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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별미는 한식, 이야기를 곁들어 드립니다

‘겨울 한식’ 주제로 팝업 식당하는 이승희 씨
낮엔 CDC 역학자, 밤엔 한식 요리사, 코노서

이승희 씨.[출처=Koreanfusion 인스타그램]

이승희 씨.[출처=Koreanfusion 인스타그램]

[출처=Koreanfusion 인스타그램]

[출처=Koreanfusion 인스타그램]

[출처=Koreanfusion 인스타그램]

[출처=Koreanfusion 인스타그램]

[출처=Koreanfusion 인스타그램]

[출처=Koreanfusion 인스타그램]

애틀랜타의 미식가들에게 ‘이름을 아는 한식 요리사가 있느냐’고 물으면 누구의 이름이 거론될까. 2018년 애틀랜타 중앙일보 업소록 ‘한식’ 부문에 기재된 식당만 60여 곳이지만, 아마 가수 출신 요리사 이지연 씨 다음으로 자칭 ‘취미 요리사’ 이승희 씨의 이름을 듣게 될 것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3만2000명. 베스트셀러 ‘서른 살의 레시피’로 유명한 푸드 칼럼니스트 김순애 씨와 요리책 ‘에브리데이 코리안’을 펴낸 2017년 이후로는 애틀랜타 지역 주요 매체의 요리 지면에서 정기적으로 이 씨의 근황을 접할 수 있을 정도다.

영양학 박사인 이승희 씨는 낮에는 연방질병통제국(CDC)에서 근무하고, 밤이면 한식을 연구하고 소개하느라 분주하다. 그의 팝업 식당은 고급 와인 바, 일식당, 이탈리아 식당같이 애틀랜타에서 가장 까다로운 입맛들이 모이는 곳부터 시끄러운 술집과 격식 없는 힙합 베뉴까지 섭렵했다.

작년에는 뉴욕, 엘에이는 물론 덴마크와 벨기에의 유명 식당에서도 초청을 받아 팝업 식당을 열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팝업 식당 입장권은 장소와 메뉴, 따라오는 와인에 따라 인당 80달러에서 160달러를 호가하지만, 판매 시작을 몇 시간 이내에 매진되곤 한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요리를 “취미 생활”이라고 부른다. 오히려 본업이 따로 있기 때문에 밑천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이 추구하는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는 20일 올드포스워드 지역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겨울 한식’을 주제로 팝업 식당을 여는 이 씨에게 애틀랜타의 한식에 관해 물었다.

팝업 식당에는 어떤 사람들이, 왜 수많은 한식당 대신 팝업에 오나요.

“모험적인 입맛과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와요. 가격에 구애 받지 않고 색다른 경험을 찾는 사람이죠. 제가 하는 한식이 유별난 건 아니지만, 한식을 맛있는 술, 와인과 접목해서 즐길 수 있는 곳은 미국 전역에 흔치 않아요. 이런 느낌으로, 이런 환경에서도 한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 점이 많은 미식가를 유혹하는 것 같아요. 저는 본업이 있고 요리는 일종의 취미생활이잖아요. 팝업에서는 본전만 건져도 억울하지가 않기 때문에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자주 팝업을 여나요?

"작년엔 한 달에 평균 두 번 정도 했네요. 애틀랜타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뉴욕, 코펜하겐, 런던 같은 데서도 자주 해요. 아무래도 수요가 대도시에 집중돼있더라고요. 뉴욕 같은 데는 티켓을 판매하며 대부분 3시간 이내에 매진되곤 해요. 일부러 술을 파는 식당을 잡아서 술과 함께 팔면 식당과도 공생할 수 있어요. 음식 좋아하는 사람이 다 술을 마시는 건 아니지만, 와인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식가이거든요."

손님들은 어떻게 소식을 듣고 찾아오나요.

"팝업을 하면 오는 사람들의 70% 정도는 요리사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이고, 30% 정도가 행사가 열리는 식당의 단골이에요. 물론, 얼마나 홍보하느냐에 반응이 달라져요. 애틀랜타 저널(AJC) 같은 데 기사 같은 거 나오면 사람이 확 몰리기도 하고. 작년에는 애틀랜타 전체에 팝업 문화가 뜨거워서 연예인 팬클럽처럼 여기저기 구름처럼 몰려다니고 그랬어요. 저는 그런 타이밍을 잘 탔어요."

팝업 식당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야말로 애틀랜타에서 가장 까다로운 입맛들일 텐데, 애틀랜타에서 한식의 위치는?

"저는 싼 음식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12불짜리 불고기를 먹을 거면 도라빌에 가지 뭐하러 저한테 오겠냐는 생각이었죠. 몇 년 전 팝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제 요리가 팔릴 거란 자신이 없을 때는 정해진 수만 티켓을 받고 코스 식사를 준비했어요. 그래도 처음 시작부터 69불로 시작해서 곧 125불까지 올렸고, 가장 마지막에는 159불이었어요. 물론 7코스에 디저트, 와인까지 나온 것이지만요. 그런데 아무도 돈이 아깝다고 말하지 않고, 팁을 얹어주기까지 했어요. 충분히 고급 요리로 인식될 수 있다고 봐요."

보통 식당 음식과 어떻게 차별화하셨나요.

"그저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게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지금 당신들이 먹고 있는 갈비찜은 보통 식당이랑 다르다, 왜냐면 10년 묵은 간장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미국 사람들, 10년 된 발사믹 식초 한 병에 100불에도 잘 사요. 근데 간장은 크로거 가서 키코만 간장 3, 4불짜리 사 먹고 그게 끝인 줄 알죠. 사실 한국 사람들도 10년 된 간장이 있다는 거 잘 모르잖아요. 전쟁 때문에 전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이런 걸 상품화한다기보다 한국 식문화의 아름답지만 알려지지 않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고, 일부러 메뉴 설명에도 '10년 묵은 간장으로 만든 갈비찜', 이렇게 써요. 어떤 손님은 '김치가 한국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서 이런 의미를 가진 음식이구나, 더 이상 김치가 공짜로 나오는 곁요리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고 이야기해 줘요. 그런 데서 자부심을 느껴요.

요즘엔 고춧가루도 와인 페어링의 중요한 요소에요. 비가 언제 왔고, 언제 수확했는지에 따라 단맛, 쓴맛, 매운맛이 달라요. 먹는 사람이 고춧가루의 맛을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훨씬 더 웃돈을 주고 즐길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거죠.

막연히 '한식은 건강하다'고 말하곤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뭐든지 적당히 먹는데 의미가 있겠죠. 아무리 잘 만든 음식도 과하면 몸에 안좋을 수 있죠. 한식의 취약점이라면 염분이 되게 많다는 거에요. 염장이라는 오래된 조리법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전통을 부정하거나 멀리하고 싶진 않고, 대신 적게 먹어야죠.

또, 한식이란 틀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미국에서 살고, 전통 한식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그 면에서 자유로운 편이에요. 예를 들어 짠지 같은걸 잘게 다져서 사워크림에 넣으면 정말 맛있는 디핑 소스가 돼요. 이건 한식은 아니겠죠. 하지만 한식 그대로의 재료를 현지에 특화 했다고는 생각해요. 식문화는 고정적이지 않고 항상 변해요. 무엇이 전통인지는 알아야겠지만, 글로벌 시대에 뭐가 한식이고 뭐는 아니다라고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답을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닌데, 한식이 건강에 좋다 안좋다를 잘라 말하기는 어려워요. 제가 영양학 박사로서 항상 느끼는 딜레마는 사람마다 같은 음식에 다르게 반응하더라는 거에요. 항성도 다르고. 근본적으로 한국음식이 좋은 건 채식 위주(plant-based)라는거죠.

주변에 채식주의자나 비건인 친구들이 많은데, 우리 할머니가 기껏 끓인 소고깃국에 손가락만한 고깃 덩어리 들어있어서 안먹겠다고 하면 얼마나 무례한 건줄 아느냐, 또 채소 반찬에 피쉬 소스 조금씩 다 들어있는데 그거 안먹는다면 얼마나 무례한건줄 아냐 가르쳐줘야 할 때가 있어요. 한국에서는 고기나 생선이 귀해서 채소나 발효된 장 같은 게 발달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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