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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우리라도 말해야지요

미국선교학회에 갈 때면 어깨가 올라갑니다. 세계적인 학회에 참여하는 한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점점 중요한 발표를 더해가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많은 한인들과 한국에서 온 교수님들이 연구 내용을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귀한 자리에 해마다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시카고라는 대도시에 살고 있어서 얻을 수 있는 특권(?)이겠지요.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강조가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또다시 도달한 결론입니다. 지당하신 말씀인데, 작은 교회들에서 이런 저런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우리들의 형편을 생각하니 한 쪽에 답답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안 되니까 어려운 건데.

궁금한 게 생기면 물어봐야 하는 성격인지라, 한국에서 오셔서 발표하시는 교수님께 좀 외람된 질문을 했었습니다. 원리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당장 많은 일이 있어서 실제로 어렵다고 볼멘 목소리를 냈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좋을까요? 교수님의 지혜로운 대답이 잊혀진 제 가슴 밑바닥을 울렸습니다. “우리라도 말해야지요.”

목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어려운 일이 많습니다. 미국에서 살면 영어가 잘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영어로 말할 때마다 얼굴이 굳어집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곳이기는 한데, 실제 미국 생활은 우리가 못하는 일도 많이 있고,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해야 버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바다도 건넜는데, 여기가 자녀들을 교육하기 좋은 곳일 수도 있고, 때론 아닐 수도 있네요.



이민생활이 그렇습니다. 100년도 전에 처음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발을 들였던 이들에게도 기대와 실제가 따로 일 때가 많았을 것입니다. 미국 유학이란 최고의 꿈을 이루었던 젊은이들도 어려운 현실과 씨름했을 것입니다. 가족들을 위해 어렵게 결정한 이민생활은 아메리칸 드림보다 매일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어려움들이 이민자들로 하여금 교회로 모이게 하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이민을 연구하는 분들은 동병상련을 가진 이들이 모이는 관계들이 종교기관에 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넥타이를 메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선배와 후배로서 서로 나눌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통하는 이야기 속에서,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편한 자리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것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다른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요? 어려운 현실에도 품는 소망, 작은 일에서 발견하는 긍지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맘처럼 안 되는 많은 일 가운데서도, 바른 길을 찾아야 하는 의미. 그리고 아무리 어려워도 나누어야 하는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바쁜 일상에서 잊기 쉽고, 산책이나 독서만으로 혼자 찾기에는 어려운 소리들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마찬가지이겠지요. 보이지 않는 믿음을 말하고, 남을 위해 사는 삶을 가르치고, 어려움 속에서도 지켜야 하는 윤리를 말하는 일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교회가 아니면 어디서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라도 말해야지요”라고 탄식처럼 들리는 낮은 목소리를 아직 기억합니다.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리 이민자들에게는 힘들지만 소중합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다시 반복합니다. 우리라도. [교회학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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