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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신호철
신호철 기자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4/22 19:50

황량한 들판에 잎사귀 대신 단단하고 거친 가시를 품은 나무가 있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소리 내 우는 일 외엔 없었습니다. 더 날카롭고 단단한 가시가 제 몸을 찌르기 시작해 견딜 수 없어서 몸부림 치다 보면 하늘엔 별빛이 쏟아지는 밤이 찾아 들고 찔리고 부딪힌 상처엔 이슬이 맺히고 이내 동이 트곤 했습니다. <<<싹이 솟고, 움이 트는 사월은 푸르게 내 주위를 바꾸어 놓았지만, 여전히 움트지 못하는 내 몸을 바람에 맡겨 가지를 흔들어 보기도 하고 송곳같이 날카로워진 가시를 떼어내려고 내 몸을 깊게 찔러도 보았습니다.>>> 잠깐 정신을 잃고 깨어난 곳은 한 청년의 머리 위였습니다.

그런데 가시는 그의 머리를 깊게 찌르고, 그의 얼굴엔 붉은 피로 얼룩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머리 위엔 "유대인의 왕"이란 팻말이 붙어 있었고 난 깊게 박힌 가시를 그의 머리에서 빼어내려고 온 힘을 다하였지만 그럴수록 가시는 그의 살점을 더 깊게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 그의 손과 발엔 내 가시엔 비교할 수도 없는 큰 대못이 박히고 있었습니다. 그는 고통에 절규하였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그곳엔 이 끔직한 일을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는 애타게 아버지를 찾고 있었고,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옵소서"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외침을 토해냈습니다.
이젠 그의 몸에선 한 방울의 피도, 더 이상의 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합니다. 하늘은 거칠게 변해갔고, 이내 밤이 찾아 오는 듯 온천지가 깜깜한 고요 속에 정지돼 있었습니다. 이때 나는 희미하게 그의 독백 같은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다 이루었다." 그 후로 그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나는 바람이 그를 흔들었지만, 피어난 꽃들이 향기를 풍기었지만 그는 이미 숨을 멈춘 후였습니다.

그 후 삼일째 되던 날 난 사람들의 수근거리는 소리에 내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가 부활 하셨다" "죽음 권세 이기시고 승리 하셨다" 난 십자가에 달리신 그의 얼굴을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심한 고통 중에서도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사랑 안에 있었습니다. "다 이루었다"라는 마지막 세미한 음성 속엔 나의 죄악과, 나의 실패와, 꽃 피우지 못한 나의 좌절과, 그를 찌른 나의 아픔까지도 용서 하시는 그의 거룩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는 얼마 후 제자들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내셨고 "땅끝까지 이르러 내 복음을 전하라" 라는 말을 남기고 하늘로 오르셨습니다.

나는 지금도 제자들의 바쁜 발걸음을 느끼며 부활의 기쁨으로 상기돼 있는 저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난 그의 사랑 안에 거하며 간혹 들려오는 제자들의 소식에 귀 기울일 것이며, 눈물과 통곡의 십자가에서 다 이루신 놀라운 부활과, 은혜의 선물과, 벅찬 위로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시카고 문인회장)

가시나무 / 신호철

바람에 떠밀려
어느 동산
한 청년의 머리 위
쏟아지는 절규

꽃이 필 자리에
가시로 맺혀
어둠이 덮힌 하늘
붉게 물드는 아픔

하나 떼어낼 때
외마디 비명
마르고 단단한
깊은 상처를 내고

이제는
그 머리 화관이 되어
숨도 멈추고
울음도 그친 어둠

먼 곳 하늘
외면하는 당신 품에
안기고 싶은
쉬고 싶은 한날

다 이루었다
귓가에 맴돌아
내 몸 깊게 찔러보는
부활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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