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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시험 없어 애 실력 궁금” 초등 사설시험 몰리는 부모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2/09 12:02



2011년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가 폐지되자, 사설시험으로 몰리는 초등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직장맘 고모(35·경기 광명시)씨의 초1 아들은 지난달 16일 한 교육업체가 실시하는 ‘수학 학력평가’에 응시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필수 코스’로 통하는 이 시험은 초1~중3을 대상으로 연 2회 치러진다.

한번 응시할 때 3만원을 내야 하는데, 60분(초1은 40분) 이내에 객관식과 주관식이 섞인 수학 문제 25개를 풀어야 한다. 경시대회 같은 고난도 문제가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된다. 학생의 총점, 문항별 정답률, 석차 백분율 등을 알려준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학업 수준을 파악하고 싶어 시험을 본다고 답했다. 고씨는 “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가 없어 아이의 평소 실력이 궁금했다”며 “시험을 준비하면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집중하는 습관도 기른 것 같아 만족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내년에도 아들에 시험을 치게 할 생각이다.

서울, 경기도 등의 초등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 같은 지필시험이 없어지자 사교육업체가 주관하는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2011년 교육부가 외부 수상 실적 등의 학생부 기재를 금지하면서 사설 경시대회에 대한 관심은 줄었지만, 초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만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A업체의 ‘전국 수학 학력평가’다. 2015년 6만2460명이었던 응시 인원이 해마다 약 1만 명씩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만6945명이 응시했고, 하반기까지 합하면 10만 명이 시험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5년 새 두 배 증가한 인원이다.



매년 증가하는 사설 학력평가 초·중 응시 인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초등학교 시험 폐지는 “학생 부담을 늘리는 획일적인 줄 세우기식 평가를 없애야 한다”는 진보 교육감들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2011년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도·광주·전남·세종·울산 등으로 확대됐다.

이들 지역의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동시에 같은 문제를 푸는 중간·기말고사 등이 사라졌다. 대신 단원이 끝날 때마다 교사의 재량에 따라 쪽지 시험 등을 통해 학습 내용을 평가한다.

전수조사 방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도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표집평가로 전환했다. 최근 학력 저하가 문제가 되자 올해 ‘모든 학생 학력 진단’으로 방향을 바꿨는데, 과거와 달리 지역별로 시험을 치른다.

자녀에게 사설업체 시험을 치르게 한 부모들은 아이 실력을 파악하고 공부 습관을 기르는 데엔 시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초2 딸을 둔 이모(37·서울 은평구)씨는 “단원평가를 봐도 교사별로 횟수와 수준이 제각각이라 우리 애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며 “아이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알려면 사설시험에 응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초4 아들을 키우는 서모(41·양천구)씨는 “초등생에게 당장 시험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결국 대입에선 시험을 잘 봐야 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시험 보는 훈련을 해놔야 중·고등학교 때 당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4학년 딸을 둔 박모(45·성동구)씨도 “정부가 정시를 늘린다는 데 이것도 문제 푸는 시험 아니냐”며 “시험을 많이 봐볼수록 요령도 생길 텐데, 학교 시험이 없다고 그냥 두면 우리 딸만 뒤처질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험 준비 과정에서 아이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강남 대치동·목동과 같은 학원가에서는 해당 시험을 대비하는 과정이 개설됐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씨는“시험을 앞두고 온라인 서점에서 관련 교재가 모두 팔려 교재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사설 시험에 매달리다가 학생의 흥미를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민희 서울 관악초 교사는 “사설 시험에 응시하더라도 아이의 객관적인 실력을 확인하고 이를 보충하는 기회로만 여겨야 한다. 성적에 집착하고 부담을 주면 아이가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 소재 초등학교의 교사도 “초등학교 시절엔 학생에 따라 학습 능력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재능이 있어도 발현이 늦을 수 있다. 시험 결과를 맹신해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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