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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 오바마 대통령 센터의 운명

‘스타워스’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이 시카고에 박물관을 지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루카스 감독의 아내가 시카고 출신이라 고향인 샌프란시스코 대신 시카고에 자신의 이름을 딴 박물관을 짓고자 한 것이다.

당대 최고 감독으로 꼽히는 루카스가 시카고에 박물관을 짓는다고 하니 시 입장에서는 대환영이었다. 문제는 박물관 부지였다. 루카스 감독은 시카고 다운타운 지역 최고 명소인 솔저필드 남쪽 주차장을 박물관이 들어설 최적의 장소로 꼽았다. 레익프론트, 호변 보호가 중요했던 시민들은 이에 반대했다.

애론 몽고메리 워드는 우편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카달로그 제작으로 유명한 시어스 백화점과 함께 20세기 초 미국 유통 문화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그의 이름을 딴 백화점이 2000년대 초반까지도 시카고에서 명맥을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워드의 업적 중에 하나는 다운타운의 그랜트 파크를 보존한 것이다. 지금도 그랜트 파크에 건물이 들어설 수 없다는 원칙은 워드가 소송을 통해 귀중한 원칙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과 외부 관광객들이 찾는 시카고 다운타운의 시민공원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참고로 밀레니엄파크의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과 크라운 분수대의 경우 건물이 아니라 예술작품으로 예외를 인정받아 들어설 수 있었다.

최근 시카고의 연방법원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센터 공사가 지체되지 않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루카스 박물관이 본재판으로 이어지는 것이 결정되자 LA로 부지를 옮긴 것과는 사뭇 다른 진행상황이다.

루카스 박물관과도 소송을 제기했었던 ’공원의 친구들’이 낸 이 소송은 잭슨파크를 보존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 센터의 건립을 반대한 바 있다. 물론 ‘공원의 친구들’은 시민들의 땅이 도둑맞은 것과 다름없는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항소할 것이며 연방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루카스 박물관 소송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호변 보호의 원칙이 한번 무너지면 이후 유사한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담당 판사의 지적이었다. 비록 루카스 박물관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운영될지라도 호변에 들어서는 사유재산이 된다면 이후 호변에 시도될 추가 건립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진다는 논리였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 센터의 경우에는 공원을 그대로 보전했을 때의 이익과 박물관 건립시 예상되는 공익을 비교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바마 센터 부지는 호변에서 벗어난 곳이라며 대통령 박물관이 생기고 나면 지역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고려된 것이다.

물론 일부 주민들의 주장과 같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디 공원 보전과 공공의 이익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건설적인 토론과 제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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