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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그레이 칼럼] 종교와 삶의 상관관계

인간에게 신의 존재는 무엇이고 신에게 인간의 존재는 무엇일까? “인간이 신을 죽였기 때문에 신은 죽었다”고 대담하게 신을 거부한 독일의 철학가 프리드리히 니체의 단언에 충격을 받았던 사춘기 시절 신은 모호한 존재였다.

니체는 어릴 적에 루터란 목사였던 아버지가 고통을 당하다 사망한 것을 목격하고 신의 존재에 회의를 느꼈다. 이때 가진 신에 대한 감정적인 의문이 차차 냉철한 지적인 의문으로 바뀌면서 믿음을 잃었다. 믿음의 강도가 아니라 믿음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죽은 다음의 세상인 천국에 포커스를 맞추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달리 니체는 현시점의 삶과 인간의 존재 의미를 고찰했다. 한때 인간의 고난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바그너의 음악에 반한 니체는 예술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인에게서 두번이나 퇴짜를 맞자 절망했다. 만약에 그녀가 그의 사랑을 받아줬다면 니체는 방랑하거나 철저한 고독에 빠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인간의 고통에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으려고 직접 자신의 의지와 싸움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다 정신력을 상실해서 고통받다 삶을 마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어떻게 살지 선택하고 또 선택한 삶을 사랑해야 한다던 니체에게 혹했던 시절은 만용을 부리던 나의 청춘기였다. 하지만 이민 와서 살다가 신의 존재를 느끼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종파의 신앙을 가져도 모두 아브라함의 자손들이라 필연적 존재인 신의 권능을 믿었다. 시카고 여행중에 성당을 찾아 미사를 보고 시카고 북부 지역을 둘러보다 아름다운 건축물에 끌렸다. 바하이교 사원은 내가 믿는 종파를 내 삶의 보호막으로 가지고 의존하던 나의 자세에 변화를 줬다. 나의 신앙에서 우리의 신앙으로 더 넓게 시야를 확대시켰다.

시아파 이슬람을 근본으로 세상의 모든 종교를 포용한 바하이 신앙의 기본 원칙은 인류애다. 역사적으로 신은 수시로 메신저를 보내서 인간에게 가르침을 줬는데 현시대의 메신저가 바하이 종교의 창시자라고 믿는다. 동등한 9 면과 똑 같이 9 정원으로 둘러싸인 둥근 돔의 사원 기둥에는 세상의 모든 종교의 심볼이 엮이어서 화합을 이룬 조각이 새겨져 있다. 아름다운 사원의 입구에 적힌 지혜로운 글들이 좋았고 온통 정교한 디자인을 가진 360도 원형의 내부는 환하게 들어온 빛으로 출렁이며 신비함을 줬다. 성직자 없이 뽑힌 지도자가 운영하는 바하이교는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도 활발히 한다. 세상이 온통 다른 이념과 믿음으로 분리되어 피를 부르는 상황에서 바하이 종교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최근에 나 사는 곳에서 불과 3 마일 거리에 대형교회, Church of Highland가 들어섰다. 딱히 앞세운 종파가 없는 기독교다. 버밍햄에서 2001년에 한 목사와 34명의 교인으로 시작한 이 교회는 현재 앨라배마에서 가장 교인이 많고 2016년 미국 전역에서 두번째로 교인이 많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장을 해서 앨라배마 중부 곳곳에 15 캠퍼스를 확장했고 4만명의 교인을 가진 현대판 기적을 이뤘다. 여러 종파의 교회에 다니던 사람들이 위성방송으로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이 교회로 이적했고 특히 내가 다니는 성당의 교인들 중에 아침에 미사를 보고 오후에 이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하느님의 사랑과 삶에 포커스를 맞춘 교회에 열렬히 참여하는 사람들은 신의 위력을 증언한다.“신은 죽었다” 단언한 니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인간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여 어떤 고통과 모순까지 극복하고 높은 목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최대의 우수함을 찾아 살아야 한다던 니체는 전시대의 천재 사상가다. 생소한 견해로 상식을 뛰어넘었던 그의 탐구가 결국 그를 정신병자로 만들었지만 삶의 열쇠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의지라던 그의 말은 아직도 나에게 신선한 충동이다.

세상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이 되고 윤리 도덕의 강령이 되는 종교가 없다면 사회질서를 잡아주는 기본이나 인간관계의 화합은 어떻게 될까. 세상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시간과 장소의 변화에 따른 사회환경에서 신을 따르는 방식도 변한다. 바하이 종교나 앨라배마의 하이랜드 교회 같은 초교파 방식이 현 시대의 종교적 변천이다. 살아있는 신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통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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