는데 숫자가 클수록 쓴맛이 강하다. 수제 맥주는 라거 맥주에 비해 ABV와 IBU가 다양하다.

▲ 상면발효 & 하면발효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를 가르는 발효 방법의 차이다. 상면발효는 상온에서 발효가 이뤄지고 효모가 거품처럼 위로 뜬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에일 맥주다. 효모와 부유 단백질 등이 남아있어 탁하고 알코올 도수도 높은 편이다. 하면 발효는 상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며 그 과정에서 효모가 바닥에 가라앉는다. 가라앉은 효모와 부유 단백질을 제거해 맑고 깔끔하다. 라거 맥주의 특징이다.

◇ 브루어리 투어 프로그램

▲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맥주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갓 뽑은 생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클래식 투어(2만원)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와 3시 두 차례 이뤄진다. 서울에서 브루어리까지 왕복 교통편이 포함된 '유 드링크! 위 드라이브!(You Drink! We Drive!, 4만원), 2시간 동안 탭룸의 맥주를 무제한 마실 수 있는 'BIP 티켓'(3만원)이 있다. 평일에는 맥주와 기념품 판매만 한다. 투어 프로그램에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홈페이지(http://www.koreacraftbeer.com)에서 확인하고 예약해야 한다.

▲ 더 핸드 앤 몰트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가 최근 인수해 화제가 된 양조장. 투어 운영 시간은 매주 토요일이고, 경기도 남양주에 있다. 비용 2만원. 문의·예약 thehandandmalt.com

▲ 제주맥주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제주위트에일'을 만드는 곳. 운영시간은 목∼일요일 오후이고, 제주시 한림읍에 있다. 비용 1만2천원. 문의·예약 jejubeer.co.kr

▲ 맥파이

이태원 경리단길의 그 유명한 수제맥주집 브루어리. 운영시간은 토·일요일 오후이고 제주시 회천동에 있다. 비용 2만원. 문의·예약 magpiebrewing.com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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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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