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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환 칼럼] 부겐베리아꽃 지금도 있을까



2019년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연말연시라 괜시리 바쁜척했는지 후다닥 지나가고 이제 좀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매년 해를 넘길 때마다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이 멀리 타향에 와서 귀한 많은 인연들을 함께했는데 혹시나 소홀하게 대한 분이 안계신가 뒤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옛 거주지에서도 인연도 수없이 많았다.

그 중에도 인연은 아니지만 ‘꽃연’이 있었다. 남들은 ‘그까짓 꽃 하나 가지고 그러냐’고 말할지 모르나 애틀랜타로 오기 전 중남부지역 타주에 있을 때는 이사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어렵게 처음으로 마련한 시골집이지만, 그래도 컨츄리 클럽안에 제법 아담한 집을 구입했다. 그리고 그 집이 너무 좋아 ‘이제 여기가 마지막으로 살집’인 듯 거의 20년을 꾸미고 가꾸었다. 그중에서도 뒷마당 나무울타리 아래에는 바질(Basil) 씨를 한번 뿌렸는데 자라서 자연적으로 씨가 떨어저 매년 무성하게 자라 사방에 바질 냄새가 진동하는게 너무 좋았었다.

어느 해인가 한국 다녀오는 길에 하와이에 들렸을 때 주변 울타리나 또는 야산에 여기저기 퍼져있는 부겐베리아(Bougainvillea)가 나에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꽃이 어디있나 하고 검색해보니 집에서 2시간 30분 정도나 걸리는 택사스 롱뷰(Longview)라는 인구 3만정도의 중도시의 홈디포에 있다고 나왔다. 주말에 집사람과 내려가보니 과연 부겐베리아가 흰색 분홍색 빨간색이 세가지가 있었다. 그중 분홍색이 가장 보기에 아름답게 보이기에 한그루하고, 간김에 한국의 남쪽해안가에 많이 자생하는 동백나무(Camellia)도 겹꽃잎으로 같이 사다 심었다. 사실은 동백꽃은 향수때문에 구입했다. 날씨도 고국의 남쪽과 거의 비슷하고, 이웃집에도 보니 동백이 잘자라고 있었다.



특히, 부겐베리아는 열대성 식물이라 겨울에는 실내로 들여와야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작을 때는 몰랐지만 몇년을 지나니 엄청나게 자라서 큰 화분으로 세번이나 분갈이해주었는데 아주 크게 자라 여름에는 축축 늘어진 가지에 여름내내 피고지는 꽃이 보기에 좋았지만 겨울이 되면 큰 화분을 실내로 옮기려 전용받침대를 만들어 롤러를 아래에 달아 낑낑대며 끌어 넣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다음부터는 늧가을이 오면서 낙엽이 질 때쯤이면 일년 자란가지에서 꽃이 더 화려하게 핀다는걸 알고는 실내에 들여올 때는 윗가지를 모두 잘라내고 들여오니 한결 편했다. 겨울내 페리오 창가에 두면 알아서 자라고, 봄이면 나가자 마자 곧바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키웠던지…. 포기를 갈라 두 화분을 뒷쪽 넓은 페리오 양쪽으로 두면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다른 이름은 ‘Paper flower’라고도 하는데 꽃잎이 가는 습자지모양 얇다. 꽃말은 ‘정열’이라고 한다.

동백은 또한 집옆으로 심었더니 제세상 만난듯 몇년 후 차고 옆에서 내 키를 훨씬 넘게 자랐다. 겨울이면 눈바람 속에서도 아름다운 겹꽃의 핑크색을 우아하게 자랑하는게 지금 생각해도 눈에 선하다. 그 모든 꽃과의 ‘꽃연’들이 갑작스럽게 떠날 때는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동백은 어쩔수없고, 그 큰 부겐베리아 화분을 가져 가겠다고 욕심을 부렸지만 무리였다. 그중에서 일부를 떼내 작은 화분에 옮겨 심고 윗가지는 모두 정리한 뒤 2월이라 비닐로 꽁꽁 싸서 가져올 참이었다. 짐을 모두 대부분 부치고, 남은 것을 차에 실으니 좁은 SUV에는 이런저런 잡동사니로 가득차서 뒷쪽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막상 떠나는 날 비는 왜 그렇게 서글프게 내리는지. 정들었던 시골 도시를 빠져 나오면서 몇집들려 우리 떠난다고 허그하고 눈물도 좀 훌쩍이고는 한두시간 달렸을까. 집사람이 “아차”했다. “뒷마당에 가져간다고 싸둔 부겐베리아 화분 실었어? 아이구 이걸 어쩌나,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이런 정신하고는…” 우린 서로를 나무랬다. 경황이 없어 비닐봉지에 고이 싸두었던 화분을 그대로 두고 떠난 것을 두고 두고 가슴 아파했다.

“그냥 가, 가서 애틀랜타가서 하나 사서 키우자”라고 위로하며 떠나온게 엇그제 같다. 가끔은 집사람이 “그 이쁜 부겐베리아 여전히 피고 있을까?”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그만 생각해. 너무 커서 안키울려 했는데 금년에 한포기 구해키우자”고 답했다. 구글맵으로 옛집을 보니 동백은 보이는데 그 꽃은 없는 듯하다. “그래, 2019년은 황금돼지 해이고 기해년이니 귀하게 얻은 인연은 돈으로도 살 수 없지. 부겐베리아같이 아름답게 가꾸고 키워보자. 그리고 꽃과의 인연도 올 봄엔 다시 한번 키워보자. 옛집 뒷마당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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