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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으라 욕설·폭행?...우리가 사채업자도 아니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1 17:00

채권 추심업 담당자가 받는 오해

영화나 TV 드라마로 흔히 접하는 채권 추심업자의 모습은 대개 강압적이거나 집요하다. 채무자에게 욕설로 겁을 주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저축은행에서 채권 추심 업무를 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영화나 TV 드라마 속 채권 추심업자들의 모습과 같을까?


OK저축은행 CRM센터에서 채권 추심업무를 담당하는 조형준 팀장을 만났다. 조 팀장은 위의 질문에 대해 “조 팀장은 “많은 사람이 추심이라고 하면 강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릴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하는 업무는 상담이 대부분”이라고 답한다.


추심 업무가 상담이라니 쉽게 이해되진 않는다. 조 팀장이 추심하는 채권은 담보도 없고 보증도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다. 신용대출 채권의 특성상 고객이 안 갚고 버티겠다고 나서면 법적 절차를 밟는 것 외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 연체가 발생했다. 조 팀장은 어떻게 상담을 한다는 걸까?


조 팀장은 ”연체가 발생하면 고객들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언제까지 얼마를 납부하셔야 한다’는 내용을 안내한다”며 “고객의 연체일이 길어지면 어떤 사정이 있어 돈을 못 갚는지, 상환 의사는 있는지, 상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묻고 체크한다”고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얌전하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처럼 채무자들을 찾아가지도 않을까. “문자나 전화에 응답이 없고 연체가 길어지는 경우 서면으로 먼저 요청한 뒤 자택이나 직장으로 찾아간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채권추심법ㆍ신용정보법 등 관련법을 준수하는 선에서 행동해야 한단다.


조 팀장은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왜 못 갚고 있는지, 상환 의사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등 대화 방식은 전화랑 똑같다”며 “행여 채무자를 못 만나고 관계자를 만났을 땐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심자의 소속과 성명을 먼저 밝힌 뒤 관계인이 채무자의 채무 내용 또는 신용에 관한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와 같은 강압적 추심은 2000년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추심업자들이 채무자들을 죄인 취급하면서 욕설로 겁을 주거나 집ㆍ직장 등으로 무분별하게 찾아왔다고 한다. 조 팀장은 “내가 입사한 2009년부터 그런 장면을 본적은 한 번도 없다”며 “제도권 금융이 활성화하고 나서부턴 강압적인 추심 행위는 일부 사금융 업자들의 불법 행위를 제외하곤 전부 사라졌다”고 말한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추심 담당 직원들과의 통화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오키톡’이란 이름의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이 오키톡에 접속하게 되면 상품 금리, 한도 등 일반적인 문의 사항을 답변받을 수 있고 이후 상세한 추가상담이 필요할 경우 상담원과의 실시간 채팅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추심 담당 직원들과의 통화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오키톡’이란 이름의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 화면 갭쳐]


조 팀장은 “오키톡을 운영한 뒤로 추심 담당 직원들과 전화하거나 만나기를 부담스러워했던 기존 고객들이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상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많이 좋아한다”며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저축은행업계도 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체에도 단계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무자는 연체가 발생한 뒤 5영업일이 지난 시점부터 신용조회사(CB) ‘단기연체정보’ 명단에 등록된다. 연체 발생 시점부터 3개월이 지나면 ‘장기연체정보’ 명단에 등록된다. 단기연체정보에 한 번 등록되면 3년(12월부터는 1년으로 변경)간 개인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조 팀장이 주로 추심하는 고객들은 단기연체정보에 등록되기 전인 ‘연체 후 5영업일 이내’ 고객들이다.


조 팀장은 “연체가 발생하면 그날 아침에 고객들에게 먼저 문자로 연체 사실을 고지한 뒤 5영업일 이내에 상환하지 않으면 해당 고객이 단기연체정보 명단에 등록된다는 사실을 안내한다”며 “고객들에게 ‘제도적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아무리 늦어도 5영업일 이내엔 상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조 팀장이 상대하는 고객은 주로 700만원 내외 채무를 가지고 있는 신용등급 4~8등급 고객들이다. 이들 고객 중 연체 5영업일을 넘겨 단기연체정보에 등록되는 고객들은 100명 중 4~5명꼴이다. 조 팀장은 이 4~5명의 고객이 조금이라도 제도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돕는 게 자기 일이라고 말한다. 일종의 신용관리 컨설턴트다.


조 팀장은 “고객들에게 돈을 받는 것만큼 이분들이 저축은행을 떠나 은행권을 이용할 수 있게, 혹은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었다면 저축은행업권으로 넘어올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우리 몫”이라며 “당장 추심을 안 한다면 고객들은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고객에게 가는 불이익이 뭐가 있는지, 정상적인 거래에서 오는 이익이 뭐가 있는지를 설명해줄 사람이 없다면 그 고객은 계속해서 신용 불량의 상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옛말에 ‘돈은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고 한다. 조 팀장은 채권 추심업무가 옛말과 딱 맞는다고 설명한다. 요즘엔 민원이 무서워 서서 받는단다. 조 팀장은 “어떤 고객은 문자를 발송했다고 민원 넣고 또 다른 고객은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고 민원을 넣기도 한다. 우리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우리가 할 일을 하는 건데 고객들이 무조건 민원을 넣으면 일시적으로 할 일을 못 하게 되는 탓에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형준 OK저축은행 팀장은 "금융업의 신뢰 체계를 유지하고 고객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데 가끔 사채업자 취급하는 고객을 만날 때마다 속상하고 힘 빠진다"고 말한다. 정용환 기자.

민원보다 조 팀장을 더 속상하게 하는 건 조 팀장과 같은 추심 담당 직원에 대한 고객들의 왜곡된 시선이다. 조 팀장은 “가족끼리도 ‘빌려준 돈 내놔라’ 하면 의가 상할 수 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돈 달라고 하면 고객들도 스트레스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잘 안다”면서도 “저 나름대로는 금융업의 신뢰 체계를 유지하고 고객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데 가끔 사채업자 취급하는 고객을 만날 때마다 속상하고 힘 빠진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자신이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란 걸 고객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최근엔 상담하던 고객이 저축은행 사칭 보이스피싱에 걸려든 걸 알아채고 이를 막아주기도 했단다. 조 팀장은 “고객들과 상담하는 우리는 어떻게 보면 전부 고객들의 아들딸이거나 동생 같은 사람”이라며 ”고객들을 상담하고 돕기 위해 있는 우리를 고객들도 인격적으로 대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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