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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 세계 엿보기] (34)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데

한 소년이 할아버지에게 삶의 가치에 관해 물었다. 대답 대신 할아버지는 돌을 주며 ‘시장’, ‘박물관’ 그리고 ‘보석용 원석 판매장’에 가져가 팔아보라고 했다. “누가 값을 물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손가락만 두 개를 펴 보이라고 했다.

아이가 시장에 가자 한 여성이 관심을 보이며 가격을 물었을 때 소년이 말없이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이자 “2달러라고? 그럼 사야지”했다. 다음 박물관에 가져갔을 때는 한 남자가 사고 싶다고 했고, 소년이 두 손가락을 들어 보이자 “200 달러? 좋아.”라고 했다. 소년이 마지막으로 간 곳은 보석용 원석 판매장이었다. 주인은 아주 귀한 돌이라며 “20만 달러에 사겠다”고 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일 수도 있고 비유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할아버지께서 손자가 “삶의 가치”에 대해 물었을 때 답을 알려준 방법과 뜻이다. “얘야, 이제 너의 삶의 가치를 알겠니? 어디 출신인가 돈이 얼마나 많은가는 중요하지 않단다. 자신을 어느 위치에 두는가와 네 주변의 사람들이 중요하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그 끝에는 결과 아니면 평가가 있다. 2017년 8월부터 시작해서 2020년 5월까지 나는 채플린 인턴 2 unit과 레지던트 3 unit을 마쳤다. 자격증 있는 채플린(BCC: Board Certified Chaplain)이 되기 위한 지원 자격은 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 4 Unit과 병원 채플린으로 2,000시간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 이것은 CPE를 관리하는 협의회인 ACPE(Association of Clinical pastoral Education)에서 주관한다.



매번 한 Unit이 끝날 때마다 CPE에서 제공하는 질문에 따라 평가서를 작성하고 발표 후 최후엔 슈퍼바이저의 평가를 받는다. 평가서는 ACPE에 10년간 보관된다.

CPE 다섯 Unit을 하는 동안 네 명의 슈퍼바이저를 만났다. 첫 번째 Unit을 마치고 슈퍼바이저(백인 여자)가 나에 대한 평가서를 간단히 설명을 하고 서류에 싸인을 하라고 했다. 읽어볼 여유도 없이 싸인을 하고 나중에 읽어보고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앞에서는 친절하게 웃으며 잘하고 있다고 하더니 평가서에는 적나라한 비판이 적혀 있었다. 우연히 함께 수업을 받은 동료(백인 여자)의 평가서를 읽고 내가 받은 충격은 ‘채플린의 세계에서도 인종차별이 존재하는구나’였다.

그후 레지던트 2 unit을 할 때 나의 슈퍼바이저는 노르웨이 출신이었다. 그녀는 미국 와서 공부하며 채플린 슈퍼바이저가 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 슈퍼바이저가 되면서 많은 다민족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인턴과 레지던트들을 가르쳐온 경험이 풍부했다. 내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재능이 많은지, 잠재 능력이 있는지를 늘 깨우쳐 주었고, 자신 없어 할 때 마다 용기를 주었다. 최종 평가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세 번째 Unit은 다른 병원 슈퍼바이저에게 배웠다.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화상으로 수업을 하니 아쉬운 점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최종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첫 번째 원인은 내가 영어실력이 부족하고 수업 시간에 말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내 느낌으로 슈퍼바이저가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다름 그리고 레지던트 각자의 성격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부족 때문이다. 같은 사람에 대해 평가하는 사람이 어떤 경험과 가치관을 가졌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짐을 또 경험했다.

위의 ‘돌’ 이야기처럼 나를 ‘2달러 돌로’, ‘200달러 돌로’ 혹은 ‘20만 달러 보석으로’ 보는 사람들 속에 살 수 있다. 내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누구와 더불어 살 것인지가 중요하다. 오늘 나의 내면의 가치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사람과 더불어 살고 싶다. 그리고 나도 내 주변 사람들의 가치도 알아봐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당신은 어떤가요? [목사•콘델병원 채플린]


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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