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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무대디자인을 아시나요 작품이 펼쳐지는 작은 세계의 창조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2/08 19:31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를 만나기 위해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무대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





바닷속부터 하늘까지, 과거·미래 넘나들며 작품 선보일 곳
그 어디든 무대로 소환해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우리가 제일 먼저 만나는 세계는 바로 무대입니다. 관객 앞에서 즉석으로 펼쳐지는 무대가 있다는 게 공연이 다른 예술과 차별되는 점이죠. 공연을 보고 나면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아름다운 음악, 무용수의 움직임뿐 아니라 무대의 모습이 아른거리며 생각나기도 합니다. 무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을 설명해주죠. 과연 저 무대는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작품의 시작이자 완성이고 무대 위 시각적인 부분을 창조하는 첫 번째 단계, 무대디자인의 세계를 알아봤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정승호 무대디자이너·EMK뮤지컬컴퍼니, 동행취재=박주희(경기도 해솔초 5) 학생기자·유지안(서울 언남초 4) 학생모델·장희우(경기도 위례푸른초 5) 학생기자, 도움말=김수희 무대디자이너



소중 학생기자단이 ‘무대 위 새로운 공간의 창조-무대디자인’ 전시에서 움직임에 따라 영상과 조명 등이 상호작용(인터랙티브)기법으로 유연하게 변화하는 체험을 해보고 있다.





무대·소품 디자인에 도전하다
무대디자인은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무대 위 공간적인 부분의 조형물, 즉 무대장치물·무대의상·무대조명 등을 전체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좁은 의미로는 무대에 대한 장치들만 지칭합니다. 무대디자인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돕는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시 ‘무대 위 새로운 공간의 창조-무대디자인’이 서울 중구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엔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가족과 함께 만드는 무대디자인’이 진행되죠. 무대디자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도 일일체험에 참여했어요.



김수희 무대디자이너





“오늘은 첫 번째 프로젝트인 무대장치 부분인 무대와 소품 디자인 체험을 해볼 거예요. 그 전에 간단한 개념을 파악해 볼게요.” 강의를 맡은 김수희 무대디자이너가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무대디자이너가 세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칠까요. 우선 연출자가 준 대본을 읽고 어떤 내용인지, 어떤 장면이 나오는지 파악하고 인물의 동선에 대해 분석해야 합니다. 그다음엔 연출자와 협의해 전체적인 디자인 구상을 하죠. 바로 이 단계에 오늘 체험할 무대 스케치 즉 채색투시도 과정이 있죠. “간단하게 말하자면 디자이너가 무대장치 이렇게 할 거라고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에요. 영화로 따지면 스토리보드인 셈이죠. 간단한 아이디어 스케치 후 연출자와 상의하여 확정되면 채색투시도를 그리는 거예요.” 이 과정을 위해서는 무대 사이즈와 극장 자체에 있는 기계 설비, 물품들도 파악해야 해요. 디자인이 통과되면 세트를 만들기 위해 평면도·단면도·작업도·작화 도면 등 도면 작업을 하죠. 그 후 모형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무대 제작소에 도면들이 전달되면 세트 제작이 시작되죠. 제작소에 의뢰할 때는 참고할 사진자료·재료샘플 등도 같이 전달해주면 더욱 좋아요.

무대디자이너들의 무대컬러 스케치와 아이디어 스케치도 살펴봤죠. 아이디어 스케치 에 대해서는 “연출자와 소통하기 위해 대략적으로 그린 밑그림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래서 여기에는 디자인 구상만 있는 게 아니라 구조물로 할지, 아니면 평면으로 할지 등의 제작방법과 슬라이딩이나 장치봉을 이용할지 등의 세트 운영에 관한 부분도 적혀있지요. 여기서 슬라이딩은 수레라고 생각하면 돼요. 세트를 수레처럼 바퀴를 이용해 밀어서 가지고 나온다는 거예요.”

















다양한 작품에 사용된 무대디자인 스케치. 위에서부터 차례로 국립오페라단 ‘라 죠콘다’ 무대디자인(1977년 최연호), 국립발레단 ‘돈키호테’ 무대디자인(1999년 박동우), 국립극단 ‘성웅 이순신’ 무대디자인(1973년 최연호).





소품디자인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알아봤습니다. 소품은 인물의 성격과 사회·경제적 위치를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무대적 요소인데요. 극의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소품을 구입할지 아니면 제작할지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오래된 물건이 필요하면 골동품 가게에서 구입하거나 새로 산 기성품을 세월의 흔적이 묻은 것처럼 리폼하기도 해요. 반면 제작소에서 만들어야 되는 경우엔 원하는 물건의 도면이 있어야 합니다. “무대장치 보다는 소품디자인의 스케치가 조금 더 간단하지만, 치수·컬러·재료가 기입되는 것은 무대디자인 과정과 똑같아요.” 김 디자이너는 소품 컬러 스케치를 할 때 제작 시 원하는 효과나 주의해야 할 요구사항 등을 같이 적어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김수희 무대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심청전’ 용궁 장면의 무대·소품 디자인을 하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책상 위에는 A3 종이가 놓여 있었어요. 명동예술극장의 실제 사이즈를 극장 투시도로 해서 만든 종이였죠. “여러분, 종이에 까맣게 칠해진 거꾸로 된 ㄷ자 모양과 그 앞에 사람 한 명이 있지요. 그 ㄷ자 부분이 바로 프로시니엄이라는 극장 구조예요.” 프로시니엄은 흡사 액자처럼 보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의 중·대극장은 거의 이런 형식입니다. “투시된 극장의 무대가 그려진 종이에 제시된 장면의 무대 장치를 디자인해보고, 다른 종이에는 소품 스케치나 세트의 세부 스케치를 해주면 됩니다.” 색연필·마카로 컬러를 입혀주고, 소품 스케치나 세트의 세부 스케치에는 재료·주의사항·효과 등 디자인의 의도와 디테일까지 작성하는 게 오늘의 과제입니다. 작품은 ‘심청 전’이고 장면은 심봉사 집과 용궁으로 나눠 체험하게 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용궁이 표현할 게 더 많을 것 같아요”라며 용궁을 하고 싶어했죠. 공정함을 위해 선택은 뽑기로 결정됐습니다. 박주희 학생기자는 다행히 용궁이 적힌 종이를 뽑았죠. 각 장면의 줄거리와 참고 이미지를 보며 회의에 돌입했습니다. 우선 큰 거북이를 그리자고 의견이 모였죠. 소중 학생기자단의 계획을 들은 김 디자이너는 무대화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거북이를 물속에 있는 것처럼 하기 위해 매달건지, 슬라이딩으로 나오게 기계장치를 설치할지 고민해봐야겠죠.” 박주희 학생 기자가 “천장에 매달까?” 묻자 장희우 학생기자는 “배우들이 거북이 등에 타게 하자”라고 제안했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무대 스케치는 박주희 학생기자가 맡고, 장희우 학생기자와 유지안 학생모델이 소품 스케치를 하기로 했습니다. “심청이가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조개를 그리면 좋을 것 같아요.” 유지안 학생모델은 조개를 그리느라 바빴죠. 스케치를 어느 정도 끝낸 후에는 마카로 밑그림을 다시 그려주고, 색연필로 색칠한 후, 붓으로 물을 묻혀 수채화 느낌이 나게 마무리했죠. 무대디자인의 세계도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홀로그램 기술을 도입해 나무 등의 소품을 더욱 풍부하게 넣고 싶다고 세부내용도 적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인도 빼먹지 않았죠. 이제 조별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이 그린 스케치는 직접 발표했어요.














“배경 제일 뒷부분에 들어간 기와집은 입체로 넣고, 거북이는 공중에 매달아서 심청이가 타고 나타나게 하는 장치예요. 소나무·바위는 입체적으로 제작하고, 해초·미역·구름은 홀로그램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물고기와 구름도 공중에 매달아 물속에 떠있는 느낌을 주려고 합니다.” -주희







“심청이가 타고 오는 거북이 세부 스케치를 해봤어요. 재질은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으로 가볍게 만들고, 사람이 타야 되니까 세로 1m, 가로 50㎝ 정도 사이즈에 사람이 앉는 가운데 부분은 평평하게 제작해 주세요.” -희우







“선녀가 쓰는 부채와 심청이가 앉을 수 있는 조개를 디자인했어요. 조개는 스티로폼으로 조개가 열렸을 때 홀로그램으로 물고기 같은 걸 표현하고 싶어요. 용궁의 선녀가 쓰는 부채는 손잡이 부분은 튼튼하게 나무로 제작하고, 부채의 테두리는 플라스틱으로 내부는 셀로판지로 디자인했어요.” -지안







“누워 있는 소나무가 인상적인데 판타지적인 용궁이니까 충분히 가능해요. 구름은 공중에 매달 수도 있지만 작화막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죠. 최근에 영상효과를 쓰는 공연도 많은데 주의할 점은 영상을 쐈을 때 배우을 피해 스크린에만 묻게 표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해요. 그림도 아주 잘 그렸고 주의사항도 같이 적어줬네요. 잘했어요.” -김수희 디자이너



무대디자인의 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전시 관람과 무대와 소품 디자인 체험에 도전한 유지안 학생모델·박주희·장희우 학생기자(왼쪽부터).





소중 학생기자단은 오늘 배운 과정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무대디자인 전시도 관람했어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극단·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의 주요 공연 중 국립극장 무대에 올라간 실물 무대디자인을 통해 한국 공연예술사를 써온 쟁쟁한 무대디자이너들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무대스케치·도면·모형 등 체험활동 시간에 배운 것들을 직접 봤죠. ‘무대디자이너의 방’ 코너에서는 무대 디자인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과 무대디자이너 이태섭·박동우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생생한 무대 뒤 이야기를 들었죠. 특히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을 디자인한 박동우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꾸며놓은 공간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과 조명 등이 상호작용(인터랙티브)기법으로 유연하게 변화하며 무대디자인이 연출되는 체험도 해봤죠.



전시장에선 국립극장 무대에 올라간 실물 무대디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수희 무대디자이너가 말하는
공연을 볼 때 무대를 더 재미있게 관람하는 Tip
세트 운영을 생각해 볼 것
위에서 내려오는 건지 옆에서 들어오는 건지 주의 깊게 보세요. 우리가 공연 볼 때 한 장면이 끝나면 갑자기 조명이 어두워지다가 다시 불이 들어오면 무대장치가 바뀌어 있잖아요. 이때 여러 상상을 해볼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장치가 위에서 내려올 수도 있고 앞서 말했듯이 슬라이딩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죠. 혹은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무용가나 배우가 직접 세트를 가지고 연기하기도 해요. 물론 이런 경우는 세트 규모가 작은 경우죠. 최근에는 뮤지컬 공연에서 빠른 장면 전환과 효과를 위해 무대기계장치까지 제작해서 극장으로 들어오기도 해요. 그런 걸 유심히 보고 생각하는 것도 공연을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이죠.

장면에 대한 무대장치의 표현법을 느껴볼 것
그 장면을 무대장치가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보세요. 무대장치는 주로 사실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혹은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베르테르’라는 뮤지컬을 보면 반투명한 건물들이 배경으로 나와요. 우리가 서양건축하면 생각하는 벽돌 건물이 아니라 건물의 모양 틀은 다 갖췄는데 내용물은 없는 반투명한 느낌의 건물인 거죠. 극의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디자이너가 감성적으로 디자인 접근을 했구나 생각했죠. 쉽게 말하자면 ‘춘향전’에 광한루 장면에서 오작교와 버드나무가 있으면 이건 누구나 광한루인지를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오작교와 버드나무 없이도 그 장면을 설명할 수도 있어요. 그냥 그네 하나와 조명만 있어도 관객들은 디자이너와 연출가가 어떠한 의도로 표현했는지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죠. 그런 포인트를 염려해두고 공연을 관람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를 인터뷰하며 무대디자이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그가 작업한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무대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장희우 학생기자·유지안 학생모델·정승호 무대디자이너.





무대 위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무대디자이너는 무대의 시각적인 부분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공연에서 그 무엇보다 빛나는 무대를 만드는 이가 궁금했습니다. 뮤 지컬 ‘엑스칼리버’ ‘레베카’ ‘모차르트!’ ‘닥터지바고’ ‘스위니 토드’ ‘베르테르’, 연극 ‘햄릿’ ‘됴화만발’, 오페라 ‘돈 조반니’, 이문세·김동 률 콘서트 등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는 연극· 창극·뮤지컬·오페라·발레·콘서트를 오가며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죠. 서울예술대학교 공연학부에서 학생들도 가르치는데, 그의 제자들도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첫 공연 날, 따뜻하고 추억 어린 책방 무대에서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무대는 어떤 작업으로 기억하나요.
우리나라에서 초연된 건 10년 전이고 이번이 10주년 기념 공연이죠.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이 있었고 라이센스를 가지고 와 완전히 재해 석해 브로드웨이와 다른 톤의 무대로 디자인해서 올렸어요. 내용이 따뜻해서 겨울 시즌에 보기 좋은 뮤지컬이죠. 주인공 둘의 관계가 얽혀있는 헌책방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무대죠. 관객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10주년 공연도 할 수 있게 된 거 같습니다.

-예전과 무대가 달라지거나 보수된 부분이 있을까요.
아니요. 똑같이 유지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 공연을 좋아하는 분들이 아마 바꾸길 원하지 않으실 거 같아요. 그래서 10주년까지는 그대로 유지하자고 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무대는 관객분들이 좋아하는 무대인데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거 같아요. 조금 전에도 객석에 앉아서 보는데 나름 괜찮더라고요(웃음).







-무대디자인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배우를 하다가 ‘아, 내가 정말 연기에 소질이 없구나’를 깨달은 거예요. 굉장히 절망적이었는데 방황을 하다가 공연 쪽은 벗어나기 싫고 그러면 공연 가까운 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했죠. 그러다가 무대 만드는 걸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무대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러 유학도 갔다 와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만의 특별한 작업스타일이 있으신가요.
예술가한테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는 게 중요해요. 어떤 스타일을 봤을 때 저 스타일은 누구 작품이다 인식되는 게 바람일 수도 있고요. 나만의 스타일을 가진 무대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유학 시절 마지막 졸업 작품을 해럴드 핀터라는 영국 극작가의 ‘배신’을 했는데, 자료조사를 하다가 조셉 코넬이라는 미국의 초현실주의 작가, 루이스 네벨슨이라는 러시아 출신 미국 조각가, 두 사람이 다 박스를 이용해 미술작품을 만든 걸 봤죠. 저런 스타일로 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디자인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어요. 한국에 들어와서 한동안 그 디자인을 계속했죠. 운이 좋게도 상도 많이 받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정승호라는 무대디자이너는 박스를 많이 사용하는 디자이너구나 이렇게 된 거예요. 이제는 벗어나려고 하는데 하나만 쭉 하다 보면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잖아요. 지치기도 하고, 재미도 없고. 새로운 걸 찾으려다 보니 제일 먼저 해야 할 게 전에 제가 했던 작업에서 좀 멀어지자 그러고 있죠.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무대





-디자인 영감은 어디에서 받는 편인가요.
영감은 정말 어떻게 올지 저도 모르겠어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본 것들이 모두 제 두뇌 속에 있을 테니 작품을 읽다가 그런 것이 연결되 는 거 같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 때는 쉽게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고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미칠 때도 있죠. 평소의 경험이 무대에 묻어 나온 경우가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예요. 유학시절 잘 갔던 책방이 있는데 거기에 가면 항상 위안을 받았어요. 오래된 책방에서 나는 향을 맡는 것부터 새로웠고 그림 같은 것들도 많이 걸려 있었는데 지금 무대에 표현된 딱 저런 공간이었죠. 제가 갔던 책방을 무대 위로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까 고민했었죠.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작업한 무대스케치들. 위에서부터 차례로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무대스케치, 뮤지컬 ‘엑스칼리버’ 중 ‘이교도의 춤과 의식’ 무대스케치, 뮤지컬 ‘레베카’ 중 ‘몬테카를로 호텔’ 무대스케치.





-선생님 작업 중 최고의 작품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하나만 꼽으면 여러 사람들이 싫어해서요. 근데 진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처럼 오래된 공연들이 있어요. 한 번만 딱 올라가고 끝나 는 게 아니라 계속 끊임없이 올라가는 공연들이 있거든요. ‘레베카’도 그렇고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저도 좋은 거 같아요. 두 작 품 꼽으라면 두 작품 뽑겠네요. 지금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이라 약간 정치적인가요(웃음).

-무대디자인이 멋지고 볼거리가 많은 공연을 꼽아줄 수 있을까요.
뮤지컬은 10대들이 웬만하면 볼 수 있을 텐데 무대적으로 전환이 많아서 굉장히 흥미롭죠. 발레도 좋아요. 뮤지컬은 3차원적인 어떤 구조물이 들어오는데 발레는 그런 게 들어가면 춤을 못 춰요. 좁으니까. 그래서 그림으로 된 세트들이 만들어지는데 굉장히 아름다워요. 콘서트는 어떻게 하면 화려하게 할까 할 정도로 스펙터클하죠. 다들 아이돌을 좋아하니까 무대 보는 재미가 있겠죠.

-직업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매번 하나의 일만 계속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매번 바뀌니까 재미있고 신나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 에요. 수많은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즐겁지만 그만큼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마지막으로 일이 어려워요. 매번 작품들을 다른 색깔로 표현해야 되니까 그 스트레스가 조금 큰 거 같아요.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무대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요.
미국에서 돌아올 때 저를 가르쳐준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스펀지 같은 사람이 되라. 스펀지가 물을 쫙 빨아들이 잖아요. 나한테 오는 자극을 그냥 무감각하게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빨아들여라 그래서 예민하게 자기를 만들어라. 그리고 좋은 눈을 가져라. 시각을 예를 들면 지금 까마귀를 그려보라고 그러면 잘못 그릴 거예요. 분명히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데 막상 그리려고 하면 잘 못 그려요. 그건 유심히 안 봐서 그래요. 디자이너가 되려면 세부적으로 다 봐서 기억 속에 남겨놓고, 다음에 자기가 디자인할 때 그걸 끄집어낼 수가 있어야 해요.

-무대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실체를 이야기하면 되게 화려해 보이고 멋있어 보이는데 굉장히 힘들어요. 예를 들어서 사람은 누구나 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잖아 요. 근데 그럴 수 없어요(웃음). 하지만 사람이 돈만 가지고 사는 건 아니에요. 돈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이 있어요. 그런 차원에서 돈에 너무 민감한 사람은 무대디자인 하면 안 돼요.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무대 세트와 소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무대디자인을 할 건지.
아니요. 다시 태어나면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서 록스타가 되고 싶어요. 노래 불러서 그걸로 인정받고 투어 다니면서 세계를 여행 하면서 노래 부르는 삶을 살고 싶어요(웃음).

-무대디자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협력자.














-앞으로 참여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이제 작품을 줄이고 있어요. 많이 한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앞으로 선택을 하게 되면 여태까지 같이 작업했던 사 람들 중에 개인적으로 신세를 많이 졌던 사람들이 있고 좋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분들하고만 아마 작업할 것 같아요. 새로운 거를 발전 시키고 뭔가를 한다기보다 앞으로의 작품은 잘 정리하는 느낌의 작품들을 만들고 싶어요. 하나하나 더 정성 들여서 잘 정리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정말 이뤄지지 않을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뤄질 수도 있겠다 싶어요. BTS를 보니까 우리나라 문화가 세계에서 각 광을 받잖아요. 지금 그런 시대가 됐어요. 제가 미국에 가서 공부할 때는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어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인턴을 했는데 그 공간에서 디자인했던 사람들의 전체 파일을 정리한 경험이 있어요. 그때 언젠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돼서 이런 곳에서 디자인할 기회가 생기면 참 좋겠다 생각했죠.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잖아요. 앞으로 무대디자인 할 사람들은 제가 경험한 것이 아닌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디자인을 하게 될 텐데, 적어도 해외 라이센스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한 디자인이 중국·미국·유럽에 가는 거죠. 전 세계에서 올려지는 무대를 한번 디자인해보고 싶다, 이게 꿈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무대디자인·의상디자인 등의 스케치를 전시도 보고 무대디자인도 직접해봤어요.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죠. 무대소품 디자인도 굉장히 디테일이 필요한 작업이었어요. 어렵긴 했지만 같이 간 학생기자들과 상의하고 디자인해보는 게 정말 좋은 체험이었습니다. 박주희(경기도 해솔초 5) 학생기자

평소 다양한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대디자인을 눈여겨보지는 않았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무대는 배우가 연기하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님이 디자인한 무대를 보고 저절로 감탄이 나왔어요. 텅 비었던 무대가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으니 마술처럼 극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죠. 무대디자인을 직접 해보니 생각만큼 손이 잘 따라주지 않아 답답했지만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유지안(서울 언남초 4) 학생모델

직접 무대디자인을 해보는 체험은 재미있기도 하면서 무대디자이너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어요.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님과 인터뷰하면서 무대디자이너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죠. ‘스펀지 같은 사람이 되라, 눈으로 많은 걸 담아라’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자세히 알게 되니 무대디자이너도 해보고 싶은 직업이 되었죠. 장희우(경기도 위례푸른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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