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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민 칼럼]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환희로 사는 사람들

어렸을 때, 팝송 ‘고향의 푸른 잔듸’(Green, Green, Grass of Home)를 가수 조영남씨가 한국어 가사를 만들어 불러 늘 따라 부르곤 했다. 제목만 보아서는 매우 낭만적이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노래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낭만적이고 향수적인 분위기 와는 전혀 다른 아주 비극적이고 슬픈 이야기다.

어느 죄수가 사형을 언도받고 감옥에 갖혀 수감생활을 하면서 고향에 가고싶어 하는 내용 이다. 어느 날, 그가 기차를 타고 고향역에 내리니 부모가 자기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사랑했던 애인 매리 역시 체리 색의 입술을 한채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두팔벌리고 마을사람들 과 함께 자기를 향해 뛰어 오고 있었다. 고향집은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금이 간 것은 여전하고 어렸을 때 올라가 놀던 참나무 역시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무 아래 잔듸 또한 푸르름을 유지한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때, “철커덩” 하는 쇠창살문이 열리는 소리에 깨어 나 보니 꿈이었다. 그리고 한쪽에 간수와 감옥 사형자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는 목사가 보였다. 그는 이내 간수들에 의해 끌려가 사형을 집행당하게 되었다. 그를 넣은 관을 실은 기차가 고향역에 도착하자 그의 부모와 여자 친구 매리,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곧 그는 고향 느티나무 아래 잔듸밭에 묻히게 되었다. 되어 질 일을 꿈에서 미리 보았고, 가고 싶었던 고향을 결국 죽어서 가게 된 것이다.

영국의 팝송 가수 톰 존스(Tom Jones) 가 1960년대 이 노래를 불러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레코드만도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을 만큼 팔려, 세상말로 큰 돈을 벌기도 했다. 톰 존스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수천, 야외에서 부르면 수만 인파가 몰려와 두 손을 들고 파도 모양으로 흔들며 환호하고 한소절 끝 나면 소리지르고 휘파람 불고, 그야말로 거의 광란에 가까울 만큼 좋아하며 듣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인의 죽음을 그린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그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다시말해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한 내용의 노래를 듣고 오히려 즐거워 하고 춤을 추는 인간들의 반응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말이다.



우리가 아는 노래중에 ‘매기의 추억’이 있는데, 이 노래는 사랑하는 젊은 여인(애인)이 죽어 살아있던 연인이 그녀의 무덤가에 가서 옛 사랑을 그리워 하며 부른 노래곡이다. 이 노래 역시 배경은 모르고 그저 낭만어린 사랑 이야기 정도로 알고 사람들은 어느 모임에 가면 시도 때도 없이 부르기도 했다. 심지어, 아이 자장가로, 친구 생일날, 결혼식후 파티 노래로, 전혀 내용과 맞지 않는 상황에서 부르기도 했다.

궂이 부르겠다면 말릴 수는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어쨋든 사람들은 타인의 고난이나 불행, 심지어 비극적 사건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창작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아 돈도 벌고 인기도 끌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명성을 쌓는 그런 일들을 하고 산다. 사실, 현실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부르자면, 몇 곡 안될 것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섬집아기’ 같은 동요는 산골에 사는 사람들은 평생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어찌 노래 뿐이 겠는가. 여러 분야에서 그런 상황은 발생하는데 그런것 까지 따진다면 “한도 끝도 없고, 피곤해서 어떻게 사나”라는 말밖에 나올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사건 이나 사안에서는 분위기 파악하는 상식이 반듯이 필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더하여, 이것만은 분명히 알고 걸맞게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인간의 죄를 도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인간구원을 위한 비극적 죽음을 앞세워 부와 명성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다. 고통당하고, 끝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로 인해 교회가 대형 기업 못지 않은 부자가 되고, 유명인사가 되거나, 소위 출세하여 희희 낙낙 하는 신앙인들이 많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분의 고통을 통해 자신들은 즐기며 대접받고 권위를 내세우며 사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지 한번 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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