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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부 항의에 묵묵부답…외교부는 속으로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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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4 02:56

한·뉴질랜드 우호관계에 악영향 우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연합뉴스]






외교부가 뉴질랜드 근무 당시 현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외교관 A씨에 대한 재조사 여부와 관련, “규정을 따져봐야 한다”고 4일 밝혔다. A씨의 귀국 후 소명을 들은 후 재조사 또는 추가 징계 여부를 포함해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외교부는 3일 “A씨에게 즉각 귀국을 지시했다”며 “여러 물의를 야기한 데 대한 인사 조치”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을 자국으로 돌려보내라는 뉴질랜드 정부의 요청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범죄인 인도나 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하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A씨의 귀국 일정과 관련, 외교부는 “어제 발령이 났고 가능한 한 조속히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귀국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주간 자가 격리가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면 외교부 내 재조사 절차는 이달 중순 이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안을 연일 다루고 있는 뉴질랜드 언론은 4일 외교부의 'A씨 즉각 귀국 지시'를 관심 있게 다뤘다. 해당 사안을 처음 보도한 현지 방송사 뉴스허브는 4일(현지시각) “정의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facing justice)”며 “곧 뉴질랜드로 범죄인이 인도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에겐 골칫거리를 넘어 '외교적인 악몽(diplomatic nightmare)'”이라며 "한국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켜 ‘국가적 망신(national disgrace)’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 내에서는 이같은 뉴질랜드 정부와 언론의 최근 움직임에 불편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공식 절차는 제대로 취하지 않으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전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에 공식 사법협력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며 “뉴질랜드 측이 그러한 공식적인 사법절차에 관한 요청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것 없이 언론을 통해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에서 일어난 비슷한 사안에서 한국 외교부는 공식적인 사법 절차를 따르고 있다. 한국에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노에 웡 전 주한(駐韓) 필리핀 대사에 대해 한국 경찰은 지난 5월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후 외교부는 필리핀 당국에 웡 전 대사 사건과 관련해 체포 영장이 집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뉴질랜드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 공식적인 사법절차 요청을 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가 비협조적이라 실망스럽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지난해 9월 뉴질랜드 경찰이 폐쇄회로 TV(CCTV) 영상과 함께 다른 공관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을 요구한 것도 외교 관례상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당시 외교부는 정당한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발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뉴질랜드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라고도 말했다.

외교부가 3일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를 사실상 초치해 ‘항의’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외교부는 터너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부른 것을 ‘초치’가 아닌 ‘면담’이라는 용어를 쓰며 일단 수위를 조절하긴 했다.

터너 대사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잘 알았다”고 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뉴질랜드 정부가 3일 이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외교부의 불편한 기류가 전달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질랜드는 비교적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라 이런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향후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지금까지 우호적이던 두 국가의 관계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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