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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오래된 보물 같은 책 찾는 모험…책 읽는 재미 더해줍니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1/12 16:02



터널처럼 둥근 통로 양옆으로 책이 가득 꽂힌 책꽂이는 SNS에 '인증샷'이 자주 올라오는 서울책보고의 유명한 포토스팟이다. 정해린(왼쪽)·김은비 학생기자가 책꽂이에 기대 포즈를 취했다.





서점에 가면 빳빳하고 깨끗한 새 책들이 가득합니다.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서가(문서나 책 등을 꽂아 두도록 만든 선반)에서 원하는 책을 손쉽게 고를 수 있죠. 하지만 아무리 큰 서점에 가도 구할 수 없는 책들이 있어요. 손때 묻고 낡았지만 추억이 담긴 책, 이제는 더 이상 출판되지 않는 책, 비매품(일반인에게 팔지 않는 물품)으로 만들어진 책 등이 그런 것들이죠. 사람들이 여전히 헌책방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오래된 책의 매력을 느껴보기 위해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에 다녀왔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김은비·정해린 학생기자에게 이한수 홍보팀장이 서울책보고를 안내해줬죠. “이곳은 서울시가 도시 재생 사업(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을 통해 유휴지(쓰지 않고 묵히는 땅)에 만든 시설이에요. 서울시 안팎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헌책방 29곳이 기존 매장과 더불어 이곳에서도 헌책을 판매하고 있죠. 독립출판물과 기증도서의 경우 판매는 하지 않지만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어요. 또 북토크나 책 처방, 작가 강연, 인형극 공연 등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서울책보고에서는 독립출판물과 기증도서도 열람할 수 있다. 책을 읽을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서울책보고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터널 형태의 통로와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찬 책들입니다.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나와서 유명해졌죠. 구불구불하게 뚫린 통로의 모양은 책벌레가 지나간 흔적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해요. 이 팀장은 “이 통로를 보고 어떤 분들은 ‘시간여행을 하는 관문 같다’고 이야기한다”며 “엄마·아빠 또는 할머니·할아버지가 보던 책들을 직접 만져보고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곳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어요.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서울책보고에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훑어보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책에 몰두한 사람 등이 보였죠. 평일에는 하루 평균 800~900명, 주말에는 1700~2000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해요. 이 팀장은 “2019년 3월 개관한 이래 지금까지 30만 명 이상 방문했다”고 설명했죠. 헌책방에 대한 추억이 있는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의 방문객뿐 아니라 사진을 찍으러 오는 젊은 층과 드라마를 보고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고 합니다.



서울책보고에서는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구석자리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책은 총 13만 권 정도. 개관 이후 21만 권 정도가 판매됐고, 그만큼의 헌책이 새로 들어왔죠. 독립출판물 2595권, 기증도서 1만670권도 자리하고 있어요. 서가를 둘러보니 1980~90년대 만화잡지와 교과서, 오래된 세계 명작 전집, 비교적 최근에 출판된 학습 만화 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소중 기자단은 ‘혹시 청소년 잡지로 출판됐던 예전의 소년중앙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요. 이 팀장은 “개관 초기에 모두 판매되어 지금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어요. 희귀본의 경우 수집가들이 금세 구입해가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죠.



옛날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만화잡지와 당시 교과서, 학습백과사전 등 재미있는 헌책들이 많다.





그렇다면 현재 판매 중인 책들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 책정된 책은 뭘까요. 바로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을 뛰는 손기정 선수의 사진이 담긴 1936년 베를린올림픽 화보집입니다. 가격은 500만원. 역사적 자료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에요. 종이에 사진을 인쇄한 요즘 화보집과 달리, 이 책은 인화한 사진을 붙였다는 점도 독특합니다.

만약 특정한 책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서울책보고 홈페이지(www.seoulbookbogo.kr)에서 검색해보면 됩니다. 다만, 일반 서점과 달리 그 책이 정확히 어디에 꽂혀 있는지는 알 수 없고, 어느 헌책방의 책꽂이에 있는지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책을 찾아내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이 팀장은 “책을 찾기가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그 점이 바로 헌책방만의 매력”이라고 말했어요. “여기는 책을 ‘쇼핑’하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산책하듯 걷다가 책을 ‘발견’하는 곳이에요. ‘이런 책도 있었네’ 하면서 의외의 흥미를 발견할 수도 있죠. 시민 공모를 통해 붙인 ‘책보고’라는 이름도 ‘책의 보물창고’, ‘책이 보물이 되는 곳’이라는 뜻을 담았어요.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예요.”



'서울책보고'라는 이름에는 '책을 본다'는 뜻과 '책의 보물창고'라는 뜻이 모두 담겼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찾아간 날 이곳에서는 ‘근·현대 여성작가전’과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읽기의 역사’가 전시되고 있었는데요. 다양한 헌책들 가운데 테마에 맞는 책들을 모아 도서 전시를 열고 있어요. 또 매달 주제를 정해 북 큐레이션(다양한 콘텐트 가운데 의미 있는 것을 골라내 목적에 따라 분류·편집하고 배포하는 것)을 제시하죠.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책들을 골라 소개했습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주제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2020년 첫 번째 전시 주제는 '어린이 동화'랍니다.



소중 기자단은 서울책보고에서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골라봤다. 어린이 베스트셀러도 있고, 지금은 절판되어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책도 있었다.






〈‘서울책보고’에서 고른 '소중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책'〉

김은비 학생기자 추천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이가라시 미키오 글, 이범선 옮김, 268쪽, 소미미디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걸 봤을 때 책등의 색깔과 제목이 흥미를 끌었어요. 제목이 감성적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골랐죠. 제가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 시간이 금방 갈 것 같아요. 잠들기 전에 혹은 시간이 잘 안 갈 때 책을 읽고 싶은 친구에게 추천합니다.

『로테와 루이제』
에리히 캐스트너 글, 김서정 옮김, 232쪽, 시공주니어
제가 2학년 때 학교에서 선정한 필독도서 중 하나라 읽어봤어요. 내용이 흥미롭고 재밌어서 저도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이에요. 쌍둥이 소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죠. 저학년 독자들에게 추천해요.

『존 벤이 들려주는 벤 다이어그램 이야기』
전병기 글, 208쪽, 자음과모음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 시리즈인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서 좋아해요. 이 책을 읽고 벤 다이어그램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어 도움이 됐어요. 사고력 수학 같은 걸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해요.


정해린 학생기자 추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글, 김지원 옮김, 328쪽, 북폴리오
표지가 일단 멋져요. 제목도 흥미를 끌었죠. 초등학생용 책에 비하면 글씨가 조금 작고, 책이 얇지는 않아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감성적인 소설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Magic Tree House #36 Blizzard of the Blue Moon』
Mary Pope Osborne 글, Sal Murdocca 그림, 110쪽, Random House
3학년 때 이 시리즈 책들을 다 읽었는데 전부 재밌었어요. 시간여행을 하는 내용인데, 몇 년이 지났는데도 제일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죠. 영어로 쓰인 책이지만 어렵지 않아서 읽다 보면 영어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어요.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요.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11 - 고대 크리스털의 예언과 판타지 세계 대 결전』
제로니모 스틸턴 글, 성초림 옮김, 384쪽, 사파리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중 하나예요. 굉장히 멋진 여러 일들이 펼쳐지죠. 글만 읽으면 힘든데, 중간중간 캐릭터 그림 같은 게 많아서 재밌어요.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죠. 책을 싫어하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강력 추천해요.








학생기자 취재 후기
처음에는 도서관이나 서점 같은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설명을 듣고 나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미처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몰랐던 책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어 책을 찾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거나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들도 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은비(서울 동산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를 하면서 평소 읽어보지 않았던 종류의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옛날에는 어떤 책들을 사용했는지, 어떤 내용의 책들이 있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동네 서점이나 도서관을 떠올렸는데 직접 가보니 헌책방이라는 점이 달랐어요. 책을 찾으면서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재밌었습니다. 정해린(서울 경복초 5) 학생기자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은비(서울 동산초 5)·정해린(서울 경복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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