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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기적에서 기적으로

이기희
이기희 기자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4/18 18:07

나를 용서하고 사랑할 수 없으면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 타인을 용서하기 전에 나를 용서하고 내 죄를 용서받아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루 아침에 인간성이 바뀌지는 않는다. 사랑하면, 사랑은 악하고 더러운 삶에 따스한 덧옷을 입히고 고름이 흐르는 상처에 붕대를 감아준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한복음 13 장 34 절-35 절) 예수님은 십자가 지시기 전날 밤 허리 굽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다. 가롯 유다가 자신을 팔아 로마 병정들이 체포 하러 올 것을 알았고 베드로가 세 번이나 자신을 부인할 것임을 알고 계셨지만 조건 없이 사랑을 실천하시고 ‘이기심 없이 서로 사랑하라’고 우리에게 가르친다. 예수님의 행동과 말씀의 중심은 ‘사랑’이다. 주님은 자신의 죽음 앞에서 서로 다투고 흔들리는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새 계명’을 주신다. 바로 ‘사랑’이다.

2년 전, 사순절 새벽기도를 마지막으로 40여년 몸 담았던 교회를 떠나기로 작정했다. 부활절 연합예배를 마치고 먼 동이 트는 파킹랏에서 담임목사님께 고별 인사를 드렸다. 누가 누구를 탓할 작별이 아니다. 그동안 하나님을 방패막이 삼아 너무 오랜 시간을 속고 속이며 사랑의 허울을 입고 살았다. 영원히 동이 트지 않을 것 같은 참담하고 어둔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갈구하며 살았던가. 항로를 잃은 인생의 배는 어디로 흘러 무엇을 위해 떠돌고 있는 지.

파리의 상징이며 심장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856년 동안 역사와 위용을 자랑하던 첨탑이 부활절 전 거룩한 주에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세계인들은 경악했다.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에서 벌어지는 귀족들의 그로테스크한 환락과 폭도들의 반란, 공개처형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운명이라는 쇠사슬에 묶인 종지기의 비극적 모습을 통해 사랑의 구원을 노래한다. 살해죄를 뒤집어쓰고 교수형에 처해 시체로 매달린 에스메랄다를 보며 “내가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이라는 곱추 콰지모도의 울부짖음은 우리 모두의 때늦은 후회가 아닐까.

8년 전, “시집 가서 애 낳으면 외국여행 힘들다”며 엄마하고 단둘이 졸업여행 가자는 딸의 성화에 파리로 갔다. 그 여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외출이였다. 노트르담 성당은 짧은 내 목을 뒤로 한참이나 젖혀야 성당꼭대기를 볼 수 있을 만큼 높고 웅장했다. 봉헌 촛불 켜고 각자 기도를 했다. 내 어머니처럼 딸이 “시집 가 애 낳고 잘 살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딸은 시집 가 딸 아들 낳고 알뜰살뜰 산다. 두 살도 채 안 된 첫 손녀는 매일 밤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그림성경책 보고 같이 기도 하는데 ‘아멘’ 소리는 손녀딸이 제일 크게 외친다.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 기적이 기적을 낳는다. 어머니의 기도는 기적을 낳는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재난을 계기로 우리가 지금까지 한 일을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의 할 일에 대해 개선 기회로 바꾸는 것은 우리 몫”이라고 했다. 대성당 안에 있는 가시면류관과 성십자가, 거룩한 못 등은 소방관과 경찰관, 성직자, 시청 관계자들이 ‘인간 사슬’을 만들어 밖으로 옮겼다.

세월의 칼날은 예리하고 무섭다. 교만하고 위선으로 충만한 영혼에 가차없는 형벌을 내린다. 그 형벌을 축복으로 바꾸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기적에서 기적으로, 사랑이 기적을 만든다. (윈드화랑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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