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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팬데믹 기간의 모국 방문기

지난 5월, 엄마의 급환으로 고국방문길에 올랐다. 입국수속을 하기 전에 코로나와 관련된 체크사항을 알리는 앱을 전화기에 설치하도록 조언을 받았다. 여느 때처럼 입국과정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입구에 긴 책상이 가로놓여져 있고 사복을 입은 군인들이 신분을 재확인하고 있었다. 입국자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는 곳으로 보내지는 과정이었다. 외국 여권인 경우는 가족증명서가 있어야 귀가예정 지역의 지정장소로 보내진다고 했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증명서가 없는 사람들은 김포에 있는 숙소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14일 간의 격리기간까지 마쳐야 했다.

입국 며칠 전에 지방 보건소에 등록했다고 한 동생의 말을 전했지만 담당자들은 그들의 컴퓨터는 타 도시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증명서류를 필히 지참했어야 한다는 말에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의 어려움 끝에 동생이 지인을 통해 보건소의 직원과 연락을 했고 인천공항의 담당자에게 가족관계를 증명하게 해주었다. 무려 4시간 반이 걸린 수속절차였다. 그 다음날 도착하기로 한 딸아이의 수속과정이 더 걱정이 되었다. 딸은 내가 한국의 가족과 가족관계를 증명한 것에 덧붙여 나와 모녀 간인 것까지 증명을 해야 했다. 아직 미국에 있던 딸에게 전화해서 출국할 때 출생증명서 사본을 지참하라고 했고, 공항의 담당관에게 미리 딸아이의 성명을 적어주고 당부를 해두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공항은 한산했고 이미 밤늦은 시각이어서 인천공항에서 전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의 기사는 승객 한 명을 태우기 위해 흰 우주복 같은 방역복을 입고 있었다. 버스는 승강장에 다다르기 전에 전주 올림픽경기장 근처에서 멈추었고 나는 시에서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미니 승합차에 옮겨 탔다. 남원 공무원 연수원으로 향해 가기 위해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외에서 전북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익산시와 남원시 두 곳에 마련된 코로나 검사소에 보내져서 하룻밤을 묵으며 검사를 받게 되어 있었다.

남원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들고 있던 짐가방과 함께 소독가스를 통과했다. 간단한 서류 작성을 마친 후 배정된 방으로 안내가 되었는데 방안에는 개인 타월과 세면도구가 든 가방과 선물상자가 놓여 있었다. 선물상자 안에는 적십자사 스티커가 붙은 홍삼액 30포 1박스와 햇반 1상자와 함께 일회용 마스크 팩, 소독액제 등이 있었다. 숙식과 방안에서 사용한 세면용품 등은 가져가거나 폐기하게 되어 있었다.
다음날 아침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사람은 이미 없고 조식쟁반이 있었다. 맛깔스러운 한식상은 국과 8가지 반찬이 곁들여져 있었다. 아침 식사후 담당자 안내로 코로나 테스트를 받고 판결을 받기까지 5시간 동안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서 결과를 기다렸다. 양성 판결자는 격리소에 남고, 음성판결자는 승합차로 각자의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음성판결을 받아서인지 전날과는 달리 승합차 한대에 여러명이 함께 동승했다.



공항도착부터 시작된 14일간의 격리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체온을 재고 건강상태의 양호 유무를 전화기의 앱을 통해 보고해야 했다. 보고하지 않고 오후가 되면 보고를 하라는 문자가 떴다. 전화기를 들고 문밖으로 한 발자욱만 나가도 거주지 이탈이라는 문자가 떴다. 어느 날은 아무 예고 없이 격리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건소에서 방문을 나오기도 했다. 14일간의 격리를 마친 날 시에서 정한 검역소에 가서 코로나 바이러스 재검후 음성판정을 받고나서야 격리기간을 다 마칠 수 있었다. 과연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사례와 대응은 범세계적인 모델이 될만했다. 숙식과 검사가 무료로 제공되는 것 또한 국력을 반영하는 것인만큼 여러모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종려나무 교회 목사, Ph. 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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