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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한국교회사] 오랜 이름, 새로운 소망

오랜 만에 방문한 고국의 모습은 친근한 듯 새로운 듯 골목마다 모습을 달리합니다. 옛모습 새모습 살피며 광화문 뒷골목을 걷다가 만난 교회 간판, 종교교회.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반가운 마음을 전하기 앞서, 동행한 젊은이들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종교교회? Religion Church?” 이상한 이름이라며 까르르 웃어댑니다. 답답한 친구들입니다.

조선 초 성종 임금 시절에 허종, 허침 형제 재상이 있었고, 학식과 능력으로 명망이 있었다고 합니다. 훗날 그들의 집 앞에 흐르는 시내 앞에 다리를 놓았는데 이들의 이름을 따서 “종침교”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가끔은 줄여 “종교”라고 부르고, 시간이 흘러 그 동네 이름이 자연스럽게 종침다릿골이 되었답니다. 물론 지금은 시내도 다리도 없고 관공서나 오피스 빌딩으로 채워져 있지요.

미국 남감리회 선교부가 배화학당을 통해서 교회를 개척한 것이 1900년 잣골교회의 시작입니다. 10년 뒤 교회가 종침교가 있던 현재의 자리로 이사하면서 그 동네 이름을 따서 새롭게 종교교회가 되었고 오늘에 이릅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교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서울 서대문 밖에 120년 전에 한국 장로교회의 개척자 언더우드 선교사가 집 한 채를 구입해 작은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한강으로 연결되는 시내에 작은 다리들이 많았던 동네 이름에서 잔다리교회라 이름하였습니다. 이후 그 지역이 서쪽의 작은 다리가 많은 동네라는 뜻의 서세교로 불리다가, 서교동으로 개명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교회 이름도 서교동교회로 바뀌어 오늘도 모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교회 이름 앞에는 지역 이름이 많이 있습니다. 시카고는 물론, 글렌뷰, 네이퍼빌, 레익, 노스 등등 말입니다. 성경에도 동네 이름을 딴 교회 이름이 수두룩합니다. 에베소, 빌립보, 골로새, 고린도, 로마… 교회가 세워진 자리의 이름을 교회의 이름으로 정했던 이들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그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영혼을 섬기고, 은혜를 나누려 했을 것이고, 그래서 그 지역을 위한 교회가 되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 이름들이 좀 밋밋하게 느껴지지만 교회가 자리 잡은 동네와 도시를 위한 기도와 사명을 헤아려 보면 더 없이 멋진 이름들입니다.

새해를 맞이합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일이 늘 감사한 것은 저처럼 게으른 사람도 새롭게 출발할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어서입니다. 한 해의 처음은 교회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던 이들의 기도가 내 안에 새롭게 되기는 날들입니다. 지역을 위한 교회가 되려는 사명도 새롭게 되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교회들이 이름값 제대로 하는, 좋은 출발이고 싶습니다. [교회사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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