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원대현 문학칼럼
동시를 써오라던 학교숙제에
엄마도 나도 어쩔지 모르다가
함께 앉아 일기처럼
짜장면 예찬이나 적어냈던
아홉 살의 어느 날 을요
기억하세요?
까까머리로 훌쩍이며 읽었던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엄마가 손수 사다 주신
첫 시집이라는 것 을요
기억하시죠?
고교 시절 며칠이나 고민해서
써 내려간 습작시로 받아온 첫 상장에
아기웃음 짓던 저와
해처럼 밝았던 당신의 얼굴 을요
엄마, 기억하셔요
스물과 서른의 사이에서
스스로 방황하며 먼지처럼 부유했던 순간순간
불러 봤던 당신 이름은
세상 어떤 시어보다 따듯했다는 것 을요
그러니 어머니, 기억해주세요
나는 어머니의 시
어머니는 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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