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믿음의 세월로 지켜낸 교회

유학생들이 늘어가자 기독학생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고국에서 오신 장로님을 중심으로 YMCA 건물 2층의 방 하나를 빌려서 주일에 작은 성경공부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모임의 학생 10여 명이 정식 교회 설립 의견을 냈고, 이듬해는 이 교회를 위해 한국에서 목사님도 한 분 건너 오셨습니다.

미국 캠퍼스타운에 처음으로 교회를 세운 익숙한 이야기 같습니다. 실은 일본 도쿄에 처음 세워진 한인교회 이야기입니다. 1908년에 도쿄의 유학생이 270명에 이르렀고, 이들 중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동경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지도자로 한석진 목사가 한국에서 파송되었습니다. 재일 유학생과 거류민이 늘어갔고 그들은 위한 교회가 되었습니다.

1910년대 이후로 농토와 산업을 수탈당한 많은 한국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이주하였습니다. 특히, 오사카와 관서지방에 자리 잡았고, 1920년대에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30만 명이 넘게 일본으로 건너왔습니다. 해방 이전까지 생존을 위해 혹은 징용을 통해 일본으로 이주한 이들을 위해 일본 곳곳에 한인교회가 세워지고, 1934년에는 재일본조선기독대회에서 독립된 교단이 설립되었습니다.

일본의 식민통치 기간 중 재일한국의 삶이 비참했을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교회는 어떤 곳이었을까요? 마음의 안식을 구하고, 고향의 소식과 민족의 아픔을 나누는 공동체였을 것입니다. 신앙은 어려움 속에서 소망을 이어가는 힘이 되었습니다. 조국의 해방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말을 기억하고, 일본어를 함께 배우는 장이었습니다. 나라와 삶의 터전도 잃은 이들에게 신앙만큼은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보루였을 것입니다.



그나마도 2차 대전의 광기가 커져가던 1941년 일본교단에 통합되어 한인교회 조직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설교와 예배의 언어는 일본어로 되었고, 모든 신조와 기록은 일본기독교단을 따라야 했습니다.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 지도자들에 대한 탄압은 많은 희생을 요구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일본의 패망으로 끝나면서 한인교회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950년의 한국전쟁은 재일한국인들을 이데올로기로 이분화시켰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화해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교회도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60년대 이후로 한인들은 물론, 조국과 일본사회를 위해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는 200곳이 넘는 한인교회가 있다고 합니다.

80년대 말부터 이민, 유학생, 주재원 등의 한인의 증가로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세워가고 있습니다. 먼저는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이민 1세부터 4-5세까지와 최근의 이주한 한인들의 영적인 안식처입니다. 또한 자녀 교육, 노인 돌봄, 고국의 평화 등 민족교회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소수 민족이며 소수 종교로서 국제화와 이주의 증가를 경험하는 현대에 일본 사회와 국제 교회에 참여하여 차별 없는 사회,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한 선교를 감당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처럼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재일한인교회에 속한 분들의 마음은 우리보다 더 편치 않을 것 같네요. 소수 민족으로서 겪는 어려움, 자녀교육을 위한 고민, 새로 이주한 땅에서 목표로 하는 선교 등 우리와 비슷한 경험들을 가진 듯합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의 크기는 우리보다 더 크고 수고의 세월은 훨씬 더 길었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화해와 회복을 찾는 노력에서 복음의 힘을 다시 보게 됩니다. [교회사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