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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에 집착하는 한인, 한인교회

“외형적 성장보다 사역의 질적 깊이 먼저”

미국의 대형교회는 한국보다 작다.

미국은 2000명을 대형교회(메가처치)의 기준으로 삼지만, 한국은 1만 명이다. 위키피디아와 나무위키에 따르면 1만 명이 넘으면 미국에서는 초대형교회(기가처치)로 분류한다.

최근 3일 일정으로 애틀랜타에서 열려 17일 폐막한 전미설교콘퍼런스(NPC)에서는 교회의 외형적 성장보다는 사역의 질적 깊이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메릴랜드주 메트로폴리탄침례교회의 모리스 왓슨 담임목사는 ‘교회의 성장’에 대해 “하나님의 말씀이 더욱 효과적으로 도달되는 이행이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봤다. 그는 “나 역시 사람들이 크다고 하는 교회에 있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예배 방식(style of worship)을 적용함으로써 성령님이 역사하는지가 더 본질”이라며 “교인이 많다고 사역이 더 잘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일갈했다.

교회의 크기에 집착해선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세습과 교회 건축으로 연일 질타 받으며 부침을 겪는 한국 교계에서도 일고 있다.

지난 2012년 한 교회에 집중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며 ‘대형교회’ 포기 선언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분당 우리교회의 이찬수 담임목사는 최근 분당지역의 다른 교회에 등록한 적이 있는 교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개척교회를 죽이지 않으려는 고심의 결과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작년 2월 애틀랜타의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에서 초빙 성회를 가진 이찬수 목사는 당시 교회의 크기만을 보는 이중적인 잣대에 대해 “하나님이 필요해서 누구에게는 트럭을 맡기시고 다른 이에겐 티코(91년 시판된 한국 첫 경차)를 맡기시는 것”이라고 점잖게 꾸짖기도 했다.

전미설교콘퍼런스 첫날 오후 세미나를 진행한 권호 국제신대 설교학 교수(로뎀교회 담임)는 이찬수 목사의 교회 성장관에 공감을 표했다.

소천한 옥한흠 담임목사 시절 이 목사와 사랑의교회 선후배로 인연을 쌓은 권호 교수는 “이찬수 목사와 같은 설교의 대가도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아 고심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이분은 아직 자기 설교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그런 면에서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권 교수는 “더 본질적인 고민은 목회자가 진짜 말씀을 전했느냐에 있는 것”이라며 외적 성장보다 목회의 질적 깊이를 고민하는 이찬수 목사의 모습에서 이런 생각을 읽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동부에서 가장 큰 한인교회 중 한 곳인 와싱톤중앙장로교회의 류응렬 담임목사도 “기독교를 기독교 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설교”라며 “믿지 않는 이들에겐 하나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거룩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위키피디아는 와싱톤중앙장로교회(Korean Central Presbyterian Church)의 교인 수(잠정)를 4500명으로 소개하고 있다.

콘퍼런스 둘째 날 오전 앞뒤 강연 스케줄에 따라 바깥으로 나가던 류응렬 목사와 모리스 왓슨 목사가 복도에서 만났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프리칭 매거진의 마이클 두두잇 편집장이 주선했다.

위키피디아 기준으로 메가처치를 이끄는 이들 목회자는 ‘외적 요소보다 영성이 본질’이라는 데 초점을 두고 강연했다. 이날 잠깐의 만남에선 두두잇 편집장도 대형교회 목사라고 소개하지 않았다. 세 명은 넉넉한 웃음으로 서로의 사역에 대한 덕담을 전하기만 했다.

미국의 최연소 메가처치 담임목사 기록을 가진 데이빗 플랫 목사는 조지아대(UGA)를 졸업하고 뉴올리언스신학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뒤 26세에 앨라배마주 브룩힐스교회에 담임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남침례교 총회 산하 국제선교부(IMB) 대표를 맡기 위해 교회를 떠나 올 2월까지 역임했다.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래디컬(두란노출판사)’의 저자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플랫 목사는 당시 교회를 떠나면서 “교회사역과 선교의 중심에는 오직 하나님만이 빛나야 한다”며 “이웃에 복음을 전하는 교회에 하나님은 축복할 것이며 선교는 그 나름의 길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애틀랜타 콘퍼런스 참석차 시카고에서 온 애드로 로빈슨 목사는 “이민자 사회가 교회의 규모에 관심을 두는 현상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이런 특성을 알고 교인들이 상호 올바른 관계를 갖도록 해주는 것을 중심 사역으로 삼는 것이 먼저”라며 “소외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하나님의 사랑을 알리면 하나님은 주변의 모든 것을 도구로 사용하시기에 교회의 성장도 뒤따른다고 본다”고 했다.

김성구 애틀랜타 한인교회협의회 회장은 “교회는 생명을 다루는 곳이지 세상의 유행을 다루는 장소가 아니다”며 “교회가 크냐 작으냐가 문제가 아니고 교회의 크기보다는 교회 안에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많은 분이 큰 교회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린이, 청소년, 시니어를 위한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며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세속화의 길을 걸을 위험이 있어 이보다는 바르게 전해진 하나님의 말씀을 맛보고 체험하는 것이 바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이라고 말했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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