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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랭카스터의 아미쉬

추수가 이어지는 랭카스터의 농장들은 활기로와 보였습니다. 말들이 밭에서 일하고, 아이들이 자전거를 내달리고, 가끔 보이는 네모난 마차까지. 화려해지는 가을 색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농촌 풍경이었습니다.

펜실베니아의 랭카스터는 아미쉬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아미쉬들의 조상은 16세기 개신교 종교개혁 당시 재세례파의 한 분파였습니다. 믿음을 고백하는 성인들만 세례 받을 수 있고 세상과 분리되는 기독교적 삶을 강조하여 급진적으로 보였습니다. 천주교와 개신교 양쪽 모두로부터 이단으로 비난 받아 스위스나 남부 독일의 산간지역으로 피신해야 했습니다.

종교적 관용이 보장되는 펜실베니아는 그들에게 좋은 피난처가 되었습니다. 1720년대부터 이민을 시작하여 랭카스터의 산지를 개간하여 모여 살면서 가장 큰 아미쉬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이후 농사를 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미국 전역으로 퍼져갔습니다.

아미쉬와 다른 일반인들을 이웃으로 함께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아미쉬의 집 옆에 다른 미국인이 살고, 아미쉬 농장 옆에 일반 가게가 있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래도 쉽게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빨래가 널려있는 집이나, 마차가 세워진 농장은 아미쉬인들의 소유였습니다. 오래된 단독건물에 조그만 자전거가 줄줄이 세워진 곳은 아미쉬 학교였습니다.



아미쉬들의 특징은 18-19세기 고국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있습니다. 미국에 거주한지 300년에 이르지만 여전히 그들은 “펜실베니아 더치”라고 부르는 옛 독일어 방언을 사용합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가스등을 두고, 전화도 긴급용 공중전화만 있었습니다. 현대의 여러 직업이 아니라 농장에서 일하며 수작업으로 만드는 가구와 퀼트가 유명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없이 아직도 마차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 눈에 아미쉬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복장입니다. 남성들은 검은 모자에 멜빵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모자 테두리에 검은 띠가 있고 수염을 기른 이들은 결혼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여성들은 셔츠에 원피스 모양의 스커트를 입습니다. 끈이 달린 작은 모자를 쓰는데 검은 색은 미혼 여성을 뜻하고, 하얀 색은 기혼 여성을 뜻한다고 합니다. 화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에서 직접 만든 옷들입니다.

이렇게 단순한 옷을 입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께 기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네요. 마찬가지로 오래 된 삶의 방식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신앙을 지키는 길이라 여겨서입니다. 서로 온화하게 공동체 생활을 하고, 겸손과 인내로 이웃과 대화하면서 신앙과 가족을 위한 공동체를 유지합니다. 마을의 목사님이 예배와 교육은 물론 가정의 대소사까지 돌보지만, 다른 교회와 달리 예배당 건물 없이 주일마다 정해진 가정에서 함께 모여 예배하고 공동식사를 합니다.

불편해 보이고 능률이 떨어져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보다 더 기쁘고 부지런해 보였습니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없이 지루해 보여도 조랑말을 타는 아이들이 참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불편하고 수고하면서 우리가 씨름하는 개인주의, 물질주의, 그리고 신앙의 타협으로는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짧은 시간 여행에 기분이 참 좋아졌습니다. 우리와 다르게 사는 이들이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미쉬를 따라 하지는 않겠지만, 비움이 채움이 되고 불편함이 소망이 되는 그런 삶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 한인 이민자들을 볼 때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름다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가슴 속에 지키는 믿음 때문에 그러하면 더 좋겠습니다. [교회사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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