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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성금요일에 기억하는 이민자 예수

꽤 오래되었는데도 미국에 처음 도착했던 여름 날 오헤어 공항에서 맡았던 이상했던 냄새를 기억합니다. 처음 한국 마켓을 방문했을 때의 안도감, 아이를 위해 미국 병원을 찾았던 때의 쿵쾅거리던 마음, 이웃의 차를 얻어 타고 갔던 교회에서 부르던 한국 찬송가의 감격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나라로 이주하여 사는 경험은 강렬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이민을 선택했든지, 주재원이나 유학생으로 머물든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여럿이 모여 앉아 처음 이민을 왔던 시절을 이야기를 할 때면 종종 밤을 밝혀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민교회에서 경험하는 큰 축복 가운데 하나는 예수님도 이민자였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고, 미국에 자리 잡고, 그러면서도 서울 사람인 동시에 시카고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성경 속의 예수님도 이민자로 사셨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수님도 하나님 나라를 떠나셨고, 이 땅에서 사람들과 같이 사셨으며, 하늘과 땅 두 세상을 사시던 분이셨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민하게 되었지요?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만 우리 한국사람들은 더 나은 삶에 대한 꿈과 자녀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위해서 미국에서 열심히 사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하시던 사회학자 김광정 교수님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그 이민자의 삶을 예수님도 사셨습니다. 이민의 삶은 어쩌다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수님도 동행하고 같이 경험할 만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생각에는 미국을 찾은 것이 아메리칸 드림을 따라 선택한 것이고, 그 이후에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것 같지만, 그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이 이민자로 사신 이유는 사랑입니다. 성경은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우리 가운데 오셨다고 말씀합니다. 우리처럼 말하고, 우리처럼 느끼고, 우리처럼 고생도 하셨습니다. 하늘 나라를 떠나 우리와 함께 사시면서 진리를 가르치고 소망을 전하셨습니다. 하늘 나라를 버리고 우리 가운데 오실 만큼 사랑하신다는 뜻이고, 우리의 삶이 그만큼 귀하고 가치 있다는 증명이었습니다.

이민자로 사셨다면 고생도 많이 하셨겠지요. 우리가 고향은 이미 떠났고 여기서도 이방인으로 환영 받지 못할 때가 많은 것처럼, 예수님도 그랬습니다. 예수님이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자 부자들이 비난했고, 인기 있는 가르침 때문에 오히려 제도권 종교로부터 박해 받았고, 군중들이 따르자 정치인들로부터 공격받았습니다. 하늘에서 오셔서 받은 가장 큰 소외와 고통의 끝판은 십자가의 죽음이었습니다.

시인 윤동주는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행복했던 사나이”로 노래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이 땅에서 이민자의 삶으로 실패가 아니라, 다시 하늘을 향한 새로운 이민의 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고통스러운 십자가 위에서 생명을 내어 놓으며 보여준 사랑을 통해 온 인류를 이 땅의 삶을 넘어 하늘 나라를 향한 이민자가 되도록 초청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민 생활 마지막 순간의 지극한 고통이 도리어 예수님의 행복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은 기독교회에서 기념하는 성금요일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린 날입니다. 그 사랑을 감사하고 거기서 시작하여 하늘나라까지 이르는 새로운 이민의 길을 기억하는 때입니다. 우리의 이민을 하나님이 아시고 동행한다는 사실, 이민이 어려운 길이지만 그만큼 의미가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는 날입니다. 고국에 살았으면 이렇게까진 몰랐을 축복입니다. [교회학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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